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06: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MBK와 고려아연의 분쟁에서 '증권사가 나홀로 승자'라는 프레임이 굳어지고 있다. 한국기업평가가 언급한 것처럼 누가 경영권을 잡든 출혈 경쟁의 대가는 명확해졌다. 양측이 처한 절체절명의 순간을 외면하지 않고 자금을 대준 증권사는 답례로 막대한 이자와 수수료 수입을 움켜쥐었다.증권사에 승리의 메달을 거는 것은 결국 이 게임에서 유일하게 실익이 기대되는 플레이어라는 점을 가리킨다. 이를 잘 보여주듯 증권사들도 고려아연 딜을 소싱하고자 경쟁적으로 비딩에 나섰다는 정황도 포착됐다. 그러나 이 프레임은 분쟁의 극히 일부분을 설명할 뿐더러 소모적 논쟁으로 비화될 리스크까지 있다.
승자가 있다면 단연 1위가 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을 법, 그 어떤 증권사도 '더' 나아가지 않았다. 고려아연 '우군' 베인캐피탈의 조달을 도운 한국투자증권, 1조원대 사모채 발행을 맡은 메리츠증권은 세간의 예상과 달리 대항 공개매수까지 주관하진 않았다. 특히 고려아연이 "주거래 파트너"라고 부른 한국투자증권은 끝까지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삼성증권도 의지만 있었다면 주관사로 참여하고도 남았다. 공개매수 온라인 청약 시스템도 있고 트랙레코드도 다채롭지만 2023년 하이브 공개매수 실패의 트라우마가 발목을 잡았던 것인지 결국 관망했다. KB증권이 뒤늦게 공동주관사로 참여했지만 고려아연의 편으로 분류되는 것에는 꽤 민감한 반응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한 IB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부각돼도 평판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공개매수가 실패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은 차치하고 사모펀드와 척을 질 수도 있는 상황을 무덤덤하게 지켜볼 순 없다"고 말했다. 확실한 승자가 있는 게임이라고 말하기 애매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더불어 분쟁 당사자들이 손해를 입는 와중에 '증권사만' 실익을 얻었다는 프레임은 어딘가 익숙하다. 모두가 어려운데 고금리 이자장사로 돈을 쌓았던 금융사들을 향한 시각과 비슷하지 않은가. 금융업의 본질을 추구한 것 뿐이나 정치적으로 해석되며 곤혹을 치렀던 과거를 상기시키는 것 같았다.
정치권의 개입도 점쳐지는 등 향후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을 유일한 승자로 표현하는 것은 이들의 정당한 업무 행위를 가치 평가의 잣대로 판단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증권사를 이 게임의 유일한 승리자로 묘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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