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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바이오는 지금]'비전은 신약' 돈·기술·인프라 갖춘 '준비된 플레이어'②리스크 최소화, CMO·시밀러 첫발…톱티어 필수관문 신약개발 '저울질'

차지현 기자공개 2024-07-23 13:57:06

[편집자주]

삼성그룹이 바이오제약을 신수종사업으로 선정한 지 14년여가 흐른 지금 그간 이룩한 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통해 연간 매출 3조원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글로벌 톱티어로 거듭나려면 '신약'은 필수다. 성공 확률이 0.001%도 안 될 정도로 희박한 꿈이지만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신약개발 사업을 할 수 있을까. 더벨이 삼성그룹 바이오 사업의 현재와 미래를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9일 13: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사업. 삼성그룹 선대회장들이 헬스케어 분야 진출을 고민했을 때 마음 한 켠에는 '신약개발'의 꿈이 자리했다. 현실의 벽 앞에서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과 바이오시밀러라는 사업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제 새 판을 짜야 할 시기가 다가왔다. 기존 사업에 성장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신약개발은 창업주의 유지(遺旨)를 따르는 동시에 퀀텀점프를 가능케 할 승부수다. 자금력과 기술력 그리고 밸류체인까지 기초체력도 쌓았다. 그야말로 준비된 플레이어다.

◇신수종 바이오, 리스크 최소화 방점…CMO·시밀러 첫발

삼성그룹이 바이오 분야에 진출하면서 택한 전략은 리스크 최소화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MO는 타사 의약품을 대신 생산하는 사업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이다. 모두 불확실성이 낮으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낸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 CMO 사업은 삼성전자가 성공신화를 쓴 반도체 사업과 유사한 지점이 많았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주문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약품 CMO와 비슷하다. 사업의 본질이 바이오가 아닌 생산 공정을 컨트롤하는 역량에 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신약개발은 자신 있는 분야가 아니었다. 통상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 데 평균 10년, 1조원 가량의 기간과 비용이 든다. 인내심이 있다고 다 성공하는 사업도 아니다. 신약개발 성공 확률은 0.001%다. 삼성이라도 선뜻 나서기 쉽지 않았다.


사실 삼성의 신약개발은 일거수일투족이 업계의 관심 대상이었다. 막강한 자금력이 받쳐주는 삼성이 움직여야만 국내 바이오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나왔다. 실제 1999년께 바이오생체칩(DNA칩)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도 했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이 당시 사업 기획을 주도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빠른 기간 내 1등을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모든 사업에서 1등을 하겠단 욕심을 버리고 실용주의를 택한 셈이다. 삼성그룹은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복제약으로 먼저 노하우를 축적한 뒤 신약에 도전하는 그림을 그렸다.

결과적으로 이런 결정은 신의 한 수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 세계 빅파마 상위 20곳 중 16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명실상부 글로벌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총 11종 바이오시밀러 제품 및 파이프라인을 보유했다. 2022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 데 따라 작년 업계 최초 매출 3조원,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신약개발, 중요성과 당위성…'이재용의 바이오' 과제

타사 제품에 의존하는 바이오의약품 CMO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경우 복제약 특성상 개발할 수 있는 제품이 제한적인 데다 시장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는 추세다. 시간이 지날수록 R&D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아지는 문제를 안고 있다.

특허 전쟁은 더 큰 고민거리다. 오리지널 개발사가 장벽을 한층 공고하게 쌓아 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만 해도 특허 관련 소송 건수가 2022년 10건에서 2023년 25건으로 대폭 늘었다. 특허 소송의 강도 자체가 달라지기도 했다.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등은 특허 이슈로 품목허가를 획득하고도 제품 판매가 불투명한 상태에 놓였다.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리베이트 비용, 법률 싸움에 드는 소송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데 따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만 성공하면 돈을 쓸어 담던 때는 끝났다'는 얘기가 돌 정도다. 결국 해답은 신약개발 뿐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시적인 영향을 차치하더라도 신약개발은 선대회장의 유지를 받들 사업이자 제약바이오 기업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과업이기도 하다. 잘 키운 신약 하나는 작은 바이오벤처를 단숨에 글로벌기업 반열에 오르도록 만들 만큼의 파급력을 지닌다. 변두리 사업에만 그친다는 평가를 받는 삼성그룹이 글로벌 톱티어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 신약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입장에서도 바이오제약은 중요한 사업이다. 그룹이 5대 신수종사업을 선정할 당시 신사업 추진단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면서 깊게 관여한 그다. 그룹 바이오 사업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것도 이재용 회장이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에피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반도체가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레거시라면 바이오는 이재용 회장의 독자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

◇DNA·자금력·기술력 다 갖춘 플레이어, 남은 건 실행

관건은 삼성그룹이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했는지다. 이제껏 성과로 보면 답은 '그렇다'로 보인다. 자금력과 기술력 그리고 그룹 차원의 인프라까지 준비된 플레이어다.

생산설비 확충 등 투자 부담이 있지만 연간 조단위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모기업의 탄탄한 자금력도 뒷배다. 바이오의약품 CMO와 시밀러 사업으로 기술력도 쌓았다. 맨손으로 기업을 일군 집념과 도전 DNA가 있기에 제아무리 어려운 신약개발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꼬박 9년을 투자해 64K D램이라는 반도체를 개발해 낸 선대회장의 정신은 신약개발에도 적용 가능하다.

여기에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까지 갖췄다. 성균관대 의과대학부터 강북삼성병원, 삼성서울병원, 삼성창원병원에 이르는 종합병원 네트워크는 신약개발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삼성전자, 삼성SDS, 삼성생명 등과 헬스케어 분야에서 협력할 여지도 많다. 현재로선 계열사 간 스킨십이 활발하지 않지만 필요하면 언제든 서로를 파트너로 만들 수 있다.

삼성그룹도 신약개발을 두고 지속해서 타이밍을 저울질 중이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사장은 물론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등 주요 인물들은 비공식 석상에서 신약개발로 나아가야 한다는 방향성을 지속해서 피력해 왔다. 미국 신약개발 바이오벤처 인수합병(M&A) 등 물밑 작업도 꾸준하게 하고 있는 걸로 파악된다. 최근 들어 그 움직임이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는 데 주목된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자금과 기술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삼성 같은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어느 정도 기초체력이 쌓인 데다 SK 등 경쟁사가 바이오 영역에서 가시화한 성과를 내고 있는 걸 보면서 삼성그룹도 신약개발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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