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번엔 다른' 메리츠, '조기상환' 퇴로까지 열어줬다1조 무담보 사모채 납입 완료 '유일'…인수 경쟁서 발행액 상향, 콜옵션 부여까지
윤진현 기자공개 2024-10-15 14:23:09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4일 14: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자금줄 확보에 마지막까지 공을 들이고 있다. 브릿지론 대주단 중 납입까지 마친 하우스는 단 한 곳이다. 메리츠증권이 이미 10월 2일자에 무담보 사모채를 인수해 고려아연에 1조원을 수혈했다.업계에선 메리츠증권의 의사결정 속도가 사모채 인수 경쟁에서의 핵심이었다고 짚는다. 당시 대형사는 물론 중소 증권사들이 연합군을 꾸리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이때 메리츠증권이 차입금액을 1조원으로 대폭 늘리는 방향성을 제안했다. 이후 협상이 급물살을 탔는데, 이 과정은 메리츠 금융 그룹 오너진의 적극적인 지지로 가능했단 후문이다.
여기에 기대 수익을 일부 양보하는 선택도 불사했다. 고려아연에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을 제공하면서 만기(1년) 이전에 부채를 털어낼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줬단 분석도 제기됐다. 이 경우 메리츠증권의 이자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대형사 물론, 중소 연합군 조성 움직임도…메리츠 발행 규모 확대 제안
14일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신고서상 차입금은 총 3조2305억원 규모다. 이 중 납입까지 마친 건 1조원 정도다. 이달 2일 고려아연은 6.5% 금리로 1년 만기 사모채를 발행했다. 메리츠증권이 1조원 전액을 인수하는 형태로 공급계약을 맺었다.
고려아연의 시장성 조달에 다수의 증권사가 관심을 보였다. 이에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연합군을 꾸려 인수단으로 참여하는 방향도 적극 고민했다. 증권사들의 경쟁 끝에 메리츠증권이 승기를 거머쥐자 그 배경에도 업계 전반의 관심이 쏠렸다.
IB 업계 관계자는 "중소 증권사들이 연합군을 꾸리는 방향을 논의하는 등 이번 딜에 참여 수요가 충분했다"며 "경쟁 속에서 메리츠증권이 협상 테이블에서 기타 증권사들의 우위를 점한 건 발행액을 늘려잡으면서 부터라고 알려졌다"고 밝혔다.
◇납입 완료 '유일'…남다른 속도+수익 절감 감내 '핵심'
메리츠증권은 고려아연의 사모채 발행 계획을 밝힌 후 곧바로 납입 절차를 밟았다. 이 과정에서 7%를 웃도는 발행 금리를 6.5%로 낮추기도 했다. 그럼에도 기타 대주단들 중 가장 높은 수준인 게 사실이다.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총 1조6545억원을 차입했는데, 최소 5.5%의 고정금리가 설정됐다. 이어 한국투자증권으로부터 3685억원을 5.7% 금리로 차입한다. 오는 21일에 해당 차입금이 납일될 계획이다. 이미 발행을 마친 메리츠증권의 경우 사모 발행의 프리미엄과 조달 시급성 등을 고려해 금리를 설정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콜옵션 조항으로 인해 실익이 줄어들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메리츠증권이 고려아연 측에 만기 전 상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메리츠증권의 기대수익은 줄어든다.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이 이 조건을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발행 규모에 이어 콜옵션 조항까지 내어준 만큼 메리츠증권이 경쟁에서 선두에 설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모채 딜의 경우 빠른 의사결정이 관건이었는데, 메리츠금융의 오너진의 적극적인 지지로 가능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고려아연의 선택을 받은 건 메리츠그룹 오너진의 적극적인 지지로 가능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딜 구조를 제시하는 과정에서 빠른 의사 결정이 이뤄졌다고 전해진다"고 밝혔다.
메리츠증권이 이 사모채 물량을 그룹사에 셀다운(리파이낸싱)하는 구조를 택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메리츠금융지주는 물론 메리츠화재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고려아연은 그동안 무차입 기조를 오랫동안 유지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2010년 미래에셋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선임해 1134억원 규모의 공모 외화채를 찍었던 것이 고려아연의 마지막 시장성 조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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