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27일 07:1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석기 교보증권 대표이사(사진)가 4년간의 임기를 평가받는 시험대에 오른다. 교보생명의 금융 지주사 전환 작업인 한창인 탓에 그룹 내 신뢰가 두터운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이 대표는 교보생명에서 요직을 두루 경험한 후 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다. 그간 모회사와 호흡을 잘 맞춰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올해 이 대표가 총괄하는 S&T 부문을 비롯한 전 사업 부문에서 실적 성장세를 보인 점도 연임 기대감을 높인다.

금융당국이 이 대표의 제재를 예고하면서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교보증권의 랩·신탁 계좌 불법 자전거래 혐의로 이 대표가 징계를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리더십 교체로 쇄신을 꾀하지 않겠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중 하나다.

◇경영성과 평가 시험대…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작업 한창, 안정 추구 '무게'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 대표의 임기는 2025년 3월 26일까지다. 그는 2021년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008년부터 13년간 장기 집권해 온 김해준 전 대표의 퇴진으로 후임 자리로 이 대표가 선임됐다.

이 대표는 모회사인 교보생명에서 기획, 재무관리, 인수합병(M&A), 투자, 자산운용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한 인물이다. 이에 따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신임을 받아 교보증권에서 직을 이어가게 됐다는 후문이다.

1965년생인 그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교보생명에 입사해 자산운용담당(전무),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자본관리담당 부사장(CFO)으로 근무했다. 교보증권의 경우 상임고문을 먼저 거치며 업무를 익혔다. 이듬해 교보증권의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된 구조다.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두곤 증권업계의 반응이 갈린다. 우선 연임 전망의 배경으론 교보생명이 지주사 전환 작업에 한창인 점이 꼽힌다. 교보생명은 오는 2025년 하반기를 목표로 금융지주사 설립 절차를 밟고 있다.

교보생명은 자회사에 자본 수혈을 진행하는 등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있다. 이때 그룹사의 핵심 자회사로는 교보증권이 꼽힌다. 올 3분기 말 기준 교보증권의 최대주주는 교보생명으로 지분율 84.72%를 보유하고 있다.

교보증권의 경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이 목표로도 여겨진다. 현 체제에서 큰 변화를 주기 보다 모회사와 호흡이 잘 맞으면서 그룹 내 신뢰가 두터운 이 대표의 연임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석기 대표 총괄 S&T 비롯, 전 사업부문 호실적

교보증권의 호실적이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뒷받침하기도 한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순익은 총 1330억원으로 전년 동기(560억원) 대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한해 순익(675억원)을 훌쩍 넘긴 상태기도 하다.

투자은행업과 자기매매업 등 주력 영업부문에서의 호실적으로 인해 가능했다. 이석기 대표이사가 총괄하는 S&T(Sales&Trading) 부문도 회복세를 보였다. 채권 금리가 하락하면서 운용부문 순익이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진다.

상황이 이렇자 자기자본 규모 역시 2조원대를 눈앞에 뒀다. 올 3분기 기준 1조9996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8월 교보생명으로부터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받은 후 이익 유보금을 누적한 효과다.

한국신용평가도 교보증권을 두고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는 "올해 모든 사업 부문에서 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이익 창출력이 안정적인 편"이라고 평가했다. ◇연임 걸림돌, 금감원 랩·신탁 제재…경징계 잠정 결론, 쇄신 추구할까

이석기 대표이사의 연임 걸림돌로는 금융감독원 징계 가능성이 꼽힌다. 최근 증권사의 랩·신탁 계좌 불법 자전거래 혐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렸다. 교보증권의 경우 고유자산을 활용해 랩 신탁을 운용하는 의사결정을 내부 통제 조직을 통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과정을 승인한 이 대표가 행위자로 판단돼 제재가 예고됐다.

금융감독원은 경징계에 해당하는 주의적 경고 조치로 잠정 결론을 냈다. 당초 사전 통지했던 중징계인 '문책 경고'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에 해당한다. 만일 문책 경고 이상의 제재를 받으면 연임은 물론, 3~5년간 금융권 취업 제한 조치를 받는다.

이 대표의 제재 수위가 경징계 수준으로 정해지면서 연임이 불가능한 상황은 벗어났다. 다만 제재 수위는 금융위원회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연내 일련의 과정을 마무리하겠단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 대표이사의 징계 수준이 주의적 경고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연임 청신호라고도 여겨진다"면서도 "책임론에 대한 의견이 제기돼 왔던 만큼 리더십 교체 가능성도 지켜봐야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상장사의 등기임원 선임은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를 감안할 때 늦어도 내년 2월 중에는 이 사장의 연임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임에 성공하면 임기는 오는 2027년 3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