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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평' 밸류업 지수, 자문단도 경고했었다 기존 지수와 차별성 모호 불구 급하게 발표..."자문단, 수정 필요하다 지적"

손현지 기자공개 2024-10-07 13:30:23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2일 12: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지수에 대해 이달 초 밸류업 자문단 회의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들이 제기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구성 종목 수정없이 지수 공개를 결정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관계자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거래소 한 관계자는 "당초 지수 컨셉은 투자수익이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밸류업 자문단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방향성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돼왔다"며 "하지만 고위 임원들 중심으로 대표 지수를 먼저 발표하는데 주안점을 뒀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존 지수와 차별성 없다"…밸류업 자문단도 우려했다

베일을 벗은 밸류업 지수에 대해 국내외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 대표주로 여겨지는 KB금융 등은 제외되고 일부 고평가된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수가 구성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2년 합산 손익 흑자'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음에도 포함되면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거래소 측은 산업과 시장의 대표성 등 다양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가가 추락한 기업과 주주환원이 부족한 기업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며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부합하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은 "주주환원 지표보다는 시장평가(PBR), 자본효율성(ROE)에 더 방점을 찍었다"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지표도 자사주 소각 여부 등만 기준으로 삼고 배당 수익률이나 배당 성향 등은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수 중 배당수익률이 2%를 밑도는 종목은 53개, 배당성향이 20%를 하회하는 종목도 54개다.

저평가 가치주보다는 '우량 종목' 위주로 구성됐다는 게 증권가의 평가다. 아이엠(iM)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밸류업 지수는 당초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에 가점을 부여하겠다는 정책방향과 달라보였다"며 "주주환원에 적극 참여했던 금융지주, 생명보험 등이 지수 구성 종목에 들어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국내 증권사 뿐 아니라 UBS 등 외국계 투자은행(IB) 업계까지 구성 종목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UBS는 기관 고객 대상 투자 리포트에서 밸류업 지수가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콩 CLSA도 "구성 종목을 바꾸지 않는다면 자금 유입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이틀만에 수정 계획 발표

거래소도 이러한 시장의 평가을 아예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이달초 열렸던 밸류업 자문단 회의에서도 '시장성'이 배제됐다는 평가가 나왔었다는 후문이다.

밸류업 지수가 '연속적인 배당'이나 'ROE' 기준 등에 대한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코스피 200·KRX 300 등 기존 대표 지수와의 유사성이 90%가 넘어 신규 지수 개발의 의미가 없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앞으로 주가 상승이 기대되는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와 투자자 유인을 할 수 있는 지수를 요구했었던 것과 달리, 거래소 지수는 투자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출범한 자문단은 위원장을 포함한 학계 3인, 투자자 4인, 기업·유관기관 4인, 한국거래소 1인 등 총 12인으로 구성됐다. 투자자 자격으로는 국민연금공단과 삼성자산운용, JP모건 등이 참여한다.

결국 거래소는 지수 공개 이틀만에 종목 변경을 예고한 상태다. 지난 26일 긴급 브리핑을 열고 올해 안에 구성 종목을 바꾸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다. 오는 2026년 6월 예정된 정기 변경부터는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만으로 지수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번에 지수에 편입됐지만 밸류업 공시를 아직 하지 않은 기업들은 반드시 공시를 해야 지수에 잔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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