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CFO]삼성물산, '현재와 미래' 함께 만드는 재무라인⑥전사 업무 집중하며 신사업 발굴 주력… 컨콜도 담당하며 '대외 얼굴' 역할까지
최은수 기자공개 2025-01-07 08:27:55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6일 07:3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그룹의 모태이자 국내 종합무역상사 1호 기업인 삼성물산은 크게 건설과 상사, 패션, 리조트 네 곳의 사업부로 매출처가 나뉜다. 옛 삼성물산과 에버랜드, 제일모직 등의 합병으로 탄생한 만큼 다채로운 분야를 갖고 있다. 더불어 각 주요 사업부문별로 재무를 담당하는 경영지원실이 존재한다.경영지원실이 재무라인을 맡는 삼성그룹의 관행으로 볼때 일종의 복수 CFO 체제 같지만 재무총괄, 즉 실질적인 CFO 역할은 전사부문에서 담당한다. 전사 재무는 2020년 말부터 송규종 부사장(사진)이 책임지고 있다. 송 부사장은 2024년부터 삼성물산 창립 후 첫 컨퍼런스콜에 직접 나서며 물산의 IR 전략 변신도 지휘 중이다.
송 부사장은 1968년 7월생이다. 서울대 경영학과이자 미래전략실(미전실) 출신으로 삼성물산을 포함해 그간 삼성그룹 계열사 CFO 가운데서도 '적통' 계보를 잇는 인물이다. 2015년 12월 그룹 임원 인사에서 삼성물산 건설 경영지원실 경영지원팀장으로 선임됐다. 그 전까지는 삼성전자에서 오래 근무했다.
삼성물산으로 옮기기 전엔 그룹 '컨트롤 타워' 조직 역할을 했던 미전실에서 담당부장과 담당임원을 지냈다. 일찌감치 그룹을 이끌 인물 중 한 사람으로 낙점됐다는 의미인데 2011년 미전실 소속일 때 상무로 승진했했다.
송 부사장은 삼성물산에선 재무 조직을 포함한 경영지원실에서만 일했다. 삼성물산은 사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건설 부문의 경영지원실장은 따로 선임해 왔다. 2023년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매출 비중은 46%, 전체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2024년 역시 삼성웰스토리나 바이오 자회사들의 성과를 더해도 건설이 상당 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송 부사장이 2015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3년간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영지원실 경영지원팀장으로 근무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어 2018년 12월 전무로 승진하면서 건설 경영지원실장, 즉 건설 부문 CFO로 선임됐다.
2020년 12월 부사장 승진과 함께 삼성물산 재무 전체를 담당하는 경영기획실장에 선임됐다. 송 부사장은 재임 기간 삼성물산 투자 활동에 집중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전사 경영기획실장에 선임된 이후 한화종합화학(현 한화임팩트) 보유 지분 20.05%를 한화솔루션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게 대표 사례다.
삼성물산은 앞서 한화임팩트 지분 처분 금액 약 8210억원을 신사업 종잣돈으로 활용하며 미래 먹거리를 발굴 중이다. 세부적으로 2022년 1분기엔 미국 바이오벤처 재규어 진 테라피((Jaguar Gene Therapy)와 소형모듈식 원자로(SMR)를 개발하는 뉴스캐일(NuScale)의 지분을 확보했다.
수소 사업 확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2022년 1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양해각서(MOU)도 체결하고 같은 해 삼성물산과 한국가스공사, 현대로템 등 6개 출자사가 융·복합수소 충전소 합작법인 하이스테이션을 설립했다. 하이스테이션은 2024년 상반기에 첫 수소충전소 준공에 나서며 대표적인 미래 산업인 수소 인프라 확충의 첫 발을 뗐다.
삼성물산은 그를 구심점에 두고 재무 안정과 신사업 확장에 힘을 쏟고 있다. 더불어 송 부사장이 중심을 잡으면서 신사업 투자를 위해 무리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기보다 보유주식을 매각하는 등의 우회로를 선택할 수 있었다. 삼성물산의 재무구조를 크게 흔들지 않는 선에서 새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성공했단 뜻이다.
송 부사장은 삼성물산 이사회엔 참여하고 있지 않다. 다만 삼성물산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으며 송 부사장이 올해로 5년째 CFO로 재직중인 점만 봐도 그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애초에 삼성그룹 계열사에서 한 인물이 5년 이상 CFO를 맡는 사례가 많지 않다. 송 부사장보다 오랫동안 CFO를 맡은 배진한 전 삼성중공업 CFO, 김동중 삼성바이오로직스 전 CFO 등으로 모두 2025년 정기임원인사를 거치며 보직이 바뀌었다.
또 특기할 점은 삼성물산 부사장 가운데 송 부사장은 물산 내부 업무에 집중하고 있단 점이다. 2024년 3분기 말 기준 같은 직급의 박호찬·신혁·이채성·박남영·김명석·고희진·정호영 부사장 등이 계열사 이사 및 감사를 겸직하는 것과 그는 CFO 업무만 맡는다.
대신 삼성물산에서 주주친화 및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작년에 처음 시작한 컨퍼런스콜을 그가 직접 진행한다는 점에 시선이 쏠린다. 삼성물산의 투자 성과 회수 및 가시화 시점과 함께 투자 성과 등을 주주들과 공유하는 업무는 송 CFO가 총괄한다. 컨퍼런스콜을 더한 IR로 그룹 지배구조 핵심회사의 '얼굴 역할'까지 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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