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시장 '치매' 개화 길목에 서다]바이오오케스트라 메가딜 파워, BBB 투과율 높인 BDDS류진협 대표, 다케시 이와츠보 교수에 수학…RNA 기반 차별화, BMD-001 임상 촉각
차지현 기자공개 2024-09-02 08:27:40
[편집자주]
인류 건강 최대 난제인 치매. 일라이릴리가 3번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키썬라를 상업화 하면서 다시 한번 치매 시장에 대한 관심이 급부상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대표되는 치매 치료 '옵션'이 만들어졌지만 여전히 미지의 영역, 미완의 과제다. 더 많은 기업들의 공조 그리고 경쟁이 필요하다. 근본 치료 외 예방과 사후관리 등 시장의 '판'을 깨는 옵션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혁신신약 개발 기대주부터 진단과 사후 관리를 포함한 '치매 치료 전주기'를 노리는 기업들까지 더벨이 치매 시장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30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오오케스트라는 시리즈C 라운드에서 총 545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인정받은 프리밸류는 4500억원. 비슷한 시기 같은 단계 투자를 유치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들 대비 약 4배에 달하는 기업가치였다.메가딜의 배경은 기술력이었다. 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의 핵심인 혈액뇌장벽(BBB) 투과율을 높인 플랫폼 기술이 투자자들을 사로잡았다. 유전자 치료물질이 뇌 안으로 안정적으로 전달하도록 돕는 자체개발 플랫폼이다.
작년 초 1조원대 기술수출 빅딜을 성사하면서 투자자들의 믿음에 화답했다. 다만 기술수출의 질을 가늠할 수 있는 거래상대방이나 선급금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구심도 있다. 결국 또 다른 기술수출 성과를 통해 기술력을 증명하는 게 주어진 과제로 거론된다.
◇치매 유발 miRNA 없애는 기전 약물 개발, 자체 DDS 강점
바이오오케스트라 창업자 류진협 대표는 일본 동경대 의대에서 병리 면역 미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뇌질환 전문가다. 미생물 면역과 단백질 분해 분야 대가인 사사카와 치히로 교수,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 권위자인 다케시 이와츠보 교수가 그의 스승이다.
류 대표가 박사 과정 중 알츠하이머 관련 바이오마커를 발견했고 창업으로 이어졌다. 대다수 리보핵산(RNA) 치료제 개발사가 희귀질환 쪽에 집중하는 것과 달리 바이오오케스트라가 RNA 기전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바이오오케스트라의 핵심 기술은 메신저리보핵산(mRNA)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RNA 설계 기술이다. 안티센스올리고 뉴클레오티드(ASO)를 뇌로 주입해 알츠하이머 관련 마이크로RNA(miRNA)의 과발현을 막는 기전이다. 이로써 아밀로이드베타 침전물을 없애는 약물을 개발 중이다.
여기엔 허들이 존재했다. 바로 전달체다. RNA는 항체의약품 대비 크기가 작아 BBB 투과도가 높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항체의약품보다 물질 안정성은 떨어진다. 온도 변화 등 주변 환경에 취약하고 몸 속 분해효소들에 의해 빠르게 분해된다. 이로 인해 물질을 안정적으로 전달하는 약물전달시스템(DDS) 기술이 필요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바이오오케스트라는 DDS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후 회사 사명을 딴 '바이오오케스트라 드러그 딜리버리 시스템(BDDS)'이 탄생했다. 알츠하이머 신약 물질에 해당하는 ASO가 BBB를 잘 투과하도록 코팅하는 기술이다. BDDS를 활용하면 정맥주사 방식으로 RNA 물질을 뇌세포까지 전달할 수 있다.
경쟁 업체로 꼽히는 RNA 기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사 앨라일람은 뇌전달 물질로 'C16'을 활용한다. C16은 짧은 길이의 지질 분자로 RNA 말단에 C16을 붙여 원하는 타깃을 CNS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현재 C16에 siRNA를 붙인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 'ALN-LPP'을 개발 중이다.
공개된 정보가 제한적인 만큼 바이오오케스트라의 BDDS와 앨라일람의 C16을 직접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투약 편의성 측면에선 BDDS가 더 우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C16는 척수강에 주사해야 하는 반면 BDDS는 정맥투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1조 L/O지만 거래 상대·선급금 비공개, 지속성 입증 관건 '추가 성과'
다수 투자자가 이 같은 바이오오케스트라의 기술력과 성장성에 베팅했다. 메가딜로 주목을 받은 시리즈C 라운드엔 이전 시리즈 A와 B, 시리즈 B 브릿지까지 참여했던 기존 주주가 참여했다. 원래 목표했던 400억원을 초과한 투자 제안을 받아 시리즈C 투자액을 545억원으로 증액했다.
그리고 바이오오케스트라는 대규모 기술수출 성과로 투자자 믿음에 보답했다. 지난해 3월 미국의 한 제약사에 BDDS 플랫폼을 최대 8억6100만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로 이전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비상장사 중에서는 작년 한 해를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이었다.
하지만 기술수출 계약 상대방이나 선급금 규모는 공개하지 않아 시장의 의구심을 샀다. 거래 상대방에 대한 정보 및 반환 의무가 없는 선급금은 기술수출의 질을 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다. 단순히 총 계약 규모로는 실제 수령가능한 액수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대규모 기술수출 계약을 성사하고도 작년 하반기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탈락한 것도 기술수출 계약에 대한 신뢰도가 낮았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회사는 두 곳의 전문 평가기관으로부터 각각 BBB 등급을 받아 기술성 평가 문턱을 넘지 못했다.
결국 주요 파이프라인의 임상 단계를 진척시키고 추가 기술수출 성과를 올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증명하는 게 주어진 과제로 거론된다. 바이오오케스트라가 보유한 파이프라인을 BDDS 기반의 RNA 치료제 후보물질 'BMD-001'을 포함해 총 7개다. 다만 이 가운데 본임상에 진입한 파이프라인은 아직 없는 상태다.
바이오오케스트라 관계자는 "현재 사업 계획을 수정하고 내실을 다지고는 상황이라 세부 전략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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