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의 변신]투자 판 깔렸다…'AAV·우주'로 격차 좁히나③KF-21 공급으로 대규모 현금 유입 전망…R&D 스케일도 확 키운다
이호준 기자공개 2024-05-20 08:19:40
[편집자주]
'호실적'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 도미노처럼 스러졌던 항공기 제조사라면 호실적은 다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늘과 우주로 진격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두고 하는 말이다. KAI는 세계 각국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기 시작한 뒤로 성장성과 이익을 보는 핵심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글로벌 군비 경쟁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벨은 실력과 위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KAI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6일 15: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올해 시무식 분위기는 다소 무거웠다. 작년에 쓴 매출 신기록을 축하할 만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제2의 도약'을 선언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다소 늦어버린 신사업 준비를 감안하면 이해할 만한 일이다. 현재 KAI는 투자에 절박하게 임하지 않으면 경쟁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올들어 차세대 전투기뿐만 아니라 AAV(미래비행체)나 뉴스페이스(우주)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6개 대형 미래사업 설정…'큰 손'도 미리 확보
KAI도 고민은 있다. 현재 개발 준비 중인 4.5세대 전투기 KF-21 이후의 먹거리다. 통상 전투기 개발 프로젝트는 수십 년이 걸리는 만큼 KAI는 뒤처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 해외 유수의 방산 기업들은 6세대 전투기 개발에 착수한 상태다. 다만 이 순간 가장 아쉬운 건 KAI 본인이다. 벌어진 격차는 회사가 더 잘 체감하기 때문에 강구영 대표이사 사장도 작년 기자 간담회에서 "돈을 빌려서라도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중장기 로드맵도 서둘러 공개했다. 구체적으로는 △차세대 무기체계 △차세대 수송기 △차세대 고기동 헬기 △AAV(미래비행체) △독자적 위성 플랫폼 및 서비스 △우주용 탐사 및 모빌리티 솔루션 등을 6개의 대형 미래사업으로 설정하고 개발하는 게 골자다.
다행히 KAI는 미래 준비의 시간을 번 상태다. 방위산업은 막대한 설비투자가 요구되는 '자본 집약적' 산업이다. 그런데 2028년 KF-21의 초도 물량 40대의 대당 단가는 약 1000억원 안팎으로 전해진다. 공군은 2032년까지 KF-21 총 120대를 도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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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기를 뒷받침해줄 만한 '큰 손'을 미리 확보해 놓은 셈이다. 여기에 KAI는 미국 방산업체 록히드마틴과 함께 미 공군과 해군의 군용기 획득사업에 참가할 계획이다. 이 사업에 필요한 전투기는 적게는 500대에서 많게는 7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도약', 신사업 투자 가속화…R&D 스케일도 확 커진다
신사업을 위한 판은 깔렸고 가속 페달을 밟을 일만 남았다. KAI는 올해 초 시무식 행사에서 강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30여명이 'KAI 제2의 도약'을 결의한 바 있다.
눈길이 가는 지점은 이제 미래 지향점의 세부적인 면면이다. KAI는 6세대 전투기는 물론 AAV와 우주탐사선 등도 겨냥한 상태다. 방산회사라는 틀을 넘어 하늘·우주길을 동시다발적으로 겨냥할 때 경쟁업체들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출은 이미 시작된 상태다. KAI는 2028년까지 AAV 체계개발 사업에 총 1500억원가량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가 진행되는 AAV 개발 1단계(2024∼2025년) 사업비 553억원이 지난 3월 이사회를 통해 투입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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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사업을 위한 의지도 결연하다. 올해 초 KAI는 입장문을 내고 2조원대 규모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 주관 제작사 선정 입찰을 포기했다. 업계는 KAI가 정부 발주 중심의 사업보다 상업성이 높은 재사용발사체, 우주비행체 등의 개발에 집중할 것으로 본다.
미래의 초석을 놓는 연구개발(R&D) '씀씀이'도 달라질 예정이다. 지난해 KAI는 R&D 비용으로 1631억원을 지출했다. 그런데 앞으로는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후 6~10년간 R&D 비용은 매출의 5~10%인 3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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