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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정기 신용평가 점검]2년 연속 방향성 '아래쪽'...석유화학 우려 '여전'[총론]등급하향 및 '부정적' 평가 기업 늘어…롯데케미칼 '부정적'으로 수렴

김슬기 기자공개 2024-07-10 13:13:53

[편집자주]

2024년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신용평가사 3사는 4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장기 신용등급을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한다. 올해는 유독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 고금리 등으로 인한 재무 부담이 확대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졌다. 더벨은 채권시장이 주목하는 기업과 그룹, 넓게는 산업의 신용등급 변화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8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신용평가사 3곳이 정기 신용평가를 마무리지었다. 지난해에 이어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평정 방향성은 하락 우위였다. 2023년 이후 경기침체, 고금리 등으로 인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여건이 악화되면서 2년 연속 신용등급 하향 리스크가 커졌다.

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컸던 산업군은 석유화학 업종이다. 업황 부진이 길어지면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졌다. 특히 롯데그룹의 신용도를 지탱하는 롯데케미칼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롯데지주 역시 영향을 받으면서 크레딧 리스크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SK그룹의 경우 시장 전망보다는 등급 변화가 눈에 띄지 않았다. 자동차업의 경우 업황이 호조를 띄면서 현대자동차의 'AAA' 등급 탈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장기간 침체의 늪을 지나 흑자전환 마무리 단계에 돌입한 조선업 역시 개선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 2023년 이후 하락세 유지, 3사 방향성 일치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3사의 정기 신용평가가 마무리됐다. 한국기업평가는 6개의 신용등급이 상승했고 23개사의 신용등급이 하락했다. 한국신용평가는 3개사가 상승, 15개사가 하락, 나이스신용평가는 11개사가 상승, 27개사가 하락했다. 이는 금융사, 비금융사를 모두 합산한 수치다.


한국기업평가의 경우 전년대비 상승건수가 1건 늘었고 하락건수는 8개 늘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의 상승 건수는 전년대비 줄고 하락건수는 증가했다. 결과적으로 신용평가사 3사 모두 등급 하락기조가 이어졌다.

2021~2022년 정기 신용평가 때만 해도 글로벌 경기부양 정책에 따라 실적이 회복됐고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해 신용등급 상승 우위 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2년 하반기 부동산 PF 리스크가 불거졌고 2023년 가파른 금리상승과 물가상승,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됐다. 이 때문에 2023년에는 신용등급 하향 추세로 돌아섰다.

등급 전망에 대한 방향성 역시 동일하다. 한국기업평가는 올 상반기 '긍정적' 전망 부여 업체가 22곳이었고 '부정적' 전망을 부여한 곳이 35곳이었다. 한국신용평가는 각각 14곳, 31곳, 나이스신용평가는 16곳, 29곳이었다. '부정적'으로 부여받은 업체들은 짧으면 6개월 내에도 등급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사 3사별로 차이점은 크지 않았지만 업황이 비우호적인 곳들을 중심으로 하향 기조가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석유화학 업종 '빨간불'…타격 큰 롯데그룹

등급 하향 기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우려가 가장 컸던 업종은 석유화학 업종이다. 신용평가사 3사의 정기평가 결과를 보면 총 9개 회사의 등급이 하향 되거나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특히 한화토탈에너지스와 에스케이피아이씨글로벌, 효성화학은 모두 한 노치 하향조정되면서 'AA-, 안정적', 'A-, 안정적', 'BBB+, 안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세 곳을 모두 평가한 나이스신용평가는 "연초 중국 경제활동 재개를 시작으로 시황의 점진적인 회복을 전망했으나 수요 증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국내사들은 중국 업체 대비 높은 원가구조 등으로 사업경쟁력이 약화됨에 따라 수급이 개선되더라도 이익창출력이 과거 대비 미흡한 수준에 그치고, 수익창출력 대비 높은 채무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등급 전망은 각 신용평가사별로 의견이 갈리는 곳들도 있었으나 3사가 의견이 동일했던 기업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AA0에서 AA-로 등급이 떨어진 후 1년만에 전망 역시 '부정적'으로 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은 석유화학 업종 내에서 LG화학 다음으로 외형이 큰 데다가 그룹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화솔루션의 경우 나이스신용평가는 '부정적'으로 조정했으나 한국기업평가는 전망을 조정하지 않았고 HD현대케미칼의 경우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의견을 일치시켰으나 한국신용평가는 아직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SK어드밴스드와 여천NCC의 경우 등급을 보유한 곳들은 모두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석유화학 업종 내 SK그룹 계열사들의 등급 조정이 컸으나 시장에서는 롯데케미칼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SK그룹의 핵심 포트폴리오가 석유화학 업종이 아닌데다가 사업 내 차지하는 비중 역시 크지 않아서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롯데지주의 신용도에 영향을 미치는만큼 그룹 내 계열사 전반으로 전의될 가능성이 크다.

◇ 방향성 엇갈린 건설·자동차 업종…하반기 SK그룹 변화 여부에 '주목'

석유화학업종 외에도 건설업종도 부정적이었다. 여기에 PF 등 부동산금융자산 건전성 우려와 유동성 부담 등이 상존하는 증권사나 캐피탈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 업체에도 영향을 미쳤다. SK증권, 엠캐피탈, 오케이캐피탈, KB부동산신탁, 한국토지신탁 등이 등급이 떨어지거나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등급이 떨어지거나 전망이 '부정적'으로 바뀌는 가운데에서도 크레딧 호재가 있는 업종이나 기업들도 있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되면서 그룹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자동차에 대해 이미 AAA로 상향조정했고 다른 신평사들은 'AA+, 긍정적'으로 조정했다. 기아와 현대카드도 마찬가지다.


조선업종이나 민자발전업종 역시 업황이 긍정적이다. 특히 조선업종은 흑자전환이 마무리되는 단계인만큼 각 신용평가사 별로 등급 전망이 변동하고 있다. 한화오션이나 삼성중공업, HD현대중공업, HD현대삼호 등이다. 민자발전 및 전력기기 업종 역시 GS EPS 등을 필두로 등급 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에는 하락 위험이 있는 곳들을 중점적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특히 SK그룹 내에서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히는 SK온의 경우 영업실적 부진과 투자 부담 등에도 등급 및 전망이 'A+, 안정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크레딧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다. 석유화학 및 2차전지 관련 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SKC(A+)는 등급전망이 3사 모두 '부정적'으로 변경됐다.

크레딧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석유화학 부문 내 실적이 정상화되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고 SK그룹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있는데 실적 개선여부와 자회사 매각 여부 등을 시장에서 주목해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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