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언론 만난 임종훈, 실체없는 ‘8150억 조달’에 쏟아진 질문"투자자 있지만 밝힐 수 없다"고 반복, 이사회 장악 후 추진 예고
김성아 기자공개 2024-11-08 08:03:4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사이언스를 이끌고 있는 임종훈 대표가 언론 앞에 섰다. 형인 임종윤 사장과 함께 3월 정기주주총회를 앞두고 언론 앞에 선 지 약 9개월여만이다. 이번에도 역시 이달 말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을 앞두고 언론을 만났다.하지만 이번엔 형의 그림자가 아닌 홀로 독자적인, 아니 그 이상의 한 그룹의 완전한 '수장'으로서의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한미사이언스 임원과 계열사 대표까지 동원하면서 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5개년 중장기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핵심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유치였다. 중장기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선 반드시 투자 유치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여전히 실체는 없었다.
구체적인 투자자부터 조달 형태, 횟수, 기간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으나 대답은 하나다. 잠재 투자자는 많이 확보했지만 아직 밝힐 수 없다는 것. 성장 의지는 뚜렷했으나 정작 전략을 실행할 자금은 요원하고 그 출처 또한 모호하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2028년까지 2배 성장 목표, 투입 자금 ‘8150억’에 이목 집중
한미사이언스는 7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미그룹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비롯해 한미사이언스 노용갑 부회장, 김영호 경영지원상무, 로이스 김 브랜드본부장 부사장, 박준석 헬스케어 사업부문 부사장이 함께했다. 계열사인 온라인팜 우기석 대표, 한미정밀화학 장영길 대표, JVM 이동환 대표도 연좌에 올랐다. 취재진은 약 100여명이 참여해 열기를 보였다.
이들은 한미그룹을 성장시킬 중장기 계획으로 2028년까지 연결기준 매출액 2조3267억원, 영업이익율 13.7%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그룹 전체 이익을 1조원까지 키울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성장 전략의 키워드는 ‘인-오가닉’과 ‘다각화’로 압축된다. 기술도입, M&A 등 비유기적 성장 동력을 만들고 사업영역을 성장성 높은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를 위해 총 8150억원의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관심은 1조원에 달하는 투자 규모에 몰렸다. 올해 반기 기준 한미사이언스의 현금성 자산은 23억6100만원이다. 영업활동 현금흐름으로도 연간 300억원 안팎이 순유입되는 데 그친다. 외부 투자 유치 이외 해답이 없는 상황에서 8150억원의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지, 조달 가능하다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집중됐다.
많은 질문이 이어졌지만 투자처에 대해선 여전히 답을 말하지 않았다. 수개월여 지속된 '투자할 사람은 줄 섰지만 밝힐 순 없다'는 얘기가 반복됐다.
김영호 한미사이언스 경영지원상무(사진)는 “논의되고 있는 것들은 당연히 있지만 비밀 유지 조항, 시장 혼란 우려에 확실히 밝힐 수 없다”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당히 많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법에 대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얘기했다. 재무적 투자자(FI)는 물론 전략적 투자자(SI)와도 많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임 대표는 “다양한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며 “경영권 방어가 아닌 사업 개발을 바탕으로 한 투자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2026년 3월 사이언스·약품 이사회 장악 계획, 재원 마련 포석일까
한미사이언스 경영진은 이날 이사회 지배력 확대 계획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한미사이언스는 2026년 3월까지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이사회를 임 대표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완전한 오너 경영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이를 위해 우선 12월 19일 열릴 한미약품 임시주주총회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을 이사진에서 해임하고 박준석 부사장과 장영길 한미정밀화학 대표를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임 대표는 “한미약품 지분 41.4%를 가진 한미사이언스 의결권은 특별한 사항이 아닌 이상 이사회 결의 없이 대표인 내가 행사할 수 있다”며 “이미 2개의 법무법인에서 자문도 받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2025년과 2026년 정기주주총회를 거치면서 지배력을 더욱 확대한다는 복안도 공표했다. 2025년 3월 3자연합 측으로 분류되는 신유철·김용덕·곽태선 한미사이언스 사외이사의 임기가 만료된다. 송영숙 회장 역시 2026년 3월 임기 만료다. 한미사이언스는 이 때 임 대표 측 이사 후보를 진입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한미약품 역시 때를 기다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진 구도는 3자연합이 우세하다. 한미사이언스는 2025년 3자연합 측으로 분류되는 황선혜 사외이사의 임기 만료, 2026년 5명 이사진의 임기 만료 시점에 임 대표 측 이사진을 진입시켜 지배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양사 이사회 지배력 강화는 비단 그룹 경영 안정화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3자 배정 유상증자 등 이사회 결의를 통해서만 이뤄지는 자금 조달 방안을 문제없이 처리하기 위해서 이사회 장악이 필수적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이사회를 임 대표 측근으로 전원 교체하고 유상증자 등 외부조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김 상무는 “현재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를 대기 중이지만 이사회가 어떻게 움직일지 몰라 대기 중인 상태”라며 “이사회 경영권이 안정돼야 빨리 투자가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기자간담회가 끝난 후 3자연합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간담회를 ‘맹탕’이라 표현하며 강력히 비판했다. 특히 자금 조달 방법을 밝히지 않은 지점에 대해서는 “투자 배경이 회사의 미래가치인지 자신의 채무 탕감인지 명확하게 입장을 밝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자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대주주 오버행 이슈로 회사 가치가 최저평가된 지금 회사 매각에 가까운 투자를 시급히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또 다른 거버넌스 이슈를 불러일으킬 무리한 투자를 유치할 시점이 아니라 경영권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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