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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차기 리더는]'상업·한일' 숏리스트 안분 관행, 이번에는 이어질까지난해엔 상업 출신으로만 구성…경쟁 구도 회귀할지 관심

최필우 기자공개 2024-11-28 09:10:26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장 후보군 롱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상업은행, 한일은행 출신 후보간 경쟁 구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6명으로 구성된 롱리스트에는 상업 출신 3명, 한일 출신 3명이 포함됐다. 계파 갈등을 감안해 출신 은행별 후보를 동수로 둔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은 롱리스트 뿐만 아니라 숏리스트에도 한일, 상업 출신을 모두 포함시키는 관행을 이어왔다. 지난해 예외적으로 상업 출신 후보 2명이 경합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계파보다 후보자 역량이 중시되는 분위기지만 자추위는 마지막까지 차기 행장의 출신 은행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과거와 다른 임종룡 체제 숏리스트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장, 조세형 기관그룹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장, 조병열 연금사업그룹장,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등 6인으로 꾸려진 롱리스트를 심사하고 있다.

이중 김범석 부문장·박장근 그룹장·조세형 그룹장은 상업, 이정수 부사장, 조병열 그룹장, 정진완 그룹장은 한일 출신이다. 두 출신 은행 후보군을 3명씩 롱리스트에 포함시켰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범석 우리은행 국내영업부문장, 박장근 리스크관리그룹장, 조세형 기관그룹장, 정진완 중소기업그룹장, 조병열 연금사업그룹장, 이정수 우리금융지주 전략부문 부사장

우리은행 자추위가 롱리스트에 상업, 한일 출신 인사를 안분하는 건 오랜 기간 이어진 행장 선임 관행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상업, 한일 합병을 통해 한빛은행으로 출범했고 이후 평화은행을 흡수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대기업 영업으로 국내 1, 2위를 다투던 양행이 통합하면서 행장은 한번씩 번갈아 선임하는 게 불문율로 자리 잡았다.

이순우 전 행장에 이어 같은 상업 출신인 이광구 전 행장이 취임하면서 한일 측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이후에는 관행이 지켜졌다. 이광구 전 행장 후임은 한일 출신 손태승 전 회장이었다. 이후 상업 출신 권광석 전 행장, 한일 출신 이원덕 전 행장, 상업 출신 조병규 행장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숏리스트도 이같은 관행을 감안해 추려졌다. 상업, 한일 출신 후보를 각각 1~2명씩 포함시키는 식으로 경쟁 구도를 만들었다. 교차 선임 관행이 있지만 양대 계파와 구성원 모두에게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이다. 선임 차례가 된 계파 후보에게 결격 사유가 있거나 평가에서 다른 후보와 큰 차이가 있지 않으면 관행이 지켜졌다.

임 회장은 지난해 취임 후 진행한 은행장 선임 프로그램에서 관행을 흔들었다. 한일 2명, 상업 2명으로 구성된 롱리스트를 꾸렸으나 상업 2인으로 숏리스트를 확정했다. 계파와 관계 없이 자추위 평가 만으로 행장을 선임한다는 메세지를 던지는 차원이었다. 일각에서는 한일 출신 이원덕 행장 이후 상업 출신 인사에게 힘을 실어주면서 갈등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였다는 해석도 있다.


◇후보 역량이 우선이지만…갈등 재발 가능성 부담

임 회장이 여전히 자추위원장 자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이번 숏리스트 선정에도 후보 역량이 가장 중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 회장은 우리은행의 분파적 분위기를 해소하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계파를 배제하고 이력과 역량을 우선시하면 상업 출신 인사가 연속으로 행장에 취임하거나 한일 출신 인사 만으로 숏리스트가 꾸려지는 것도 가능하다.

계파 갈등 재발 가능성은 부담이다. 우리은행 안팎에서는 최근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난 배경에 계파간 갈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계파간 갈등이 이어지면 혼란스러운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자추위가 숏리스트와 최종 후보를 선정할 때 계파 구도를 완전히 배제하고 논의를 이어가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자추위가 숏리스트를 선정하거나 공개하지 않고 6명의 후보 중 곧바로 최종 후보를 정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와 달리 행장을 인선하면서 후보군 중간 발표 없이 과정을 극비에 부치고 있다. 진행 중인 관련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정기검사를 고려한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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