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 AI 바람]제도 완화 움직임, 금융 AI 발전 기대감 '점증'③망분리·클라우드 규제 개정, 이르면 이달 발표
윤기쁨 기자공개 2024-07-19 06:20:33
[편집자주]
금융투자업계가 수익성 제고와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AI(인공지능) 기술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상품과 서비스 확대로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퇴직연금을 비롯해 신사업 뿐만 아니라 내부 리스크 관리, 인력 절감 등 다방면에서 AI가 적용되면서 중요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벨은 3편에 걸쳐 국내 증권사들의 AI 활용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6일 09:54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AI 도입에 잇따라 나서고 있지만 활용도나 적용 수준은 아직 낮은 단계다. 이 배경에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제도들이 있다. 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규제 환경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업계는 기술이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양질의 빅데이터 확보 지원(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 구축, 데이터 전문기관 추가 지정) △활성화 제도 정립(망분리·클라우드 규제 개선) △환경 인프라 구축(테스트베드 제공) 등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도 규제 체계 전반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느끼며 올해 들어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과 직결돼 있는 만큼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제도 개정안이 발표될 경우 금융투자산업의 AI 상용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 수집 한계로 AI 고도화 '진땀'…반쪽짜리 서비스
다수의 금융투자회사들은 현행 금융 관련 제도들이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법적인 제약으로 AI 활용이 제한되면서 높은 수준의 금융상품·서비스 제공과 비용 절감·수익성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렵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무엇보다 기술 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어렵다는 데에 입을 모은다. 빅데이터와 러닝머신은 AI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이를 축적하고 학습하는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업종 특성상 사용되는 용어들이 전문적이고 다양해 대량의 데이터들이 필요하지만 수집이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내 금융권은 내부 업무망과 외부 인터넷망을 의무적으로 분리해야하는 '망분리'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통상 일반 회사들은 개발 단계에서 외부에 공개된 다양한 알고리즘들을 가져와 테스트하고 이를 변형, 서비스에 최적화하는 식으로 시간과 비용을 아끼고 있다. 반면 증권사들은 망분리로 인해 외부 인터넷 접속 자체에 제약이 있다.
또 데이터를 축적하더라도 사용 후 곧바로 파기(재사용 금지) 해야하고, 데이터 취득도 정부가 지정한 전문기관 △신용정보원 △금융결제원 △금융보안원 △국세청 등 4곳에서만 할 수 있다. 민간 정보들은 접근이 제한돼 있고 정제된 자료들만 확보할 수 있어 기술이 확장되거나 고도화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에 증권사들은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들을 독자적으로 수집하는 식으로 이를 해결하고 있다. 직원들이 직접 예상 질문과 답변을 일일이 작성하고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외주 용역을 고용하는 식이다.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은 중소형사들이 도입을 망설이는 이유기도 하다.
절대적인 데이터양이 부족한 탓에 제공되는 서비스도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챗봇과 AI 플랫폼을 출시하더라도 쌍방향 의사소통이 제한되는 등 부분 자동화에 머물러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망분리·클라우드 규제 완화 '주목', 이달 말 개정안 발표
선진국은 이미 관련 법안들을 마련하고 시행하면서 금융 AI 산업이 빠르게 발전했다. 프론트(IB·WM·영업) 뿐만 아니라 미들(리스크·준법관리), 백오피스(경영지원·인사·총무)까지 전 영역에 걸쳐 AI 활용이 보편화되면서 주도권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AI 개발 및 사용'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금융회사들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적극적인 AI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거나 도입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개인정보 불법 사용 규제 지침, 안정성 평가 의무화 항목 등도 추가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싱가포르도 '금융분야 AI·데이터분석 활용해 관한 14개 FEAT 원칙'을 마련했다. △감독 당국 승인 △데이터 공시 △정기적 리뷰와 검증 △사용 데이터와 영향에 대한 명확한 설명 등 다수의 조항을 통해 AI 기술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게 했다.
한국 정부도 업계 의견을 상당 부분 수용해 올해를 기점으로 제도 완화에 나설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말 공식 발표되는 개정안에 따라 증권·자산운용사들의 AI 구축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권 AI 협의회'를 발족하고 전문가와 실무자들과 계속해서 AI 적용·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개정안에는 우선적으로 데이터 수집과 접근을 방해하는 망분리·클라우드 규제 완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크다. 내부망에서 인터넷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허용하고, 인공지능 프로그램 개발 업무에 인터넷망을 쓰도록 열어주는 방안도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데이터를 파기하지 않고 저장·공유·개방해 활용할 수 있는 금융샌드박스 '금융 AI 데이터 라이브러리'를 제도화하거나 △금융사 간 협력으로 공동 빅데이터 인프라 구축 △데이터전문기관 추가 지정 △금융 AI 테스트베드 구축 등도 논의되고 있는 사안들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AI를 도입하려면 관련 규제에 따라 내부 테이터를 일일이 디지털화하거나 개인정보취급 동의를 받아야하는 등 번거로움이 크다"며 "정부가 물꼬만 터준다면 성장이 이뤄질 산업인데 리스크와 비용만 줄어도 중소형사들의 참여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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