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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부동산금융 업황 약화…PF 대신 영구채로 북 채우나잇따른 위기 신호에 PF 신용공여 관망…영구채, 유동화 금리 차에 캐리 수익 기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4-09-09 07:50:4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5일 16: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북(book, 자체운용한도)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벌이는 증권사 IB 파트에서 공격적으로 사모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인수하고 있다. 하우스마다 북의 총량이 고정돼 있기에 영구채 비중을 계속 늘리면 필연적으로 다른 사업에 투입할 수 있는 한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 간 국내 증권사가 이례적 호황을 맞이했던 건 무엇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통해 대규모 수익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동산금융에 대한 위험 신호가 포착되자 신용공여의 확대를 지양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PF의 빈자리 덕에 사모 영구채 인수가 탄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사모 영구채, 단일물량 7000억도 시장 소화…대규모 인수 강행, PF 빈자리 덕

IB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SK온을 비롯해 조달 니즈가 큰 대기업이 잇따라 사모 영구채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달 딜을 마무리한 한화솔루션의 경우 역대 최대 규모인 7000억원을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 사모 영구채 시장이 7000억~1조원에 달하는 단일 물량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사모 영구채 발행을 주관하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딜을 마무리할 때마다 자기자본 부담이 확대된다. 이슈어의 요청 탓에 곧바로 셀다운에 나서지 못하고 자체 북을 활용해 인수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북의 볼륨 자체가 작은 중견 하우스의 경우 다른 딜의 비중을 정리해 자체운용한도를 늘린 뒤 사모 영구채를 인수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금융 당국에서 강도높은 규제를 받는 증권사는 자기자본 여력에 따라 자체 북의 전체 물량이 확정돼있다. IB 파트뿐 아니라 WM 등 전 사업부에 나눠 배분된다. 한마디로 사모 영구채를 인수하는 누적 규모가 늘어날수록 다른 비즈니스에 북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진다.

증권사마다 사모 영구채를 대규모로 인수할 수 있는 배경엔 부동산금융의 침체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간 IB업계는 부동산 PF의 신용공여 볼륨을 숨가쁘게 확대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을 전후해 이례적 금리 인상과 위기 신호가 이어진 탓에 소강 상태에 놓여있다.

결국 증권가 전반의 PF 신용공여 규모도 올들어 축소 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기자본이 10조원 안팎인 증권사가 하나둘씩 늘어난 가운데 북의 여력을 가장 많이 투입했던 영역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줄을 잇는 사모 영구채를 대규모로 담을 수 있는 건 이런 공백이 있는 덕분이기도 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내부 방침이 다르지만 빈번하게는 분기에 1번씩 비즈니스의 북 비중을 조정하기도 한다"며 "수익 창출의 기회가 많은 곳에 북을 집중하고자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사모 영구채는 유동화를 거칠 때 2% 안팎의 금리 차를 누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출처:삼정KPMG
◇사모 영구채, ABSTB 발행으로 유동화…금리 인하기, 캐리 수익 추가 기대

증권업계에서 인수한 사모 영구채는 구조화를 거쳐 유동화물로 탈바꿈하는 게 대다수다. 주관사가 기초자산인 영구채를 그대로 소유하면서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를 발행하는 방향으로 유동화에 나서고 있다.

유동화시 인수 확약으로 신용도를 보강한 후 ABSTB를 찍고 있다. 하우스의 자체 신용등급으로 뒷받침한 ABSTB(3개월물)가 기초자산인 영구채의 콜옵션(중도상환권) 기한까지 계속 롤오버되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3개월마다 차환 발행에 나서야하는 만큼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돼있다.

다만 현재 시점은 금리 인상보다 인하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시점이다. 한국과 미국 양국의 금리인하 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이어진다. 최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코멘트를 남겼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역시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시기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증권사가 사모 영구채 인수를 통해 구축하고 있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채권 금리가 내려가는 상황을 반길 수밖에 없다. 기초자산(영구채)과 유동화물의 금리 차이를 누리는 와중에 금리 인하에 따라 캐리 수익까지 추가할 수 있다. 주관사로서 인수수수료를 확보하는 건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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