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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Watch]'상장폐지' 티엘아이, 원익그룹 절대지분 확보 '유리'두차례 공개매수 자진상폐 시도 불발, 거래소 조치로 잔여 구주주 선택지 대폭 줄어

조영갑 기자공개 2024-09-13 08:50:44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익그룹의 품에 안긴 티엘아이가 코스닥 시장 상장폐지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 티엘아이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원익그룹의 중간지주사 '원익홀딩스'는 지난해와 올해 두 차례에 걸쳐 티엘아이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강수를 던지며 자진상폐를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외력(한국거래소 기심위)에 의한 상폐를 당한 셈이 됐다.

다만 원익그룹은 나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목표치에 미달한 64%의 지분율에 그쳤지만, 상장 자체가 폐지된다면 잔여 물량을 거둬들이기에도 더 좋은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비단 추가 지분을 매집하지 않더라도 이미 소기의 목표(상폐)를 달성했기 때문에 비용을 더 지불할 필요도 없게 된다. 원익그룹은 티엘아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그룹사 밸류체인 내에서 DDI(디스플레이용 드라이버IC) 설계를 맡고 있는 원익디투아이와의 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기심위)는 티엘아이 주권의 상장폐지 여부에 대해 심의한 결과, '상장폐지' 심의를 내렸다. 거래소는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57조5항 등에 따라 코스닥시장위원회를 개최해 다음달 16일 이전(20영업일 내)까지 티엘아이의 상폐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내달 티엘아이의 주권 상장폐지가 의결될 전망이다.

원익홀딩스는 지난해 9월 티엘아이 최대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 절차를 진행하고, 기존 대주주였던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연대(주주연대)'의 지분 16.54%와 소액주주 지분 등을 거둬들여 36.31%의 지분율을 만들었다. 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을 손에 넣은 원익홀딩스는 이어 올 2월 2차 공개매수를 단행하고, 구주주(김달수 창업주)와 잔여 지분을 거둬들여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1차 공개매수 주당단가 대비 20% 할증을 붙여 주당 1만2000원에 매도를 유도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창업주인 김달수 전 대표 지분 일부와 소액주주들을 설득시키지 못 하면서 지분율을 63.50%(특수관계인 포함)로 늘리는 데 그쳤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제22조에 따르면 소액주주수 200명 미만 또는 소액주주 주식수가 유통주식의 20% 미만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된 상태에서 1년 이내에 주식분산 미달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 상장폐지에 해당된다. 올 2분기 말 소액주주 수가 2475명이고, 소액주주를 비롯한 구주주의 지분이 20%를 넘는 탓에 자진 상폐 요건은 충족시키지 못했다.

창업주였으나 개인주주 연합(주주연대)에 경영권을 헌납했던 김달수 전 대표는 2차 공개매수에서 일부 구주를 원익홀딩스에 양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현재도 지분을 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시에 잡히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5% 이하 수준으로 보인다.

티엘아이는 1997년 LG반도체 엔지니어 출신 김달수 전 대표가 창업한 회사다. 초창기 MP3 플레이어용 IC에서 2000년대 초반 디스플레이 IC로 기술 이동에 성공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타이밍콘트롤러(Timing Controller)와 LCD 드라이버 IC 설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부터 경영권 분쟁 국면에 빠져들면서 대주주가 수 차례 바뀌었다. 2022년부터 주주연대가 승기를 잡으면서 김 대표는 사실상 경영권 일체를 주주연대에 빼앗겼다. 지난해 IC 설계 밸류체인 보강이 필요했던 원익그룹이 나서면서 원익홀딩스가 새 주인이 됐다.

원익그룹의 그간 M&A 행보를 보면, 절대 지분을 확보해 내부 견제세력을 두지 않는 방식을 선호했다. 올해 2차 공개매수의 목적 역시 100%에 육박하는 절대 지분을 확보, 자진 상폐를 통한 전면적 물갈이였다. 하지만 자진 상폐가 지분 미달로 수포로 돌아가고, 대신 기심위에 의한 상장폐지를 앞두게 됐다. 2022년 재무제표 의견거절 문제는 해소했으나 최근 전 임직원의 횡령배임건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면서 상폐 심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주권이 상장 폐지되면 버티고 있던 김 전 대표를 비롯해 기존 주주들의 선택지는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공개매수가 진행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준 시가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거래 주도권이 원익홀딩스에 완전히 넘어가게 된다. 원익그룹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급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티엘아이 관계자는 "김달수 전 대표는 일부 소수 지분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영권에는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애가 타는 쪽은 소수지분 측이라는 이야기다.

원익그룹은 상장 폐지가 완료되고, 내부 통제가 정비되는대로 티엘아이-원익디투아이의 합병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상폐가 기업의 존속에 대한 문제제기인만큼 이 부분을 해소해야 합병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원익그룹은 2022년 8월 신생 팹리스 디투아이의 지분 100%를 인수하며, DDI 설계 시장 진출을 알렸다. 삼성과의 거래를 염두에 둔 행보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합병하면 디스플레이, 모바일 DDI 설계 부문의 시너지가 있으리라고 입을 모은다. 기존 디투아이 홍순원 대표는 티엘아이 창립멤버 출신이기도 하다.

티엘아이 관계자는 "의도 했던 자진 상폐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 정비 시간이 다소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 "원익디투아이와의 합병 문제는 현재 거론하기 이르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며, 가치평가 등의 과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내년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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