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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주총 돋보기]원익그룹 품에 안긴 티엘아이, 창업자 '흔적 지우기'2대주주 김달수 전 대표 복귀 실패, 재임 중 마련 퇴직금 규정도 삭제 유력

조영갑 기자공개 2023-11-20 08:13:31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7일 15: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개매수를 통해 티엘아이의 경영권을 손에 쥔 원익홀딩스가 티엘아이 창업주이자 2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김달수 전 대표의 '흔적 지우기'에 나서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가 이용한 원익그룹 회장과 교분이 있는 걸로 알려져 대주주 손바뀜 이후 권토중래에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이 나왔지만, 주총 안건 어디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재임 시절 마련했던 퇴직금 규정을 통째로 삭제하는 안건이 상정되는 등 사면초가에 몰린 형국이다. 팹리스 사업에 진출하려는 원익그룹의 새판짜기가 빨라질 전망이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티엘아이는 오는 21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티엘아이 본사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 이재헌 선임의 건 등의 안건을 처리한다. 공개매수를 통해 새 최대주주가 된 원익홀딩스가 주도하는 주총인 만큼 관련 안건이 무난히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21일부터 10월 17일까지 27일간 티엘아이의 보통주 250만~350만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에 나선 원익홀딩스는 공개매수에 응한 348만5859주 전량을 주당 1만원에 인수하며 총 348만5859주의 대주주 지분율을 일거에 확보했다. 지분율은 특수관계인인 홍순원 신임 사내이사(0.99%)와 최중호 씨(0.1%)를 포함해 총 36.31%다.

원익홀딩스는 경영권 분쟁 및 전 경영진의 횡령, 배임 발생으로 지난 3월부터 주권거래 매매가 정지된 티엘아이의 보통주를 비교적 후한 값인 1만원에 공개매수하면서 결과적으로 매끄러운 손바뀜을 이끌어 냈다.

거래정지 전 티엘아이의 주가는 5800원이었다. 원익홀딩스는 기존 거래가에 약 100% 가까운 할증을 붙여 약 8개월 간 발이 묶인 주주들에 대한 엑시트 기회를 선사했다. 김달수 전 대표와 격렬한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전 대주주인 '턴어라운드를 위한 주주 연대 조합'과 조상준 전 대표 역시 이번 공개매수에 응해 보유지분 전량을 엑시트했다. 이들은 16.25%의 지분을 쥐고 있었다.

반면 주주연대 조합에 밀려 2대주주로 내려 앉았던 김 전 대표는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아 일각에서는 원익홀딩스 대주주 등극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경영 복귀에는 실패했다. 김 전 대표는 지난해 4월 주주연대 조합의 지분 규합에 의해 2대주주로 밀린 후 6월 재차 최대주주 복귀, 10월 2대주주 복귀 등의 싸움을 지속했다. 하지만 올해 3월 주주연대 조합이 김 전 대표를 횡령, 배임 혐의로 고발하면서 지분 싸움이 중단된 상황이다.

티엘아이는 LG반도체 출신인 김 전 대표가 1997년 창업한 회사다. 초창기에는 MP3 플레이어용 IC를 만들다가 2003년 디스플레이 IC로 사업을 전환하면서 회사가 빠르게 성장했다. LCD 패널에 사용되는 핵심 반도체(IC)인 타이밍콘트롤러(Timing Controller)와 LCD 드라이버 IC를 설계하는 팹리스 업체로 지위를 다졌다.

원익홀딩스는 임총을 통해 계열사 임원들을 티엘아이의 요직에 배치하고, 원익그룹이 주도하는 새판짜기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기도 한 홍순원 원익디투아이 대표이사다.
▲티엘아이의 퇴직금 규정 변경 안(출처=티엘아이 이사회 의사록)

원익디투아이(옛 디투아이)는 모바일용 OLED DDI를 전문으로 설계하는 팹리스다. 지난해 8월 원익 그룹이 107억원을 들여 100% 종속회사로 편입했다. 주주연대 조합이 천거한 홍세경 현 대표에 이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이 유력하다. 홍 대표는 취임 이후 티엘아이와 원익디투아이의 화학적 결합과 시너지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양사 합병의 가능성도 점쳐진다.

홍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 후보자로 선임된 김지만 원익홀딩스 기획조정실 전략본부장은 원익홀딩스에서 재무팀장을 지낸 재무통이다. 티엘아이의 재무라인을 장악한다. 이재헌 감사 후보자 역시 원익 대표이사, 원익홀딩스 대표이사, 원익홀딩스 고문 등을 지낸 '원익맨'이다. 거물급 인사를 보내 티엘아이의 쇄신을 확실하게 이끌어 내겠다는 의지다.

인적 쇄신과 더불어 이번 임총 안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달수 전 대표 재임시절(2012년) 마련한 '임원퇴직금규정'에 대한 변경의 건이다.

기존 티엘아이 퇴직금 규정 제 11조에는 "제3자가 회사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이사회의 구성을 변경하여 이사가 임기중에 비자발적으로 사임 또는 해임되는 경우, 통상적인 퇴직금 이외에 퇴직보상액으로 대표이사는 50억원 이상, 부사장은 30억원 이상, 일반이사는 20억원 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원익홀딩스는 임총을 통해 해당 조항 삭제를 추진한다. 해당 정관을 근거로 김 전 대표가 거액의 퇴직금을 요구할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취지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 전 대표에게 남은 옵션은 원익홀딩스와의 원활한 협의를 통한 지분 매각"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특수관계인 2인과 함께 156만주(15.8%)를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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