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하이테크 소부장 리포트]하나마이크론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 5위권 진입 목표"①이동철 대표 "내년 매출성장률 30% 이상 자산"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23 08:15:53
[편집자주]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생태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이런 밸류체인 속에서 최종적으로 제품을 만드는 기업보다 때로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곳들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이다. 반도체 분야에서 ‘슈퍼 을(乙)’로 불리는 ASML이 대표적이다. 국내에도 각 분야에서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거나 나름의 강점을 기반으로 선전하는 소부장업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소부장 기업들의 창업스토리와 사업 현황, 실적과 재무, 지배구조와 향후 전망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6: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재 상황이 어렵기는 하지만 내년, 내후년으로 갈수록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장기 목표는 글로벌 반도체 후공정(OSAT) 업계 5위권 진입이다. 시스템반도체 영역 확대해서 메모리 의존도를 줄여야 경기 변동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이동철 하나마이크론 대표는 경기 판교사무소에서 기자와 최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반도체 불황으로 위기를 겪은 하나마이크론은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고객 및 사업 다각화로 체질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해외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목표다.
◇베트남·브라질 등 실적 개선세, 추가 투자 검토
2001년 설립된 하나마이크론은 반도체 패키징과 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설계(팹리스)-위탁생산(파운드리)-OSAT로 이어지는 반도체 생산체계에서 후방을 담당한다.
하나마이크론을 이끌고 있는 이 대표는 35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등을 거친 '삼성맨'이다. 2019년 3월 하나마이크론 대표로 부임해 5년 넘게 이끌고 있다. 그간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확장하는 등 성과를 냈지만 지난해 전방산업 부진으로 주춤하다 올해 반등하는 모양새다.
이 대표(사진)는 "올해 전반적으로 힘든 가운데 한국 사업은 삼성 분위기에 따라 좌지우지되고 있다. 국내 쪽 매출은 감소하겠으나 베트남, 브라질 쪽이 좋아지고 있다. 전체로 보면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정도 성장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나마이크론이 베트남에 진출한 2010년대 말만 해도 메모리 산업이 나쁘지 않았다. 호황기를 보낼 만큼 긍정적이었고 삼성그룹 차원에서 투자를 늘리는 베트남이 기회의 땅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다만 삼성전자가 메모리 후공정을 자동화하고 외주 물량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변수가 생겼다. 이러한 공백을 메워준 것이 SK하이닉스다. 현시점에서 하나마이크론의 베트남 공장은 사실상 SK하이닉스 전용으로 가동 중이다.
이 대표는 "SK하이닉스와 협력 관계를 형성하면서 베트남 박장의 1공장과 2공장에 월 2억개의 생산능력(캐파)을 갖춰놓았다"며 "(문제는)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 메모리(HBM) 위주로 가면서 당초 계획보다 수주 물량이 적은 상태다. 기대치에 못 미치지만 잘 이야기하면서 성장세는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인적 및 물적 재원을 HBM에 총동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 PC, 모바일, 일반 서버 등 캐파 확대는 다소 더딘 편이다. 점차적으로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로우파워(LP)DDR5 등 생산량이 늘어날 예정이어서 하나마이크론도 고객 일정에 맞춰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베트남 사업장 내 설비는 풀가동 중이나 공간이 꽤 남아있다. 추후 추가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브라질 법인도 돌파구를 찾아가는 흐름이다. 하나마이크론은 2009년경 현지 진출해 지금까지 10여년 동안 브라질 법인을 운영 중이다. 지리적 이점,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브라질 쪽에서는 타지역과 달리 반제품을 받아 완제품으로 가공한 뒤 판매하는 식으로 사업을 영위 중이다. 가령 SK하이닉스가 전공정 처리한 웨이퍼를 받아 후공정을 마무리해 하나마이크론 브랜드로 칩을 파는 형식이다.
현지 법적 문제와 다양한 사안으로 고전을 한 기간도 있었으나 이 대표 합류 이후 삼성전자 웨이퍼까지 받을 수 있게 되면서 몸집이 커졌다. 브라질 내부적으로도 첨단 산업 시스템을 갖춰나가면서 하나마이크론도 안정적으로 법인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1억달러, 올해 2억달러, 내년 2억5000만달러 순으로 성장이 예고된다. 영업이익도 환차손을 극복 못하다 올해부터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이 대표는 "브라질에 패키지와 모듈 공장이 있다. 패키지 분야는 캐파 여유가 있는데, 더 늘어날 거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모듈 분야는 베트남 박닌에 지문센서 라인이 있는데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언급했다.
베트남과 브라질 법인이 반등하면서 줄이려던 메모리 비중이 오히려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하나마이크론을 이를 상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시스템반도체 확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이전까지 해외 사업을 국내 인력이 대응하다가 이제는 대만, 싱가포르, 미국 등지에 현지 인력을 뽑아 활동시키고 있다"면서 "생산기지 다각화로 원가경쟁력은 확보했고 삼성 비즈니스 계기로 테스트 실력도 늘었다. 해외 고객 유치가 좀 더 용이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하나마이크론의 내년 매출은 올해보다 30% 증가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주요 OSAT로 거듭나 빅테크들과 협력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엑시노스 물량 보전 약속받았다' 내년 회복 기대
올해 하나마이크론을 향한 우려가 커진 배경에는 삼성전자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사업 부진이 있다. 당초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 기반으로 제작하는 AP '엑시노스2500'을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S25' 시리즈에 탑재하려 했다. 다만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이슈 등으로 무산됐다.
그동안 하나마이크론은 AP 물량 대응 차원에서 테스트 설비투자를 대거 진행했다. 올해도 수백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이 대표는 "스마트폰 차기작에 (엑시노스2500이) 제외되면서 애로사항이 있는 게 사실이다. 가동률도 예상보다 밑돌고 있다"면서 "대신 로우 및 미드엔드 AP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4분기는 어려워도 내년까지 가면 삼성 측에서 처음 계약할 때 물량을 보장해주기로 했다. AP 이외 제품도 수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AP 생산량이 적잖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엑시노스2500이 하반기 폴더블 신작에 투입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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