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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Watch]한화솔루션 신사업 '크레졸' 투자 지연 배경은양산 단계서 품질·수율 등 문제…스페셜티 비중 확대 전략 차질

정명섭 기자공개 2025-02-05 07:41:51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14시1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솔루션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고순도 크레졸 설비 투자가 기한 없이 지연되고 있다. 양산 단계에서 원하는 수준의 품질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연구개발(R&D) 기간이 길어진 영향이다. 화학사업 실적 저하를 막아줄 고부가가치 제품(스페셜티) 비중 확대 전략에도 제동이 걸렸다.

◇2021년 4월 투자했으나 완료시점 수차 연기..."품질·수율 등 미진"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이 작년 5월 마무리할 예정이었던 고순도 크레졸 신규 시설 투자가 6개월 이상 길어지고 있다. 이는 전남 여수산업단지에 연산 3만톤 규모의 고순도 크레졸 생산공장을 신설하는 투자다.

고순도 크레졸은 순도가 90% 이상인 정밀화학 원료다. 제조 방식에 따라 합성 비타민이나 멘솔, 산화방지제 등의 기초 소재로 활용된다. 한화솔루션은 2020년 말 뉴트리션(식품 영양)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고순도 크레졸 설비 투자를 결정했다. 글로벌 크레졸 시장 규모가 약 8000억원(2020년 기준)이며 매년 4%씩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같은 시기 한화솔루션 이사회는 고순도 크레졸 설비 투자 건을 승인했고 2021년 4월부터 투자가 시작됐다. 당초 2023년 6월에 설비 투자를 마무리하는 일정이었으나 2023년 9월로 연기됐고 2024년 5월로 또 한 차례 미뤄졌다가 아직 기약이 없는 상태다. 그사이 투자 금액은 1200억원에서 1818억원(2025년 1월 기준)으로 늘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에 투자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사 비용이 늘었다.


회사 측은 연구소 단계에서 제품 생산이 성공적이었으나 양산 체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품질(물성 등)과 수율 등이 원하는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아 이를 개선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체 기술로 양산을 준비하다 보니 R&D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2015년 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크레졸 합성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파일럿 평가를 통해 기술을 검증했고, 2016년에는 크레졸 생산을 위한 공정 기술까지 개발했다.

한화솔루션 관계자는 "연구소에서 공장으로 공정 사이즈를 키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잡기 위해 설계를 보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실적 부진으로 고순도 크레졸 투자가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보기도 한다. 고순도 크레졸 투자는 2023년 3분기까지만 해도 IR에서 케미칼 부문의 주요 투자로 소개됐으나 같은 해 4분기부터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다만 회사 관계자는 "아직 설비가 완공된 건 아니지만 비용 대부분이 지출된 상황이라 향후 급격히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력 신재생·케미칼 동반 부진, 스페셜티 비중 확대 시급

크레졸 설비 가동이 늦어지면서 한화솔루션이 목표로 한 '글로벌 3위 고순도 크레졸 사업자 도약'을 달성하는 시점도 지연될 전망이다. 현재 고순도 크레졸을 생산하는 글로벌 화학기업은 독일 랑세스와 일본 미쓰이화학, 중국 안후이하이화케미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사솔 정도다. 한화솔루션이 3만톤 규모의 크레졸 설비를 구축하면 단숨에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한화솔루션은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시황이 악화된 범용 화학제품 대신 고순도 크레졸 같은 스페셜티 제품 비중을 늘려 수익성 저하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화솔루션은 작년부터 주력 사업인 신재생에너지 부문(큐셀 등 태양광 사업)과 케미칼 부문의 동반 부진을 겪고 있다. 특히 이익 기여도가 가장 큰 신재생에너지 부문은 2023년 역대 최대 영업이익(3510억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공급 과잉이 발생한 영향이다.


매출의 절반을 책임진 케미칼 부문은 2023년 4분기부터 영업손실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매분기 300억~5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둔 캐시카우였다. 핵심 사업 부진으로 전사 실적은 지난해 3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한화솔루션의 2024년 적자가 유력하다.

한화그룹은 예년보다 한 달가량 빠른 작년 7월 말에 한화솔루션 CEO를 교체한 건 이같은 상황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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