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조선·전력기기' 약진에 HD현대그룹, 크레딧도 날았다③계열사 2023년 이후 등급 상향 기조…지주사에도 '긍정적'
김슬기 기자공개 2024-07-15 13:10:33
[편집자주]
2024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올해는 유독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졌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3: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그룹(옛 현대중공업 그룹)이 최근 2년새 눈에 띄는 신용등급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HD현대그룹은 크게 조선, 건설기계 및 전력기기, 정유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고 최근 업황 개선세에 힘입어 HD현대를 필두로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거나 등급 전망이 '긍정적'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많았다.과거 HD현대그룹은 HD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하고는 채권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았지만 신용도가 올라가면서 회사채 조달 역시 활발하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 3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회사채로 조달했다. 다만 업황이 좋지 않은 HD현대케미칼의 경우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 한신평, HD현대 A+로 상향…나머지는 '긍정적' 전망 조정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신용등급 상향 기조를 띠고 있다. 특히 한국신용평가는 그룹 지주사인 HD현대의 신용등급을 '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다른 신용평가사들의 경우 등급은 A0로 종전과 동일하게 평가했고 전망을 '긍정적'으로 변경했다.
HD현대는 2017년 4월 옛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로 설립된 그룹의 지주사로 HD현대일렉트릭, HD현대사이트솔루션, HD현대마린솔루션, HD현대오일뱅크 등을 자회사로 가지고 있다. 지주사인만큼 주력 사업 자회사들의 신용도 영향을 받는다. 배당수익 뿐 아니라 임대료, 상표권 수익 등이 발생하고 있다.
HD현대 신용등급은 이미 지난해에도 상향조정이 한 차례 이뤄졌지만 올 들어서 추가적으로 조정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신용평가가 앞서 등급을 A+로 평가하면서 등급 스플릿(불일치) 상황이지만 하반기 여타 신용평가사의 조정 가능성도 크다. 회사 재무안정성과 주력 사업자회사들의 신용도 개선이 조건이기 때문이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해 5월 HD현대마린솔루션의 기업공개(IPO)에 따라 재무융통성이 제고됐다"며 "IPO 과정에서 HD현대의 구주매출이 없어 현금 유입이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장부가 대비 높은 시장가치를 감안하면 보유 지분가치의 활용 가능성 측면에서 재무융통성이 제고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HD현대는 현재 조선 부문(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 건설기계 및 전력기기 부문(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등), 정유 부문(HD현대오일뱅크) 등으로 나뉜다. 특히 2021년 8월 HD현대인프라코어 편입으로 그룹 내 건설기계 부문의 비중이 확대되면서 정유 및 조선업 의존도도 완화됐다.
◇ 나신평, HD현대중공업·삼호 '긍정적'…HD현대일렉트릭은 등급 상향
지주사의 등급 조정에는 주력 자회사의 개선이 핵심이었다. 그룹 내 매출 절반을 견인하고 있는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지난해 실적이 저하됐지만 올해 들어서는 수익성이 소폭 개선되고 있다. 신용등급 및 전망은 'AA-, 안정적'으로 과거와 큰 변화는 없지만 신용도를 지지하고 있다.
눈에 띄는 부분은 조선 부문이다.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 부문은 2021~2022년 원자재 가격 급등, 통상임금 소송 관련 충당금 등으로 영업손실이 지속됐지만 2023년 흑자로 전환했고 꾸준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A0)과 HD현대삼호(A-)는 지난해 모두 등급이 상향조정됐다.
해당 두 기업은 올해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전망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박현준 책임연구원은 "HD현대중공업은 고선가 상선 물량의 매출 비중이 증가하고 해양부문의 고정비 완화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차입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HD현대삼호 역시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또한 건설기계 및 전력기기 부문의 약진이 돋보였다.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는 모두 지난해 하반기 신용등급이 A-에서 A0로 상향조정됐다.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은 올 상반기 한국기업평가, 나이스신용평가가 등급을 A-에서 A0로 상향 조정했고 한국신용평가는 'A-,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계열사로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 향후 3년간 안정적인 매출기반을 확보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2조7028억원, 영업이익 3152억원이었고 올해 연간 전망치는 매출 3조4576억원, 영업이익 5343억원이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발 전력 증가 기대감이 큰 것이다.
다만 HD현대케미칼의 경우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신용등급은 A0다. 중국에 따른 공급부담 가중과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위축 등 업황이 부정적이고 이로 인해 실적도 저하됐다. 2022년 8조원대였던 매출은 2023년 5조7000억원대까지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3000억원대에서 10억원대로 줄었다.
◇ 채권시장 존재감 커지는 HD현대그룹, 올 상반기 1.34조 조달
전반적인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HD현대그룹 계열사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 기조에 따라 채권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커졌다. 과거 그룹 내 유일한 AA등급인 HD현대오일뱅크 정도가 정기 이슈어였으나 2023년 이후에는 다른 계열사의 발행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2년 HD현대그룹의 전체 공모채 발행량은 4810억원이었고 2023년 1조6100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1조3400억원을 조달했다. HD현대오일뱅크를 시작으로 HD현대중공업, HD현대케미칼, HD현대, 현대코퍼레이션,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일렉트릭 등이 조달에 성공했다.
올해 수요예측을 진행한 발행사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총 7000억원 모집에 6조8050억원의 수요가 모였다. 10배에 가까운 수요가 모이면서 증액발행에도 성공했다. 특히 4월에 발행한 HD현대일렉트릭과 HD현대건설기계 2·3·5년물은 개별민평대비 43~111bp 낮은 수준에서 채권을 발행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HD현대 그룹의 경우 핵심사업인 조선업황이 좋다"며 "사실상 그룹 재무상황이 매우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특히 HD현대일렉트릭이 영위하는 전력기기 등이 가장 주목받고 있고 주력 사업이 호황 사이클을 탔기 때문에 크레딧 시장에서도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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