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은 지금]개선 요구 그친 지배구조 지적…금융사고 제로화 실현 될까④당국, 범농협 지배구조 제재 예고→인적 교류 보완…중앙회 출신 금융사 CEO 선임 '여전'
김영은 기자공개 2025-03-10 12:38:07
[편집자주]
"협동과 혁신으로 농업인에게 풍요로운 미래를, 고객에게는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여 국가와 지역사회 발전에 공헌한다." 농협금융지주가 2012년 출범 당시 내걸었던 미션이다. 야심찬 포부와 함께 구체적인 성장 로드맵을 수립한 농협금융은 과거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늘리며 5대 금융지주 반열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성장세는 더뎌지고 고질적인 내부통제 부실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농업 지원이라는 공공적 역할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이찬우 신임 회장은 이를 의식하듯 '재도약'을 경영 키워드로 제시했다. 제2의 성장을 노리는 농협금융이 마주한 경영 과제 면면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7시47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부실은 출범 때부터 지적받아온 고질적인 문제다. 감독 당국은 지난해 정기 검사를 단행하며 농협금융의 내부통제 원인인 농협 중앙회 중심의 지배구조 문제를 강하게 지적했다. 중앙회와 금융 계열사간의 인사 이동이 손쉽게 이뤄지며 여신 등 금융사의 핵심 업무에서 전문성을 떨어뜨린다는 설명이다.다만 당국의 검사 결과 인적 교류 프로그램인 '전적 제도' 개선 요구에 그치며 지배구조에 대한 지적은 일단락됐다. 농협금융은 올해 선임된 자회사 CEO 중에서도 중앙회 출신 인사를 대거 선임하는 기조는 여전했다. 농협은행은 한편 올해를 금융사고 제로화의 원년으로 삼고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당국, 지배구조 지적에도 금융사 CEO 상당수 '중앙회 출신'
내부통제 부실은 농협금융 출범 때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왔다. 농협금융은 출범 초기 IT 파트가 은행 등 금융 계열사가 아닌 중앙회 소관으로 운영되며 2011년 전산망 사고로 인해 인터넷뱅킹을 포함한 은행 업무가 마비되는 사태를 겪었다. 이후에도 정보보안 사고가 여럿 발생했고 금융사의 여신 관리 체계 부실로 인한 대출사기 등 사고 또한 마찬가지다.
12년이 지난 지금도 농협의 내부통제 문제는 되풀이되고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해 배임, 부당대출 등의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며 비판을 받았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공시한 금융사고 중 10억원 이상의 사고가 6건, 100억원 이상은 3건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해 3월 발생한 110억원 규모 배임 사고는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파악하지 못해 사후 대응에도 실패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당국은 농협중앙회를 단일 주주로 하는 농협금융의 지배구조를 내부통제 부실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계열사 간 인적 교류 시스템으로 인해 농협 중앙회 출신 임직원이 은행 지점의 내부통제를 총괄하면서 체계가 취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올해 새로 취임한 농협금융 자회사 CEO 중에서도 농협중앙회 경력을 지닌 인사가 상당수인 것으로 확인된다. 현 농협금융 자회사 CEO 6명 중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를 제외한 6명은 모두 농협중앙회 경력을 거쳤다.
특히 박병희 농협생명 대표는 2023년 농협생명 부사장으로 오기 전까지 2020년 농협중앙회상호금융리스크관리부 부장, 2022년 농협중앙회 대구지역본부장을 거쳤다. 그전까지는 보험업에 관한 경력은 전무하다. 김장섭 NH저축은행 대표 또한 2020~2021년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상호금융자산운용본부장 상무를 지냈다. 장종환 NH농협캐피탈 대표는 직전까지 농협중앙회 상호금융사업지원본부장 상무를 지냈다.

◇전적 제도 보완 조치…농협은행, '전문가 인증·여신 절차 개선' 통해 내부통제 강화
당국은 지난해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중앙회와 금융 계열사 간의 인적 교류 프로그램인 전적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관련 지적 사항을 농협은행에 전달했다고 전해진다. 원칙적으로 금융 관련 업무 능력을 따지는 전적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전문성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직원의 경우 해당 부서장 뿐 아니라 부행장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지배구조로 인한 내부통제 사고가 줄어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산분리 원칙에 어긋나는 지배구조를 강력하게 지적하며 고강도 제재를 예고했던 것과 달리 개선 요구 조치에 그쳤다는 평가다. 이 원장은 지난해말 "농업 산업의 특수성을 이해하는 인물이 NH를 운영하는 게 맞다"며 입장을 선회하기도 했다.
한편 농협은행은 내부적으로 올해를 금융사고 제로화의 원년으로 삼고 시스템 강화에 나서고 있다. 올 하반기 은행권 최초로 내부통제 전문가 인증 제도를 도입해 자점감사자와 사무소장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하고 내년부터 전 직원에게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여신 프로세스에서 직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동화하는 방식으로의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금융정보분석원 돋보기]'심사분석·공조'에 무게 실린 조직 구성
- [농협금융은 지금]개선 요구 그친 지배구조 지적…금융사고 제로화 실현 될까
- FIU, AML 취약부문·고위험 기관 집중 검사한다
- [금융정보분석원 돋보기]금융거래 질서 '파수꾼' KoFIU
- [금융권 AI 빅뱅과 리스크]신한캐피탈, AI로 내부업무 혁신…핵심은 '데이터 신뢰성'
- [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미얀마, 대내외 생크션에 손발 묶인 금융사
- [Sanction Radar]AML 허점 드러난 여전사... 미국 '세컨더리 생크션' 대비 시급
- [SK그룹 북미 대관조직 분석]엘리트관료 출신 김정일 부사장, SK하이닉스 대관 '키맨'으로
- [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중국, 개방의 역설…엄격해진 규제
- [금융권 AI 빅뱅과 리스크]하나카드, 트래블에 AI 더하다…혁신 속 보안 강화 총력
김영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농협금융은 지금]개선 요구 그친 지배구조 지적…금융사고 제로화 실현 될까
- [이사회 분석]BNK금융, 빈대인 체제 '안정' 방점…핀테크 전문가 영입
- [이사회 분석]DGB금융, 옅어진 대구 색채…시중은행지주 '한발 더'
- [KB금융 CEO 인사이트]박찬용 KB데이타시스템 대표, "코어뱅킹 슬림화 등 그룹 전략 사업 리딩"
- [농협금융은 지금]중앙회 지원금 확대…계속되는 자본 유출 논란
- [농협금융은 지금]ROE 두 자릿수 달성 요원…늘어나는 대손비용 '발목'
- 대전시 손잡은 한국소호은행, 거절한 더존뱅크…전략 차이는
- 현대해상 신임 대표에 이석현 '최연소' 전무 내정
- 나채범 한화손보 대표 연임…'여성 특화'로 성장성 입증
- 이창용 한은 총재, '1%대 성장률' 지속 우려에 작심발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