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처음 합류하고 회사가 주목받을 때는 업계 선배이자 인생 선배, 친한 형님이었죠. 그런데 대내외 환경이 악화되니 갑자기 일반 직원이 된 것처럼 저를 대하더군요. 배신감도 컸지만 앞으로 어떻게 운영해야할지 깜깜했습니다."펀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한 초기 스타트업의 대표가 이같은 푸념을 늘어놨다. 청년 창업가인 이 대표는 무게 중심을 잡아줄 수 있다는 판단에 고액을 들여 CFO를 영입했다. 다만 위기에 직면하니 해당 임원이 가장 크게 동요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벤처붐이 일던 시기 많은 시니어 인력들이 스타트업으로 향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대박을 노렸다. 실제 스톡옵션으로 잭팟을 터트리며 주목을 받는 사례도 종종 나왔다.
다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와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적정성 논란이 스타트업 생태계를 뒤흔들었다. 초기 스타트업부터 상장을 앞둔 헤비급 기업까지 업계 전반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살아남기 위해 스타트업들은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었다.
위기 상황에서 스타트업이 꺼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은 구조조정이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패스트파이브, 샌드박스네트워크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들이 지난해부터 직원 감축에 돌입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다. 잘 알려지지만 않았을 뿐 비용 절감을 위해 직원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그간 유대감을 쌓아온 10명 내외의 직원 중에서 필수 인력을 고르자니 결정이 쉽지 않을 뿐이다. 특히 C레벨에 대한 고민이 깊다. 엄연히 말해 계약직 직원이지만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어렵게 모신 핵심 인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C레벨이 자주 언급된다. 시리즈A 단계의 한 스타트업의 대표는 "구조조정을 하려고 마음 먹으니 C레벨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며 "능력이 없어서도 비용이 많이 들어서도 아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창업자와 C레벨의 균열은 어디서부터 시작됐을까. 사실 CEO(최고경영책임자)를 제외한 C레벨에게 경영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다만 위기 상황에서 같이 해결책을 고민하는 역할 정도는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 추위를 극복하기 위해 서로 체온을 공유하는 것처럼 스타트업들이 내부적으로 똘똘 뭉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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