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기 10년물 인기몰이…SKT 회사채 '시선집중' 이슈어 '중장기 투자계획' 강조…만기구조 장기화 움직임
손현지 기자공개 2024-12-03 13:05:19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9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연말 회사채 시장에 장기물들이 연이어 출현하고 있다. KT에 이어 내주 SK텔레콤도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금리 인하기가 시작되면서 기관들마다 장기 회사채를 공격적으로 담자 몇몇 이슈어들도 만기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이다.올들어 10년물이 워낙 뜸했던 만큼 이번 발행에 시장 관계자들의 관심도 높다. IB들은 내년 만기구조를 장기화하려는 이슈어들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 수급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KT의 장기물 흥행, SKT로도 이어질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3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계획 중이다. 트랜치는 3년물, 5년물, 7년물, 10년물로 구성했다. 앞서 KT가 장기물에 대한 기관들의 우호적인 투심을 확인한 만큼 업계에서의 관심도 상당하다.
KT는 지난 25일 공모채 2000억원 모집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해 1조원이 넘는 매수 주문을 받았다. 트랜치별로 3년물(1000억원 모집) 6200억원, 5년물(600억원) 2800억원, 10년물(400억원)을 모집했다.
특히 10년물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모집액 400억원의 7배에 달하는 주문이 몰린 것이다. 가산금리는 개별민평금리 기준 -15bp에 모집액을 모두 채웠다. 나머지 3년물은 -5bp, 5년물 -2bp로 사실상 10년물의 스프레드 이점이 가장 컸다.
KT는 10년물을 자주 찍는 이슈어는 아니었다. 10년물을 마지막으로 발행한 건 지난 2022년 1월이다. 사실상 거의 3년만에 10년물을 제시한건데도 불구하고 기관들의 투심은 우호적이었다. 최근 금리 인하와 맞물려 채권가격이 싸지자 장기물을 담으려는 기관들이 부쩍 많아진 영향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금리 불확실성이 사라진 가운데 장기물 투자수요는 많아지고 있다"며 "KT의 경우 AAA급 최우량 등급 이슈어인 만큼 주문액이 더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도 크레딧 훈풍에 어김없이 10년물 카드를 꺼내들었다. 올해 2월 자금시장에서도 3, 5, 10년물을 중심으로 총 4000억원을 조달한 바 있다. AAA급 우량 신용도를 보유했으며 투자자들로부터 인기가 높은 통신업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에서 목표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는 S-OIL 뿐이었지만…내년 장기물 도전 확대 무게
올해는 장기물이 유독 적었다. 그나마 7년물은 간혹 등장했지만, 10년물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지면 장기물이 단기물에 비해 인기를 끄는 편이지만, 불확실성도 상당했다. 기관들은 안전하게 단기물 위주로 매수하는 전략을 취했고, 이슈어들도 10년물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에쓰오일(S-OIL)만 유일하게 상반기, 하반기 꾸준하게 찍었을 뿐이다. 그러다 보니 S-OIL 10년물에 대한 관심은 상당했다. 지난달 10년물 개별 민평기준 -23bp에 모집액을 모았다. 3년물은 -6bp, 5년물은 -7bp에 모집액을 채운 것과는 대비되는 수요다.
S-OIL은 석유화학 복합공장을 증설하는 '샤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만기를 장기화해 안정적으로 조달 구조를 짜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3년물(1500억원), 5년물(800억원)뿐 아니라 10년물(700억원) 조달에 성공한 바 있다.
하지만 연말 우량 통신사들의 장기물 발행을 기점으로 향후 만기구조를 길게 가져가려는 이슈어들이 많아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만기가 길어질수록 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고금리 메리트를 가져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중장기 투자계획을 지닌 기업들이 7년, 10년을 검토하는 움직임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장기물을 선호하던 보험사들의 물량 확보를 위한 눈치작전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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