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6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우리금융 정기검사 결과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전임 회장 친인척 부정 대출 금액은 당초 350억원으로 파악됐으나 이번에 730억원으로 늘었다. 본부장·지점장 부실 대출을 합치면 2300억원을 넘어선다. 금감원은 현 경영진 취임 후 발생한 부정과 부실 비중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회장을 겨냥한 발표로 금융권은 받아들이고 있다.이 원장은 조직 문화를 개선하지 못한 책임에서 임 회장도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한다. 조직 문화 예로 온정주의와 성과주의를 들었다. '조상제한서'로 불린 5대 은행의 두 축이 한 지붕 아래 모이면서 출신이 같은 인사끼리 팔이 안으로 굽는 문화가 생겼다. 다른 계파를 제치고 행장이나 임원이 되려면 변별력이 있어야하니 다소 무리한 성과 창출도 요구됐다.
이 원장의 발표를 들으며 그와 겹쳐진 인물은 공교롭게도 임 회장이다. 임 회장이 우리금융 회장에 도전할 때 짧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 시절 얘기를 했다. 한일·상업은행이 합병할 때다. 당시 양대 계파 갈등을 목격하면서 개혁을 간절히 원했고 회장에 지원하는 계기가 됐다. 25년 전의 임 회장과 현재의 이 원장은 같은 시각으로 우리금융을 보고 있다.
이후에도 임 회장은 우리금융과 크고 작은 인연으로 이어졌다. NH농협금융 회장으로 옛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다. 우리금융 입장에선 뼈아픈 기억이지만 민영화 전제 조건인 예금보험공사 공적자금 환수 단초가 됐다. 금융위원장으로 재직할 때는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에 기여했다. 2023년 회장으로 우리금융과 재회하면서 오랜 기간 바랐던 조직 문화 개혁 기회를 잡았다.
부정 대출 사태는 임기를 1년 남겨둔 임 회장과 우리금융이 얽혀 있는 수십년 서사의 마지막 장일지도 모른다. 그가 퇴임 전 해결해야 하는 과제인 동시에 개혁 고삐를 당길 기회이기도 하다. 외부 출신인 임 회장이 내부에 뿌리 내린 조직 문화를 단기간에 수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계파를 막론하고 그룹 구성원 대다수가 쇄신에 힘을 싣고 있다.
임 회장에 대한 공세와 책임론은 잠시 접어둘 필요가 있다. 추후 내려질 당국 제재와 별개로 현 시점에 조직 문화 개혁을 이끌 적임자는 누구보다 오래 관련된 고민을 해 온 임 회장이다. 그의 리더십이 흔들리면 그간 추진해 온 쇄신 작업 동력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 임 회장이 남은 임기 동안 사후 조치를 완수해야 금융 당국도 사태 수습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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