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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니핑의 정권교체 [thebell note]

이우찬 기자공개 2024-11-28 13:38:39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건 뿌뿌핑이고 핫케핑이고 하츄핑이고." 다섯살 딸아이는 티니핑(캐치! 티니핑)의 다양한 피규어를 고사리손으로 쥔 채 설명하기 바빴다.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모른다. 30대 아빠에게 하나하나 특징을 짚어준다. 딸아이 유치원 숟가락에도 머리핀에도 티니핑 캐릭터가 보였다. 130여종의 티니핑 캐릭터를 수집하면 아빠는 '파산핑'이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어 지갑은 열리기 마련이다.

티니핑을 개발한 기업은 코스닥 상장사 에스에이엠지엔터테인먼트(SAMG엔터)다. 창업자김수훈 대표 지휘 아래 3년가량의 연구 끝에 2020년 티니핑이 탄생했다. 매출은 그해 235억원에서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950억원으로 불어났다. 3년(2021~2023) 연평균 매출성장률은 60%였다. 잘 키운 지적재산권(IP)이 불러온 파급 효과였다.

최근 만난 회사 고위 관계자는 "'사랑의 하츄핑'이 회사의 운명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의 하츄핑'은 티니핑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극장판 영화다. 주로 아이들이 즐겨보는 TV 속 애니메이션에 머물렀던 티니핑을 세대를 넘나드는 문화 콘텐츠로 도약하게 만든 도화선이다.

극장에는 딸아이와 30·40대 엄마, 아빠가 자주 찾았다고 한다. 아빠와 딸아이가 보러 들어가서 아빠가 눈물 흘리는 영화라니. 그만큼 세대를 뛰어넘는 공감의 요소가 있었다는 뜻일 것 같다. '사랑의 하츄핑'은 누적 123만명의 관객을 동원해 2013년 개봉했던 '뽀로로 극장판 슈퍼썰매 대모험'을 제치고 역대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2위에 이름을 올렸다.(1위는 220만명의 '마당을 나온 암탉'.)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캐릭터 산업백서'에 따르면 만 3~9세 어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티니핑(11.2%)이었다. 공동 2위를 차지한 헬로카봇과 시나모롤(8.4%)을 따돌렸다. 뽀로로는 3위(6.4%)를 기록했다.

티니핑이 '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를 제치면서 정권교체가 이뤄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2003년생 뽀로로가 연임을 거듭하며 장기 집권하다 2020년생 티니핑에게 3~9세에서 1위를 내줬으니 말이다. 3~9세 아이들이 청소년, 청년, 중장년으로 성장해도 이들 머릿속에 티니핑은 문화로 남아있을 것이다. 티니핑이 국내를 넘어 중국·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승전보를 울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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