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CFO]차동석 사장, 리스크 관리는 현재진행형배터리 분쟁·엔솔 물적분할·사업구조 재편 후 마주한 '캐즘·석화 불황'
박기수 기자공개 2024-11-05 07:20:36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8일 08: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 구조조정본부, LG화학의 내부 감사, 서브원(현 디앤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일감 몰아주기 등 사회적 논란 해소 등. 각종 그룹 이슈의 해결사였던 차 사장은 2019년 중순 LG화학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정기 인사가 아닌 불시의 인사였다.구광모 회장이라는 새로운 그룹 리더십이 자리잡고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였던 한상범 부회장이 용퇴했다. 공석이 된 LG디스플레이 대표 자리에 LG화학 CFO였던 정호영 사장이 앉았다. 연쇄적으로 빈 자리가 된 LG화학 CFO 자리에는 차동석 사장이 낙점됐다. 조한용·조석제·정호영 사장 등 LG화학 역대 CFO 라인이자 LG그룹의 굵직한 경영인의 궤를 차 사장이 이은 셈이다.
차 사장의 복귀는 LG화학의 사내이사진이 대폭 변화를 맞이한 시기였다. 차 사장이 LG화학 CFO로 오기 전에 이미 외부에서 영입한 신학철 부회장이 CEO를 맡고 있었다. 이어 차 사장이 CFO로 왔고, 곧이어 초기 구 회장 체제에서 지주사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고 있던 권영수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으로 부임했다.
차 사장이 LG화학으로 돌아왔을 때 회사 상황은 어수선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과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보도자료를 내며 '진흙탕 싸움'을 방불케 하는 배터리 분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또 2019년은 LG화학의 수익성이 전년 대비 급감했던 시기였다. 동시에 전기차 배터리 투자를 대폭 늘리려 했던 타이밍으로 재무와 현금흐름 통제를 통한 투자 집행이 절실했던 시점이다.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등 2000년대 초반에는 LG화학의 신사업이었지만 이제는 비핵심 사업이 된 자산들에 대한 정리 작업도 해야 했다. 원매자를 찾고 만족스러운 몸값을 받아내 배터리와 양극재 등 신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도 차 사장의 몫이었다.
악재도 있었다. 2020년 LG화학 인도법인(LG폴리머스인디아) 소재 공장에서 화재 사고가 나면서 환경과 안전 리스크가 불거졌다. LG화학의 경우 사내 리스크 관리 역시 CFO의 몫이었다.
신학철 부회장과 차 사장은 산적한 이슈들을 하나씩 해결해 갔다. 국제사법기관의 판결까지 간 SK이노베이션과의 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2020년 6월 중국 산산(Shanshan)에 LCD 편광판 사업을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매각하는 조건부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2020년 9월이다. LG화학은 당시 배터리 사업부를 물적 분할하는 결정을 내렸다. 핵심 사업부 물적 분할 후 재상장이라는 길을 택해 당시 업계와 주주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대주주와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자금 조달을 위한 활로를 뚫은 것은 분명했다. 차 사장은 분할 결정 당시와 시기가 겹쳤던 컨퍼런스 콜에서 "우려되거나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도 중장기적인 회사 가치 상승에 대해 긍정적으로 봐주고 성원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결국 LG화학은 배터리 사업부 물적 분할에 성공했다. 곧 이어진 기업공개(IPO)에서도 구주매출과 신주발행을 통해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성과도 거뒀다. LG화학은 LG에너지솔루션의 구주 매출로 약 2조5500억원의 현금을 쥐었다.
LG화학 복귀 후 각종 업무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차 사장은 2019년 말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3년 뒤인 2022년 말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당시 LG그룹의 '사장급 CFO'는 LG의 하범종 사장밖에 없었다. 지주사 초대 경영지원부문장인 하 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1년 뒤에 차 사장도 사장급 CFO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까지도 사장급 CFO는 하 사장과 차 사장밖에 없다.
배터리 사업을 떼어낸 LG화학의 관심사는 '배터리 소재'였다. 양극재를 중심으로 한 첨단소재사업에 대한 투자에 집중했다.
여기서 최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올해 들어 위축되면서 LG에너지솔루션과 더불어 LG화학의 첨단소재사업을 향한 걱정의 시선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LG화학의 근간인 석유화학사업 역시 글로벌 시황 악화로 수익성 감소에 직면해있다. LG화학 6년 차 CFO인 차 사장의 어깨가 여전히 무거운 이유다.
올해 LG화학은 나프타분해시설(NCC) 매각설 등 석유화학 사업에 대한 자산유동화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업황을 고려했을 때 현재 NCC를 매각하기 위한 최적의 환경은 아니라는 점에서 신 부회장과 차 사장 등 C레벨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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