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사외이사 열전]'젋은 피' 우리금융 박선영 이사, 경제·금융 탁견 제시교수·자본시장연구원·대통령비서실 행정관 커리어…가상자산·연기금 관심사
박동우 기자공개 2024-11-29 08:18:47
[편집자주]
'루키(Rookie)'는 신인 선수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로 업계 일선에 처음 등장한 인물을 지칭할 때도 사용하는 표현이다. 기업 경영 의사결정의 정점에 존재하는 이사회에 최근 들어 루키 사외이사들이 속속 진입했다. 1981년 이후 태어난 'MZ세대'인 동시에 처음 사외이사로 선임된 인물들은 이사회 다양성과 전문성을 끌어올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더벨은 재계에서 주목받는 신예 사외이사들의 활약상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6일 15:3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재직 중인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의 인생 궤적은 화려하다. 1982년생으로 스물아홉 살의 나이에 카이스트 교수로 임용된 이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청와대 행정관 등 다방면으로 커리어를 넓혔다.경제·금융 분야에서 탁견을 제시하는 '젊은 피' 박 교수의 관심사 역시 폭넓다. 금융위기 원인을 실증 연구했고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 주주권익 증진 등 정책 현안에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 우리벤처파트너스 이사회 의장으로 직무를 수행하던 올 초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도 선임돼 경영전략 조언에 힘쓰고 있다.
◇스물아홉 나이로 임용, 서브프라임 위기 실증연구 업적
박선영 교수가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와 연을 맺은 시점은 올 3월로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이사회는 박 교수를 자본시장과 금융업에 대한 깊은 식견과 이해를 지닌 인물로 평가했다. 우리금융지주는 "경제·금융·재무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향후 그룹의 경쟁력 있는 경영전략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디지털 전문가로서 핵심 역량 시너지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추천 사유를 기술했다.
1982년생인 박 교수는 2004년 서울대 경제학과를 수석 졸업한 인물로 당시 지도교수는 지금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였다.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오른 그는 예일대로 진학했고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잇달아 취득했다. 처음에는 계량경제학 공부를 염두에 뒀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사의 행동 특성을 연구하는 '뱅킹(Banking)' 분야에 천착했다.
대학원을 다니며 게리 고턴 교수의 도움을 받아 주택저당증권(MBS) 데이터를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개된 경로를 실증해냈다. 대규모 금융위기 재발을 막으려면 원인을 정밀하게 탐색해야 한다는 인식과 맞닿아 있었다. 박 교수가 일궈낸 연구 성과는 2013년 노벨경제학을 수상한 로버트 쉴러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 저서에 인용되기도 했다.
사회 생활의 첫 발을 내디딘 건 2011년이다. 29세 나이에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산업시스템공학과 조교수로 임용됐다. 금융경제학을 강의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가상화폐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2021년 한국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94%가 알트코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결실을 맺은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단순한 연구로 그치지 않고 당국의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데도 적극 목소리를 냈다.
카이스트 교수로 7년간 근무하고 2018년 자본시장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구위원으로 재임하면서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범위 확대를 주장했다. 주식 대량보유자 공시제도인 '5%룰'에 대해서는 '경영권에 영향을 준다'는 목적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해석될 소지가 있다며 정의 재정립을 제언하기도 했다. 정책 당국자들이 전문성을 눈여겨본 덕분에 문재인정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실 행정관으로 발탁돼 10개월간 일한 적도 있다.
◇4개 위원회 참여, 우리벤처 이사회 의장 겸직
박 교수가 기업 사외이사로 첫 커리어를 형성한 시점은 2022년 3월이다. 당시 HL만도 이사회 구성원으로 합류해 2년간 직무를 수행했다. 특히 벤처캐피탈 다올인베스트먼트(옛 KTB네트워크) 사외이사 겸 이사회 의장도 이때부터 맡기 시작했다. 뒷날 우리금융지주 등기임원으로 선임되는데 중요한 연결고리를 형성했다.
다올인베스트먼트는 2023년 3월 우리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사명을 우리벤처파트너스로 바꿨다. 계열 편입과 맞물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 상시 후보군에 박 교수가 포함되는 건 필연적이었다. 우리금융지주가 펴낸 '2023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사외이사 인재 풀(pool)에 포진한 100명 가운데 여성 후보가 41명을 차지했다.
현재 박 교수는 이사회 산하 6대 위원회 중 4개 조직에서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임원후보추천위,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 추천위 등 요직 인사를 둘러싼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위험 관리 기본방침 제시 △적정투자한도·손실허용한도 승인 △부담 가능한 위험수준 결정 등에 초점을 맞춘 리스크관리위,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책 수립에 주안점을 둔 ESG경영위 멤버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로 부임한 올 3월 이래 이사회 정기·임시 회의에 성실히 출석해 굵직한 안건을 심의해 왔다. 5월에 박 교수는 리스크관리위원회 회의에서 '한국포스증권 자회사 편입안'을 검토해 찬성표를 행사했다.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도 같은 의안에 찬성을 행사해 가결했다
자금 조달을 둘러싼 의안에도 박 교수는 찬성 의사를 표했다. 7월에 의결된 원화 신종자본증권 발행안과 8월에 가결한 선순위채 발행 건이 대표적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안의 경우 올 하반기 중으로 최대 40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종자본증권 5000억원의 콜옵션 기한(2024년 10월) 도래와 맞물려 자본 확충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700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선순위채는 올 9월부터 내년 8월까지를 발행 예정 기간으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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