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 보드]하림지주, 아직은 약한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지주사 체제 갖췄으나 비상무이사 활용 안해, 오너가 직접 주요 계열사 통제
원충희 기자공개 2024-12-27 08:16:56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20일 08:0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주회사가 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려면 최대주주로서의 지분과 더불어 자회사 이사회에 영향력을 투영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지주형 그룹들은 '기타비상무이사'를 활용한다. 지주사 임직원을 자회사 이사회 멤버로 합류시키는 방법이다.그런 면에서 하림지주는 좀 다르다. 오너인 김홍국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겸직하는 것으로 자회사 이사회를 통솔한다. 한때 과다겸직 논란을 빚으면서 겸직 수를 줄일 정도다. 이는 11년 동안 난관으로 점철됐던 하림그룹의 기나긴 지주사 체제 전환 역사 때문이다.
◇하림지주, 계열사 이사회에 영향력 행사할 '통로' 없어
하림그룹은 하림지주를 중심으로 5개의 상장사와 39개 비상장사, 31개의 해외법인을 보유한 기업집단이다. 이 가운데 핵심 계열사를 꼽으라면 하림과 팬오션이다. 하림은 그룹의 모태로 축산물(가금·양돈) 가공 등의 사업에 주력하고 2015년 7월 인수된 팬오션은 벌크선 서비스를 주력으로 하는 종합해운업체다. 그룹 내 유일한 코스피 상장사이기도 하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는 그룹 총수인 김홍국 회장이다. 그는 하림지주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또 2011년 인수한 미국 육계가공업체 알렌하림푸드(Allen Harim Foods)와 하림 밀스보로(Harim Millsboro)의 이사직도 겸한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김 회장을 제외하고는 지주사 소속 임원이 자회사 등기이사를 겸하는 '기타비상무이사' 보직이 없다는 점이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도, 사외이사도 아닌 이사회 멤버로 LG와 포스코 등 지주사 체제의 기업집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보직이다. 지주사 임직원을 계열사 이사회에 들여보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자회사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능을 갖는다.
LG그룹의 경우 지주사 대표이사인 권봉석 부회장이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주요 계열사 이사회에 들어가 있다. 포스코의 경우 포스코홀딩스의 정기섭 대표가 포스코인터내셔널에, 김준형 부사장이 포스코퓨처엠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한다.
재계 관계자는 "지주사가 그룹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려면 지배주주로서의 지분율은 물론 자회사 이사회를 통제할 수 있는 채널도 필요하다"며 "국내에서 지주사 체제를 갖고 있는 기업집단들이 기타비상무이사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주요 계열사 대표 겸직, 이사회 통솔
이와 달리 하림지주는 회장이 직접 주요 계열사 대표를 겸직하며 이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주사(시스템)가 아닌 오너(개인)가 컨트롤타워 기능을 갖고 있다. 여기에는 하림그룹의 지주 전환 과정에서 얽히고설킨 문제들이 있었다. 2010년 말 지주사 체제 전환에 시동을 걸었던 하림은 육계사업을 분할해 신설회사를 만들고 존속법인 하림홀딩스가 지주사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성장 과정에서 워낙 다양한 회사들을 인수하면서 엮인 지분관계는 한 번의 작업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하림홀딩스 뿐 아니라 사료업 계열사인 제일곡산, 제일사료, 천하제일의 투자사업 부문을 분할해 제일홀딩스를 설립했고 돈육 유통업체인 선진도 사업과 지주부문으로 나눴다. 또 TV홈쇼핑 사업을 전담하는 농수산홀딩스를 세웠다.
상호출자, 지주사의 손자회사 지분보유 요건 등 지주사 행위제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일홀딩스와 농수산홀딩스를 합병한 뒤 NS쇼핑을 분할, NS지주를 흡수 합병하면서 난제를 하나하나씩 풀어갔다. 합병 과정에서 지배력 약화를 피하기 위해 제일홀딩스의 지분을 늘린 뒤 상장시켰으며 이를 통해 단일지주(하림지주) 체제가 확립됐다. 지주사를 설립한 지 11년 만인 2022년의 일이다.
이 같은 난관을 거쳐 그룹 체제를 가다듬은 것이라 지주사가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여건이 되지 못했다. 총수가 겸직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행사하게 된 요인이다. 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하림지주와 하림, 팜스코, 팬오션, NS쇼핑, 선진, 제일사료 등 총 7개 국내 계열사의 등기에 이름을 올렸다.
그 때문에 과다겸직 논란이 불거지면서 하나씩 내려놓게 됐다. 현재는 국내 계열사 3곳, 해외 계열사 2곳의 등기만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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