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0년을 전후로 본격화 된 제2 벤처붐 시기에 엄청난 투자가 이뤄졌다. 벤처펀드 주기를 감안할 때 머지 않은 시기에 그때 투자한 엑시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질 것이다. 벤처펀드의 주요 엑시트 수단인 기업공개(IPO)는 벤처붐 이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큰 변화가 없다. 향후 벤처펀드가 엑시트 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벤처캐피탈업계는 2022년 하반기 시작된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 속에서 갑작스럽게 혹한기에 진입했다. 흘러넘쳤던 시장의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펀딩이 힘들어지고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조정 속에 투자 심리도 얼어붙었다.
벤처 투자는 펀딩과 투자, 회수로 이뤄지는 사이클을 반복한다. 시장 주요 플레이어 대부분이 여전히 펀딩과 투자를 걱정하고 있다. 최근 만난 톱티어 하우스 CEO는 펀딩과 투자가 아닌 회수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2020년을 전후로 벤처투자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는데 이때 투자한 포트폴리오 기업에 대한 엑시트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전망이었다. 3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트의 말 속에는 한발 앞서 시장을 걱정하는 혜안이 있었다.
벤처펀드 운용 만기는 통상적으로 8~10년이다. 앞단 3~4년에 투자를 단행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회수를 진행한다. 제2 벤처붐 시기에 투자에 들어간 펀드는 조만간 회수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 국내 벤처펀드는 주로 IPO를 통해 포트폴리오 엑시트에 나선다.
문제는 한해에 상장하는 기업 수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0년 65개, 2021년 75개, 2022년 66개, 2023년 77개 기업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스팩 등을 제외한 일반 기업 기준이다. 1년에 평균적으로 70개 기업이 상장에 성공하는 셈이다.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이 많아진다고 상장 기업 개수가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거래소는 연간 상장 기업 개수와 마찬가지로 상장 평균 심사율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하려고 한다.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미승인 판정을 받는 기업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스타트업 상장을 위해 거래소에 편의를 봐달라고 무턱대고 조를수만도 없다. 거래소는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 상장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노력도 보여줬다. 코스닥시장에서 스타트업 트랙으로 평가 받는 기술성장특례나 성장성특례 등을 통해 IPO에 성공한 기술성장 상장건수는 2020년 25건, 2021년, 31건, 2022년 28건, 2023년 35건으로 우상향했다. 올해도 26개 기업이 기술성장기업으로 상장에 성공했다.
고질적인 엑시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IPO에 치중된 회수 시장을 바꿔야 한다. 인수합병(M&A) 활성화 등을 통해 회수 방안을 다각화 해야 한다. VC업계만의 노력만으로는 안된다. 정부, 산업계, 스타트업 등이 함께 중지를 모아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세컨더리펀드 활성화를 통해 만기가 다가오는 펀드의 포트폴리오 엑시트 고민을 덜어줘야 한다.
개별 벤처펀드 사이클은 펀딩에서 시작해 투자를 거쳐 회수로 마무리된다. 벤처캐피탈 기업 입장에서 엑시트나 회수는 단순한 마무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 기존 펀드의 청산은 새로운 펀드 조성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영미권에서 대학교 졸업을 '끝맺음'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커멘스먼트(Commencement)'로 칭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추후 새로운 벤처 붐이 도래했을 때는 엑시트 걱정을 하지 않도록 회수 시장이 보다 발전돼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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