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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의 CFO]숫자가 인격이자 생명이라는 이창실 부사장엔솔 초대 CFO로 수익 구조 개선 기여…이제는 '자금 통제력' 주목

박기수 기자공개 2024-11-07 14:4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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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8: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차가운 자본주의와 냉정한 수치들, 시장과 회사의 논리 싸움이 벌어지는 실적발표회에서 '인격'이라는 말이 등장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기업공개(IPO)를 마치고 상장사가 된 뒤 처음으로 실시한 2022년 1분기 실적발표회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창실 부사장(당시 전무, 사진)은 "현재 숫자가 결국 인격이고 생명이다"라는 멘트를 던지면서 2분기 매출 전망을 내놨다. 참 'CFO스러운' 발언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주식시장의 특급 대어로 떠오른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시장의 관심을 가장 많이 받아온 기업 중 하나다. 그러나 전기차(EV) 시장은 '완숙'은 커녕 '반숙'상태도 아니라는 분석이 짙었지만 기대감만큼은 대단했다. 그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은 당장의 성과가 필요했다. 이 부사장의 '인격', '생명'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 배터리 셀 업체 중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이다. 심지어 EV 시장이 위축된 올해에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세액공제 효과를 누리면서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장 상황 치고는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는 셈이다.

설립 후 상장, 투자, 성과 실현 등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의 갈 길은 멀지만 초대 CFO인 이 부사장은 현재 수익·비용 구조를 구축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인물로 평가된다.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철저히 원재료비 싸움이라고도 불린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처럼 대규모 시설 투자가 깔려서 매년 엄청난 규모의 감가상각비가 발생하는 산업이 아니다. 메탈 가격과 양극재 등 필수 원재료 가격의 향방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구조다. 실제로 전체 비용의 약 20%가 감가상각비인 디스플레이 산업 대비 LG에너지솔루션의 감가상각비 비중은 작년 기준 7% 수준이다. 이마저도 최근 공격적인 시설 투자가 이뤄진 결과다.

투자 확대가 이뤄지던 시절 이 부사장의 최대 관건은 원재료 '연동 계약'이었다. 메탈 뿐만 아니라 EV용 배터리의 원재료에 대한 연동 계약을 늘리면서 원가 상승분을 판가에 적용하며 스프레드 축소를 방어한 셈이다. 이 부사장은 2022년 2분기 실적발표회에서 "원재료-판가 연동 작업이 거의 마무리됐다"고 밝혔던 바 있다.

이와 더불어 공장별 생산성 향상과 기본적인 원가 절감 노력도 이 부사장의 과제였다. 장기공급 계약 체결 역시 미래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는 요소다. LG엔솔은 글로벌 OEM들과 장기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원가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최근 LG에너지솔루션은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Mercedes-Benz), 미국 포드(Ford)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장밋빛일 줄만 알았던 EV 시장에 한기가 돌면서 LG에너지솔루션은 순식간에 투자 기조가 바뀌었다. 2022년 6조2982억원, 작년 10조253억원 등 매년 수조원의 CAPEX를 집행했던 LG에너지솔루션은 이제 CAPEX 감축을 외치고 있다.

이 부사장과 LG에너지솔루션 재무 라인의 '통제' 역할과 그 중요성도 이전 대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수주 확보와 생산 능력(Capa) 확보를 위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최우선순위였다면, 이제는 현금 유출을 막고 차입금 증가세를 억제해 재무적 균형을 맞추는 일이 더 중요해 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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