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23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 회사는 현금 배당을 지급하거나 배당 정책을 선언한 적이 없습니다. 또 우리 회사는 당분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배당 선언에 대한 향후 결정은 회사의 재무 상태, 실적, 자본, 전반적인 경영 환경 등을 고려해 이사회의 재량에 따라 결정될 예정입니다.'한 상장기업의 배당 정책이다. 불특정 다수의 주주들이 주식을 쥐고 있는 상장사 치고는 꽤 당돌하다. 여타 국내 상장사였다면 '현금흐름과 경영 상황에 따라 배당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얼버무리고 말았을 테다. '우리는 배당 한 적도 없고, 근 시일 내에 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사업보고서에 적는 기업은 경험 상 그리 많지 않았다.
이 기업은 테슬라(Tesla)다. 테슬라 주주들도 당연히 배당을 요구한다.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과 함께 언급되는 미국의 대표적인 상장사니 배당 요구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단호하다. 배당은 없다는 것이다.
상장사가 배당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은 곧 주주 환원에 인색하다는 뜻이니 부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마냥 부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미배당'의 테슬라의 주가는 하락하지 않는다. 테슬라 주가는 1년 전 대비 2배 상승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1000% 이상 상승했다. 주가와 기업가치 상승만큼 좋은 주주 환원이 또 있을까.
배당을 준다고 해서 테슬라의 주가가 더 상승했을까. 일론 머스크의 꿈을 먹고 사는 테슬라 주가가 배당 때문에 올라갔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오히려 배당에 쓸 돈을 미래 비전에 투자한 테슬라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더불어 '배당 따위 안하겠다'는 결정으로 투자자들은 배당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제거됐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보자. 현 정부의 밸류업 요구에 국내 코스피 상장사들이 너도나도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서 빠지지 않는게 바로 배당이다. 배당성향을 올리거나 잉여현금흐름이 발생하면 주주들에게 추가로 더 퍼주겠다는 계획을 줄기차게 내세우고 있다.
이런 배당 확대가 진짜 밸류업으로 이어질까는 의문이다. 한국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이 애플처럼 시설 투자액이 적어 잉여현금이 남아도는 구조인가. 매년 수십조원씩 CAPEX에 지출하는 삼성전자가 10조원의 자기주식을 매입하고, 매년 10조원씩 주주 배당을 한다는 결정을 긍정적으로 봐야할 지 잘 모르겠다.
차라리 그 재원을 이재용 회장과 삼성전자의 비전에 녹였다면 어땠을까. 국내 재계 현 시점에 배당과 자기주식 매입 같은 주주 환원이 이렇게까지 강조돼야 하는 지는 한 번 쯤 생각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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