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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통신소부장 기업들]'신사업 잔혹사' 우리넷, 침체 돌파 해법 '초심으로'②2019년 이후 이종산업 성공사례 '제로', 통신사업 강화 다시 시작

최현서 기자공개 2024-10-10 08:14:10

[편집자주]

통신사와 소부장기업은 실과 바늘 같은 존재다. 매년 조단위 CAPEX 투자를 집행하는 통신 업계에서 소재, 부품, 장비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의 역할도 막중하다. 상용화 5년이 지난 5G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통신사들은 다가올 6G 시대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부장 기업들이 얻을 낙수효과도 분명 존재할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IT 분야로 미래 먹거리를 찾아 나서면서 소부장기업들도 발맞춰 신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주요 통신 소부장 기업들의 사업 현황과 재도약을 위해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신사업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선 통신 사업을 영위하는 우리넷은 다중 서비스 전송 플랫폼(MSPP)과 액세스게이트웨이(AGW)를 이용해 몸집을 불렸다. 데이터 전송 방식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며 새 장비 사업에 힘을 쏟았다.

2019년 초고속 인터넷의 보편화로 일시적으로 실적이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인프라 구축이 마무리되며 실적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외부 환경에 취약한 사업 구조를 보완하기 위해 이종 산업까지 손을 댔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해법으로 찾은 건 결국 '전공'이었다. 국방망 장비 교체와 유지 사업과 같은 유선 통신 기술 사업에 집중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0억원대 매출을 넘긴 배경이다. 이종 산업에서 쓴맛을 본 우리넷은 통신 외 사업을 내년까지 정리할 계획이다.

◇실적 반전 일으킨 군 통신, 최대 실적 견인

우리넷은 사업 초창기 MSPP와 AGW를 바탕으로 덩치를 키워왔다. MSPP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장비다. 2004년 아파트 단지 등에 적합한 소용량 MSPP인 ASMP를 개발했다. 이후 중용량, 대용량 MSPP도 출시해 통신3사에 납품했다.

AGW는 2008년 삼성전자로부터 사업을 양수한 제품군이다. 디지털 기반 데이터가 보편화되면서 아날로그 음성 신호를 데이터로 바꿔야 하는 수요가 늘었는데 그 역할을 AGW가 했다.

매출 구조가 처음으로 공개된 2009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넷은 그 해 MSPP와 AGW로 362억원을 벌어들였다. 매출(410억원)의 88.2%를 차지했다. 이 중 MSPP의 매출은 329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80.2%였다.

초고속 인터넷 수요 증가가 맞물려 이듬해 실적은 크게 뛰었다. 2019년 연결 기준 매출은 737억원으로 전년(446억원) 대비 65.2% 늘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28억원으로 같은 기간 3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2020년부터 인프라 구축 수요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때부터 실적이 들쭉날쭉해졌다. 2022년까지 영업손익 이익과 적자를 번갈아 가며 기록했다. 특히 2020년에는 당기순손실 117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100억원대 적자를 냈다.


◇이종산업 확장 실패, 유선 통신 '올인'

우리넷이 돌파구로 삼은 건 이종산업이었다. 외부 요인에 취약한 사업 구조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지금까지 눈에 띄는 신사업 성공 사례는 없다.

2019년 9월 말 우리넷은 무선 사업 진출을 위해 5G 안테나 특허 기업 '스카이크로스' 지분 49.9%(14만1256주)를 취득했다. 투자 금액은 11억원이다.

우리넷은 스카이크로스의 성적보다 잠재력에 더 무게를 뒀다. 스카이크로스는 우리넷의 지분 취득 이후인 10월 초부터 그해 말까지 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수익성은 나빴다. 반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의 격리 방식 안테나 기술(iMAT)을 갖고 있어 잠재력은 갖고 있었다.

iMAT은 인접 안테나 사이를 전기적으로 연결해 안테나 사이의 간섭을 줄여 성능을 높이는 기술이다. 또 단일 안테나로 다양한 송수신 대역을 운영할 수 있는 특징도 갖고 있었다. LTE에 비해 더 많은 소형 안테나가 필요한 5G에 필요하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2021년 1월 21일 스카이크로스의 파산 절차를 진행하며 우리넷은 관련 투자금을 전액 손상 처리했다. 자본잠식 규모가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투자 당시에도 스카이크로스의 자산은 34억원이었지만 부채는 46억원이었다. 이듬해 자산은 8억원으로 줄었지만 부채는 48억원으로 더 커졌다. 같은 기간 순손익은 28억원으로 불어났다.


문화·예술업에도 손을 댔다. 2022년 2월 우리넷은 게임, 미술, 패션 등 한류 플랫폼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제이스테어'를 세웠다. 총 95억원을 들여 지분 95%(1900만주)를 취득했다. 같은 해 9월 제이스테어가 갖고 있던 미술 전시 자회사 '스타트아트' 지분 62.5%(57만8525주, 31억원)를 확보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그해 제이스테어는 2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순손실 38억원을 기록했다. 스타트아트는 2022년 9833만원의 순이익을 남겼지만 지난해 적자 전환했다.

우리넷 관계자는 "제이스테어, 스타트아트 모두 손상차손으로 인식한 상태고 신사업을 위해 미술 쪽은 주목하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청산, 매각을 위해 꾸준히 검토 중이고 올해나 내년 중 청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파구는 결국 '본업'이 됐다. 우리넷은 불규칙한 실적을 안정화하기 위해 KT를 중심으로 한 국방 사업 카드를 꺼냈다. 지난해 7월 KT로부터 차기 국방 광대역 통합망 관련 장비 구축 사업을 수주했다. 계약 총액은 799억원으로 2022년 매출(623억원) 대비 128.3%에 달했다.

올해 8월에는 케이국방 주식회사와 436억원 규모의 국방 광대역 통합망 장비 유지·보수 위탁 계약을 맺었다. 케이국방 주식회사는 KT 중심의 국방 통신 관련 사업을 진행하는 컨소시엄이다.

이를 바탕으로 실적 개선세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1191억원, 85억원을 달성했다. 역대 최고 실적이다. 올 반기 누적 매출은 825억원, 영업이익은 224억원이다. 지난해 반기 대비 각각 123.5%, 흑자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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