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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선 '원팀'의 가능성 [thebell note]

김동현 기자공개 2024-11-27 09:19:42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50여년 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거북선 일화는 한국 조선업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울산 미포만에 조선소를 건립하기 위해 차관을 얻는 과정에서 영국 선박 컨설팅사에 500원짜리 지폐에 그려졌던 거북선을 보여주며 'K-기술력'의 잠재력을 역설했다는 일화다.

가능성에서 시작한 한국 조선업은 이제 세계 1위 수준의 명실상부 국가대표 산업이다. 한때 중국의 저가 수주 전략에 밀려 경쟁력을 잃는 것처럼 보였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회복 사이클을 타며 올해만 국내 업체 수주액이 50조원을 넘을 전망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한국 조선업 협력" 언급으로 군함 유지·보수·정비(MRO)를 중심으로 현지 특수선 사업 확대도 눈앞에 다가온 것처럼 보인다.

이중 특수선 사업은 방산업이라는 산업 특수성 탓에 협력보단 경쟁이 미덕으로 여겨졌다.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사업인 만큼 보안을 유지할 단일 사업자로 수주 경쟁을 펼쳤다. 특수선 사업을 영위하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경쟁 관계를 유지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단일 입찰자로 수주전에 나섰다.

필리핀, 영국, 뉴질랜드 등 각국에서 승승장구하던 두 회사지만 최근 10조원 규모의 호주 호위함 수주에 나섰다가 동시에 탈락하는 사례를 남겼다. 일각에선 정부와 한팀이 돼서 협력해야 하는 사업에서 정부가 경쟁을 넘어 갈등 관계에 있던 양측의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수조원대 단위의 수주전에선 특수선 '원팀' 전략을 정립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7조원 규모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인 지도 2년이 다 돼간다. 양측은 서로를 향해 고발장을 날리며 법정 공방의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이 사이 KDDX 사업은 지연되고 특수선 수출 '팀코리아' 전략 수립도 멀어져 갔다.

다만 최근 며칠 사이 양측이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며 원팀의 가능성이 열린 점은 긍정적이다. 한화오션이 먼저 HD현대중공업 관계자에 대한 고발장을 취소하고 이어 HD현대중공업도 명예훼손을 이유로 한화오션 관계자를 고소했던 사건을 취하했다. 구체적으로 '협력'이 언급되진 않았지만 양사의 표면적인 고소 취하 이유인 "K방산 수출 확대"에 주목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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