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승부수']주매청 한도 내에서 방어 성공, 남은 절차는1.4조 준비했으나 3350억원 신청…11월 출범·신주 추가상장 절차만 남아
정명섭 기자공개 2024-09-23 08:15:05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0일 16: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의 최종 관문이었던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합병 과정에서 발생할 지분가치 희석보다 SK E&S가 불러올 기업가치 증대에 기대를 건 것으로 분석된다.SK이노베이션은 오는 11월 합병 완료를 앞두고 1조원 규모의 여유자금을 확보해 기분 좋은 출발을 할 수 있게 됐다.
20일 SK이노베이션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부터 전날까지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이 각 증권사를 통해 신청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약 3350억원 수준이다.
앞서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안에 반대표(824만4399표)를 행사한 주주들을 대상으로 주식매수청구권 신청을 받아왔고 지난 19일이 마지막 날이었다. 매수 예정가는 11만1943원이다.
당초 SK이노베이션 측은 주식매수청구권 한도로 8000억원(약 714만6000주 규모)을 설정했다. 유사 시에 대비해 6000억원가량의 내부 현금을 추가로 준비해 총 1조4000억원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 양사 합병비율이 SK이노베이션 소액주주에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만약 반대표를 행사한 주주들이 모두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SK이노베이션은 약 9229억원의 현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결과는 한도 금액에 한참 못미쳤다. 지난달 말 합병안을 결의한 임시 주주총회 이후 SK이노베이션 주가가 매수 예정가 수준인 11만원대로 올라선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날 종가 기준 SK이노베이션 주가는 11만1000원이다. 이외에도 SK이노베이션이 합병 과정에서 신주가 발생돼 희석되는 주주가치보다 장기적으로 SK E&S가 불러올 기업가치 증대가 더 크다는 점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경영진이 기관투자자들을 상대로 합병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점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일례로 추형욱 SK E&S 사장은 직접 기업설명회(IR) 자리에 나서 SK E&S가 SK이노베이션 혹은 SK온의 확실한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SK이노베이션은 한숨 돌렸다. 총 1조4000억원을 가용할 수는 있었으나 주식매수청구권 신청이 너무 물려 현금 유출 규모가 커지면 미래 에너지 사업 확장, 배터리 사업 지원 등의 합병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주식매수청구권 신청 건수가 예상보다 덜 들어오면서 SK이노베이션은 약 1조원의 여유 자금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SK이노베이션은 내달 18일까지 주식매수대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합병법인은 11월 1일에 출범한다. SK㈜는 SK이노베이션 보통주 지분 36.3%, SK E&S 보통주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데 양사 합병에 따라 통합 SK이노베이션의 합병신주 4976만9267주를 취득한다. 이 신주들은 같은 달 20일에 추가로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합병등기까지 끝나면 합병과 관련한 모든 절차는 마무리된다.
통합 SK이노베이션의 자산 규모는 100조원, 연매출은 88조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5조8000억원이다. 시가총액은 약 11조원에서 17조원 수준으로 늘어 코스피 시장 순위는 40위권에서 20위권 초반대로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SK이노베이션은 그간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투자 부담으로 외부자금 조달을 늘려 재무부담이 빠르게 늘었는데, 현금창출력이 연 1조원에 달하는 SK E&S와 살림을 합치면서 투자금 소요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정학적 영향과 유가 변동에 실적이 널뛰는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통합으로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가 자체 시뮬레이션한 결과 합병법인의 세전이익 변동폭은 215%에서 66% 수준으로 낮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통합 이후 시너지를 모색하는 동시에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양사는 추형욱 사장을 필두로 TF 성격의 '통합 시너지 추진단'을 꾸렸다. 추진단은 현재 양사가 각각 마련한 사업 통합 아이디어를 검토하고 추진 과제를 선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이미 시너지를 낼 사업군을 추리고 자산 매각 등을 포함한 여러 경쟁력 강화 시나리오를 각각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유니클로 살린 정현석, 아울렛 경쟁력 강화 '뉴 미션'
- 한세예스24홀딩스, 이래AMS 출자로 재무 부담 '경감'
-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글로벌 성장' 전략 가속화
- [밸류업 프로그램 리뷰]AK홀딩스, 'ROE 10%' 달성 방안은
- 롯데쇼핑, '인천 개발사업' 자회사 합병 배경은
- '공무원' 떼내는 메가스터디교육, 재무 영향은
- 교촌F&B, 첫 무상증자 배경 '실적 자신감'
- BGF리테일, '지주 전략가 수혈' 본업 체질개선 집중
- 한샘, '고객관리' 자회사 대표에 전략기획실장 배치
- [대상웰라이프는 지금]미뤄진 '중국 합작법인' 설립, K-건기식 돌파구는
정명섭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특수가스 품는 효성티앤씨, 9200억 조달 방안은
- [애경케미칼 밸류업 점검]화학업종 다운사이클 극복할 히든카드는
- [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삼성SDI, 후퇴없는 투자…'기술초격차' 전략 유지
- [SK그룹 인사 풍향계]SK네트웍스, 신사업 조직 'AI본부'로 개편…리더는 유봉운 CFO
-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결국 효성티앤씨 품으로
- [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LG엔솔, IRA 변수에도 북미 투자 '정공법'
- [㈜LG 밸류업 점검]외인 사로잡은 '우상향 DPS'
- '44년 LG맨' 권영수가 본 K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는
- [서평]더 강력한 'MAGA'로 무장한 트럼프, '제재 폭풍'에 대비하라
- [트럼프발 K배터리 지각변동]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지원책…위기 속 기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