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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고려아연 '회장 없는 기자회견' 노린 효과는공개매수 대응 함구, 기술 내세워…'기업 수호' 초점 속 최윤범 적격성 강조도

허인혜 기자공개 2024-09-24 17:00:4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4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의 기자회견은 예상대로 기술력에 초점을 맞췄다. 고려아연의 제련 기술력이 뛰어나고 국가기간산업체로 중요성이 높다는 게 큰 골자였다.

따라서 고려아연의 원가치를 지켜야 하는데 원가치를 일궈온 당사자는 최윤범 회장으로 지목했다. 정리해보면 최윤범 회장을 지키기 위해 고려아연 대상의 공개매수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고, 최 회장은 고려아연 수호의 필요조건이라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회장이 아닌 임원들의 입을 빌려 나왔다.

고려아연이 지목한 갈등의 시발점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다른 환경재해였다. 설명하는 과정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등장했다. 다만 공개매수 대응에 대한 입장표명은 함구에 가까웠다.

◇회장 없이 최고기술책임자가 이끈 기자회견

고려아연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고려아연 본사에서 '이제중 고려아연 CTO 부회장 및 핵심기술인력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최윤범 회장은 참석하지 않았고 이제중 부회장(CTO)이 최고위급 임원으로서는 유일하게 배석했다. 이밖에 김승현 기술연구소장과 생산본부장 3인이 함께 자리했다.

사실상 기술인력 외의 경영진은 참여하지 않은 기자회견이라는 의미다.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 유지를 임직원 스스로 원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게 첫 번째로 점쳐진다.

영풍과 MBK 연합이 공격 대상은 고려아연이 아닌 최 회장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 기업 와해를 부추긴다며 반박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저를 비롯한 핵심 기술인력들, 그리고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들은 현 경영진과 함께 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영풍과 MBK 연합 경영시 주요 엔지니어 모두가 퇴사하겠다는 선언도 내놨다.

임직원 중에서는 생산본부장 등 기술관련 인물들만 배석했다. 기술력과 국가 기간산업의 중요성을 내세워 '적대적 M&A'라는 주장에 힘을 싣고자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참석자 모두 작업복을 착용한 것도 이런 의도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설명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최 회장이 고려아연 경영진으로서 적격하다는 점을 드러내기 위한 장치로 분석된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부회장이 24일 고려아연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갈등의 시작' 관점차…"최윤범 투자 때문" vs "환경재해 감당 못한 장형진 탓"

고려아연은 영풍과 불화의 시발점을 두고 영풍·MBK 연합과는 다른 주장을 펼쳤다. 약 4~5년전 영풍 석포제련소에서 카드뮴 등의 배출 사건으로 환경 문제가 발생한 것이 갈등의 시초라는 게 고려아연 측 주장이다.

이 부회장의 말에 따르면 장 고문이 영풍의 폐기물을 고려아연이 해결해줄 것을 요구했고 최 회장이 이를 거절하면서 서로 멀어졌다는 이야기다. 이 부회장은 CTO이자 고려아연에 40년간 몸담아온 인물로 최씨일가·장씨일가를 오래 지켜봐왔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이 부회장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폐기물을 (고려아연의) 온산제련소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라며 "범죄행위고, 이것을 막은 것이 최 회장으로 그때부터 장 고문과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장 고문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도 나왔다. 이 부회장은 장 고문에게 '부끄럽지 않느냐', '사람을 머슴처럼 대하는 것이 장 고문의 사람 관리' 등의 표현을 썼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 때문에 고려아연과 영풍의 관계가 틀어졌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에 대해서는 "제가 깊숙이 관여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은 "이그니오 홀딩스의 주 목적은 미국 시장의 폐자재 활용이다"라며 "돈벌이가 된다고 판단했다, 분명히 성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과 MBK 측은 다툼의 출발은 최윤범 회장의 취임과 잘못된 투자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기자회견 직전 입장문을 통해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문제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여 의혹, 이그니오 인수 관련 논란에 대해 해명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24일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허인혜 기자
◇"공개매수 대응책, 말하면 패 보여주는 것"…중국 매각 '안 한다' vs '못 믿는다'

고려아연은 이날 공개매수 대응 전략은 함구했다. 영풍과 MBK 연합의 투자 포트폴리오 등에 대한 주장에 수치적 반박도 내놓지 않았다. 최 회장의 기자회견은 가능성을 열어뒀다.

고려아연은 연합 측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전략을 먼저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종적인 주가와 공개매수 가격이 나오면 그에 대해 '어떻게 하겠다'를 내놓아야 하는 것이지, 지금 무언가를 이야기하라는 것은 결국 우리 패를 다 보여주라는 말"이라고 했다.

'중국에 팔지 않겠다'는 MBK파트너스의 말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투기회사의 눈으로만 보면 고려아연에서 빼내 매각할 만한 기술이 몹시 많다"며 "기술이 많은 기업이기 때문에 팔기 용이하고, 판다면 비철금속 생산이 많은 중국에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MBK파트너스는 이날 입장문에서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고 전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중국에 팔 수도 없고, 팔지도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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