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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딤펀드 론칭]'시장성 불투명'…소규모펀드 전락 우려 한목소리④대형사 신규펀드 대응 속 중소형사 기존 펀드 활용

이돈섭 기자공개 2024-07-22 07:36:23

[편집자주]

올해 금융투자협회의 핵심 연금사업 중 하나는 디딤펀드 론칭이다. 금투협회는 올 9월 증권업계 퇴직연금 사업자 온라인 모바일 채널에서 디딤펀드 상품을 출시하기 위해 현재 자산운용사와 퇴직연금 사업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중이다. 디딤펀드 사업에 대한 의견이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추진 배경과 향후 활성화 가능성 등을 면밀히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7일 15:01 theWM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투자협회의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금융투자업계의 디딤펀드 사업에 대한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디딤펀드 사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대부분 사업성이 불투명하다는 데서 기인하고 있다. 투자 수요에 대한 예측 작업 없이 시장이 커질 테니 상품을 출시해보라는 말만으로는 회사 자원을 동원하기가 꺼려진다는 게 운용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디딤펀드 라인업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자산운용사 수는 적지 않지만 운용사들이 실제로 상품을 출시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대형사의 경우 인력 운영 측면에서 여유가 있어 시장 대응이 용이하지만, 중소형사는 현실적 재원과 소규모펀드 이슈 등 고려해야 할 사안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디딤펀드 라인업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운용사의 가장 큰 고민은 상품 출시 후 어느 정도의 적립금을 끌어올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신규 펀드를 출시할 경우 소규모펀드로 지정되지 않으려면 1년 내 50억원 이상 적립금을 끌어모아야 하는데, 트랙레코드가 전무한 상태에서 시딩 투자 없이 펀딩을 일으키기는 결코 쉽지 않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시장 수요에 대한 파악없이 무작정 상품 출시를 기획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꼬집으면서 "연금 시장 성장성을 보고 사업 참여 의지는 밝혔지만,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특별한 인센티브도 없는 상태에서 디딤펀드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실적 여건을 들어 사업 참여를 고민하는 하우스도 적지 않다. 디딤펀드는 전체 재산 내 주식 비중이 50% 미만이어야 한다. 디딤펀드를 출시하려면 채권운용 조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신규 펀드 론칭을 통해 사업에 참여키로 결정한 곳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포함한 대형 종합자산운용사가 대부분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대형사 입장에선 정책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 자체로 부담일 수 있다"며 "반면 중소형 운용사 입장에선 운용역을 확보하는 것 자체부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존 펀드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다. 일단 기존 펀드를 활용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현재 순자산 50억 이상 BF를 운용하고 있는 운용사는 13곳. 신규펀드를 통해 사업에 참여키로 사실상 가닥을 잡은 일부 대형사 서너 곳을 제외하면 기존 펀드로 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운용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제한적이다.

기존 상품을 활용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기존 펀드 자체를 디딤펀드로 리뉴얼하는 방법과 기존 펀드에 투자하는 자펀드를 설정하는 방법이다. 디딤펀드 요건을 갖춘 기존 펀드가 있다면 통째로 재편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라인업이 없을 경우 자펀드를 설정해 주식투자 비중을 조정함으로써 상품 요건을 만족할 수 있다.

대표적인 하우스가 NH아문디자산운용과 IBK자산운용 등이다. 기존 OCIO 공모펀드와 EMP 공모펀드 펀드 등 외형 규모가 크고 일정 기간 이상의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는 BF를 모자형으로 재편해 소규모펀드 이슈를 사전에 차단하고 모펀드 운용 레코드를 시장에 소개함으로써 퇴직연금 적립금 확보 경쟁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기존 펀드를 아예 디딤펀드로 선보이는 곳은 DB자산운용이 대표적이다. DB운용은 지난해 8월 설정한 'DB OCIO 자산배분 중립형'을 디딤펀드로 리뉴얼한다는 방침이다. 17일 현재 이 펀드의 주식투자 비중은 약 40%. 운용규모는 11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1년여 간의 트랙레코드를 보유하고 있어 시장에 소개하기 용이한 측면도 있다.

신영자산운용의 경우 기존 펀드에 재간접 투자하는 BF를 모자형으로 출시한 뒤 자펀드를 디딤펀드 라인업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기존 펀드 라인업에 재간접 투자하는 만큼 그간의 운용 이력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 책임투자 차원에서 고유재산을 모펀드에 투자해 적정운용 규모를 확보하는 방안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 운용사들이 각자 상황에 맞춰 상품을 준비하고 있지만 시장 안팎에서 사업 활성화를 위해선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협회 차원의 사업이라 인센티브 정책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제 혜택 등과 같은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언급했다.

퇴직연금 사업자 대상의 지원책도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 시장에 정책 과제들이 계속 소개되면서 퇴직연금 사업자들도 여기에 대응하느라 손이 모자를 지경"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디딤펀드 사업에 신경을 쓸 수 있게 하려면 사업자 지원을 이끌만한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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