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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무원 '해외법인'을 움직이는 사람들]조길수 풀무원USA 대표, 식문화 패러다임 변화 주도2018년 취임 후 R&D 강화 앞장, 생산 인프라 발판 B2B 사업 확대 추진

정유현 기자공개 2024-09-11 07:33:50

[편집자주]

풀무원이 올해 해외 사업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1991년 미국에 법인을 설립하면서 글로벌 진출에 나선 지 약 33년 만이다. 해외에서 생산 능력을 강화하고 물류 효율화를 추진한 영향에 현금이 돌기 시작했다. 덕분에 적자폭을 빠르게 줄이며 연간 실적 '턴 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더벨은 풀무원의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한 해외 법인을 이끌고 있는 주요 인물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14: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기'라는 단어는 위험과 기회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위험한 순간에도 항상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조길수 풀무원 USA(Pulmuone U.S.A) 대표(사진)가 리더로서 걸어온 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풀무원으로 둥지를 옮기기 전 몸담았던 디아지오코리아 대표로 임명된 때는 위스키 시장이 하락세를 타는 시기였다. 침체 속에서도 기회를 포착해 신제품과 새로운 주류문화 공간을 창출하는 등 굵직한 성과를 냈다. 풀무원 미국 법인에 합류한 때도 누적 적자로 인해 재무 부담이 적지 않은 시기였다. 하지만 또 '기회' 요소에 집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법인 대표로 투입돼 미래의 방향을 찾는 나침반 역할을 역할을 했고 노력이 통하고 있다. 조 대표는 미국 시장에서 두부를 넘어 대체육 등 혁신 제품을 출시하며 '식물성 지향' 식품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해외 사업의 핵심 축인 미국 법인에서 조 대표가 만들어가고 있는 성장 모멘텀에 관심이 쏠린다.

◇2018년 풀무원 USA 합류, 두부 및 아시안 누들 판로 확대

1963년생인 조길수 대표는 중앙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 존슨앤드존슨, 켈로그, 네슬레, 디아지오코리아 등을 거쳐 풀무원에 합류했다. 한국과 연결 고리가 있긴 하지만 공교롭게 외국계 기업에만 근무한 이력을 보유한 것이 눈길을 끈다.

연공서열이 없고 아이디어가 있으면 자유롭게 전개할 수 있는 조직에서 근무를 하면서 장기적인 시각에서 비전을 쌓아가는 방식을 터득한 것으로 보인다.

조 대표는 약 5년간 몸담은 디아지오코리아를 떠나 2018년 풀무원의 해외 법인의 심장이라 볼 수 있는 미국 법인의 대표로서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 약 2년 후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고민이 깊어지는 듯했으나 오히려 미국 지역에서는 기회의 시간이었다.

팬데믹 이후 미국 시장에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식물성 제품을 찾기 시작하며 두부가 고기 대체 단백질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풀무원은 미국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단백질 함량이 1.8배 높은 하이 프로틴 두부, 국내 두부보다 더 단단한 제품, 비비큐 소스나 데리야키 소스 등 다양한 소스로 맛을 낸 한입 크기의 두부 제품 등을 개발했다. 미국 소비자들이 싫어하는 콩 냄새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머리를 맞댔고 현지 특화 제품 라인업을 탄탄하게 구축한 상태였다.

이 같은 노력과 팬데믹 기회가 더해지며 미국에서 판매되는 두부 제품 10개중 7개는 풀무원 제품이 됐다. 풀무원의 다년간의 현지화 노력의 결과물이지만 조 대표가 취임 후 지속적인 R&D를 추진한 것도 동력이 됐다는 평가다. 조 대표는 두부 매출을 키우기 위해 미국 전역으로 판로를 확대하는데 집중했다.

조 대표는 두부뿐 아니라 풀무원의 생면 기술로 만든 아시안 누들을 전략 제품으로 삼고 판로를 넓혔다. 기존에 입점했던 코스트코와 아시안 마켓 채널 이외에도 창고형 회원제 할인매장(△샘스클럽 △알버트슨 △타겟 등의 메인스트림 유통 채널)에 추가 입점을 성사시켰다. 아시안 누들 매출은 2018년 1620만 달러에서 2022년 7220만달러까지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 급식 등 'B2B' 사업 강화 지속, 생산 인프라 발판 유럽 진출 계획

풀무원의 아시안 누들이 인기를 끈 것은 역시 품질 덕분이다. 미국은 저가형 건면과 냉동면이 주류였다. 프리미엄 냉장 생면 기술로 탄생한 제품이 미국 소비자들을 사로 잡은 것이다. 조 대표는 오프라인 판로 확장뿐 아니라 SNS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아시안 누들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격적인 영업을 강화할 수 있는 것은 지난해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길로이 생면 공장의 가동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면을 포함한 반제품을 수출해 미국 현지에서 조립하는 형태로 아시안 누들 제품을 판매해 왔다. 길로이 공장이 가동되면서 연 2400만 팩의 생면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물류비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조 대표는 2022년 말부터 B2B 시장에도 힘을 주고 있다. 매사추세츠대, 캘리포니아대 등 미국 동서부 총 18개 대학 캠퍼스와 식물성 지향 식품 입점 계약을 체결하고 대체육 스테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식물성 지향 식품을 공급하고 있다. '대학 급식 체인'과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외식 수요로 전망이 밝은 '레스토랑 체인'을 중장기 사업 성장을 위한 주요 공략 채널로 설정하고 현지 유통망 확보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실적에도 성과가 반영되고 있다. 2023년 풀무원 USA의 매출은 3654억9386만원, 당기순손실은 71억7036만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3% 증가하고 당기순손실은 2022년 407억원에서 5배 이상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까지도 호실적 흐름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풀무원의 해외 부문의 영업손실은 27억원대까지 축소돼는데 미국 법인의 호실적이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조 대표는 미국 법인의 외형과 내실 다지기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큰 흐름에서 풀무원 USA를 미국 식물성 식품 대표 브랜드로 안착시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미국 동부 아이어에 있는 두부 공장에서 두부 생산 라인을 확장해 캐나다와 유럽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풀무원 측은 "재정비된 생산 인프라를 바탕으로 탑 라인 성장과 수익성을 개선시키고 있다"며 "2024년에는 아시안 제품군의 미국 현지 생산을 바탕으로 K-푸드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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