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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바바의 약속문 톺아보기]한국과 '우호적' 관계 강조, 1.5조 실탄 쏘는 까닭은①물류센터·셀러 지원 투자 계획 공식화, 글로벌 서비스 확장 주요 거점 마련

정유현 기자공개 2024-03-21 07:36:54

[편집자주]

자본력으로 무장한 중국기업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시장 침투력을 높이기 위해 본격적인 행보에 돌입했다. 중국 커머스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중장기 투자 계획 등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며 진정성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더벨은 사업보고서 분석을 통해 알리바바가 한국 시장에 던진 메시지와 사업 방향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18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알리바바그룹이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제패를 위해 동남아에 이어 한국 시장에 디딤돌을 놓는다. 한국의 이커머스 시장은 경쟁이 치열해지며 '레드오션'으로 불리지만 시장 성숙도가 높은 것을 오히려 강점으로 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 인구 대비 전자상거래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업체들도 제품 경쟁력과 물류 인프라에 공을 들이며 서비스가 상향 평준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자상거래 관련 규제가 느슨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한국에서 거래 데이터와 물류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주요 셀러를 확보해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초거대 플랫폼으로 거듭나는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범정부 규제 움직임 나오자 중장기 투자 및 사업 방향 '보고서' 제출

알리익스프레스의 모기업인 알리바바그룹이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최근 범정부 차원의 중국 이커머스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시기와 맞물리며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은 제기되지만 일단 조 단위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식화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알리바바그룹은 '알리바바의 향후 한국경제 기여 및 소비자보호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5장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한국과의 우호적 협력을 강조하고 정부가 우려하고 있는 한국 법률과 규정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점이 눈에 띈다. 3년간 약 1조5000억원을 투자하고 직간접 고용을 모두 포함해 10년간 총 5만명의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핵심이다.


알리바바는 이미 알리익스프레스, 티몰 인터내셔널, 알리바바닷컴, 플리기, 알리페이, 라자다 등 여러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시장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동안은 진출에 의의를 뒀다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분위기다. 한국에서는 사업 확장을 위해 기업 인수가 아닌 대규모 투자를 전략적으로 택한것으로 풀이된다.

동남아 지역의 경우 규모있는 전자상거래 업체 라자다(Lazada)의 지분 51%를 10억 달러(약 1조 2840억 원)에 인수했다. 2020년에는 라자다에 13억 달러(약 1조 6692억 원)를 출자하며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이후 2021년 5월에는 3억 7850만 달러(약 4859억 원)를 신규로 출자했다. 한국 중소기업의 동남아 진출을 지원할 수 있게 된 배경이다.

알리바바그룹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알리바바와 산하의 사업부는 상품과 수출, 관광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상호 협력 및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알리바바 플랫폼 데이터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 동안 알리바바 쇼핑 플랫폼을 통해 중국 시장으로 판매된 한국 상품의 총액은 약 34조3000억원이다.

2023년의 경우 1억명 이상의 중국 소비자가 알리바바 플랫폼을 통해 한국 상품을 구매했다. 한국의 전자제품과 뷰티 제품, 의류 상품이 주로 판매됐다. '타오바오 티몰'에는 한국의 유명 대형 브랜드 외에도 7600여개 중소 브랜드가 온라인 판매장을 오픈했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의 글로벌무역 도매 플랫폼 알리바바닷컴에서도 2550개의 한국 중소기업이 상점을 오픈해 수출을 진행했다. 거래액은 1300억원 규모다. 여행 분야에서도 100만명 이상의 중국 관광객이 알리바바의 플랫폼인 '플리기'를 통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2023년에는 105만명이 플리기를 통해 한국 여행 상품을 구입했다. 한국 관광 산업에 2조4000억원의 소비 효과를 창출했다고 진단했다.

◇전자상거래 '왕좌' 자리 노린다, 현지 침투 전략 본격화

알리바바그룹은 중국 당국의 입김과 제로 코로나 정책 등으로 실적이 잠시 주춤했다. 전체 매출 증가율은 감소세를 보였지만 전자상거래 분야의 성장세는 돋보였다는 평가다. 전자상거래 사업 성장세를 잇기 위해 중국이 아닌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의 경우 알리바바 플랫폼 내에서 한국 관련 소비의 데이터가 쌓이고 규모가 커지는 것을 보고 성장 잠재력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해외 진출에 나설 계획을 잡은 알리바바 입장에서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며 데이터를 쌓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제품을 판매하는 셀러까지 확보한다면 유럽 진출 등에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앞서 알리바바는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튀르키예에 물류 허브 구축을 통해 중동과 유럽 진출의 교두보 마련에도 나섰다. 이미 알리익스프레스를 유럽에서 운영하고 있지만 티몰을 통해 해외 브랜드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스페인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알리익스프레스 코리아를 중심축으로 삼는다. 한국 상품 소싱 센터를 구축해 한국 제품을 해외에 파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셀러들은 알리바바그룹이 구축한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동남아, 유럽, 미국 등으로 수출 국가를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리익스프레스에 오는 6월 '글로벌 판매' 채널을 오픈하고 현지 창고를 올해 안에 완공할 계획도 세웠다. 한국 셀러 지원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글로벌 판매 지원을 위해 1300억원을 투입한다. 과거에는 중국 제품을 해외에 파는 것에 무게를 뒀다면 이제는 현지에 진출해 그 지역의 브랜드와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집중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이 된다.

알리바바 측은 "한국과 알리바바의 협력이 상호 혜택을 제공하며 윈윈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한국 투자를 확대하고 정부기관의 지지하에 한국 경제에 더 많은 활력을 가져다줄 것이며 한국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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