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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본격화된 유상증자 수사, 더 절박해진 '집중투표제'검찰, 금감원 본원서 자료 확보…가처분 기각시 분쟁 장기화 불가피

이호준 기자공개 2025-01-13 09:51:07

이 기사는 2025년 01월 08일 15: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불공정거래 혐의를 둘러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금감원이 검찰에 관련 사건을 이첩하자마자 검찰은 금감원 본원을 찾아 자료를 넘겨받고 수사를 본격화했다. 법적·사회적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한 가운데 고려아연으로선 17일로 예정된 집중투표제 첫 심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금감원 자료도 넘겨…고려아연, 법적·사회적 신뢰도 타격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본원을 방문해 금감원이 현장조사를 통해 확보했던 고려아연 유상증자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 자료를 넘겨받았다. 이는 금감원이 최근 고려아연 유상증자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해 패스트트랙으로 사건을 검찰에 이첩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2조5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으나 자사주 공개매수와 병행 준비 의혹이 제기되자 2주 만에 철회했다. 금감원은 철회와 무관하게 허위공시, 불공정거래 등의 혐의를 규명하기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고려아연 경영진과 주관사 미래에셋증권 등을 조사해 왔다.

금감원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사건을 검찰에 넘겼지만 혐의 성립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금융당국이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행위를 불공정거래로 판단한 점은 임시 주주총회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의결권 기준 고려아연 지분은 영풍·MBK 측이 47%, 최윤범 회장 측이 35%(한화 등 우호지분 포함)로 추산된다. 고려아연은 약 8%로 추정되는 소액주주와 4.5%의 국민연금 지지를 확보해야 표결에서 승산이 있다.

영풍·MBK는 그간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와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를 경영 판단 문제로 지적해 왔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이러한 내부 지적을 넘어 국민연금 등 이해관계자들에게 고려아연의 법적·사회적 신뢰를 흔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앞서 7일 소액주주들은 유상증자로 인한 피해를 이유로 최 회장 등을 고소한 상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혐의가 입증된다면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제재가 나올 수도 있다"며 "유상증자 관련 검찰 수사는 고려아연 경영진을 직접 겨냥한 만큼 이해관계자들이 지지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표심에 분명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17일 첫 심리…가처분 기각시, 경영권 분쟁 장기화

이로 인해 고려아연은 집중투표제 도입이 더욱 절박해진 상황에 놓였다. 최 회장 등 고려아연 경영진은 이달 23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반면 영풍·MBK는 이를 막기 위해 의안상정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가처분이 기각되고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고려아연이 주총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보유 지분율의 3%를 초과하는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도록 해 분산 지분을 결집하면 더 많은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

최 회장 측이 이사 수 상한을 19명으로 설정하고 7명을 추가 선임하는 안을 낸 것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고려아연 주식을 특수관계인이 분산 보유한 최 회장 측은 집중투표제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도 다수의 이사를 확보할 수 있다. 반면 영풍·MBK는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3%로 제한돼 집중투표제 하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이 경우 검찰 수사 등 외부 변수와 무관하게 고려아연은 기존 이사회 우위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이번 임시 주총을 넘긴 뒤 이사진의 임기가 1년여 남아 있는 점을 활용해 내부 결속을 다지며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집중투표제가 무산되면 상황은 급변한다. 검찰 수사로 경영진 신뢰가 흔들린 데다 지분 차이가 커 표 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법조계는 이번 가처분 심리가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의 향후 전략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첫 심리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통상 심리 후 수일 내 결정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현 분쟁은 고려아연 주요 이사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시간을 벌어 추가적인 경영권 방어 전략을 모색하기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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