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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숫자 변호'의 어려움 [thebell note]

허인혜 기자공개 2024-09-13 08:18:39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숫자는 정확한 지표처럼 보이지만 해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예컨대 업계 1위라는 수식어가 사실이더라도 격차가 초접전이거나 파이가 순위를 따지기 어려울 만큼 적을 때는 별 의미가 없다. 반대로 기업의 가치를 잴 때는 절대적인 규모보다 이익률처럼 세부적인 숫자도 꼼꼼히 들여다봐야 옳다.

그만큼 수의 의미를 설명하는 일은 쉽지 않다. 눈에 띄는 숫자를 나눠 이면을 제시하면 설명도 복잡해지기 마련이다. 이 점을 이용해 포장으로 성과를 자랑하기도 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HMM도 숫자의 해석 때문에 속앓이를 했다. 출발점은 기존 해운 동맹에서 유일한 유럽 선사인 하팍로이드가 탈퇴하기로 했을 때부터다. 동맹이 대체제를 찾지 못하면 선복량과 노선을 크게 잃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사실 '손해가 막심하다'고 보려면 하팍의 기여도가 절대적이었어야 했다. 속을 보면 그렇지는 않았다. 하팍의 선복량이 높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동맹 내에서의 기여도와 선복량이 정비례하지는 않았다는 게 HMM의 입장이다. 하팍의 기여도는 20% 수준이다.

임원을 만나 물었다. 항로와 선사별로 선박 투입량을 공개하면 오해가 종식되지 않겠느냐고. 임원은 해명을 위해서는 관련 숫자를 드러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답했다. 협력 선사들의 불만을 사기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오해를 감수하고라도 함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새 동맹 논의가 이뤄지는 내내 해외를 돌았고 남는 시간은 화상회의에 할애할 만큼 소통에 바빴던 인물이다. 질문은 사정을 몰랐고 답변은 현장을 반영했으니 우문현답이었다.

HMM은 그래도 가능한 선에서 정보를 공개했다. 새 동맹인 프리미어 얼라이언스와 MSC의 협력에 따라 유럽 북구주 선복량은 경쟁 동맹인 오션이나 제미나이보다 높다. 기업이 근거를 내놓았으니 숫자를 판독하는 역할은 시장에 맡겨졌다. 다만 해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결과의 증명은 HMM의 몫이다. 하팍과 이별하며 보이는 수치는 줄었고 그가 기여한 만큼 힘이 빠지는 것도 맞는 말이다. MSC와의 협력을 고려해도 아시아 선사만으로 꾸려진 동맹에 걱정이 쏠리는 것도 자연스럽다.

아이러니하게도 숫자를 변호하는 가장 확실한 근거는 숫자다. 우려 섞인 전망에 응답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의 실적뿐이다. 기업 입장만 생각한다면 성적이 담보될 때 유럽 선사와의 동맹 단계는 다음 문제다. HMM이 제시한 청사진 역시 숫자다. 2030년, 매출 15조원, 자산 43조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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