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현지법인 IPO]물적분할 규제 부담? 모회사 현금 유입 이점도②글로벌IB 도움 해외 중복상장…현대차·LG전자 '조단위' 조달
이정완 기자공개 2025-03-05 07:59:54
[편집자주]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상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인도법인을 시작으로 이달 초에는 두산에너빌리티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상장을 마쳤다. LG전자 인도법인도 IPO(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다. 국내 대기업은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시장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중복상장 규제에서 자유로운 것도 이점이다. 늘어나는 현지법인 IPO의 배경과 전망에 대해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8일 14시0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기업 현지법인 IPO(기업공개)의 표면적 이유는 현지화다. 진출 국가 증시에 상장해 회사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IB업계의 관점은 다르다. 쪼개기 상장에 대한 우리 금융당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대기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IB의 도움을 받아 해외에서 상장하는 방안을 택했다.
한꺼번에 조 단위 현금이 모회사에 유입된다는 장점도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구주매출로만 공모구조를 짜 약 4조5000억원을 단숨에 확보했다. 마찬가지로 인도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는 LG전자도 조 단위 조달이 기대되는 빅딜이다.
◇규제 '우회수단' 자리매김할까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그 나라 주식시장에 상장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2020년대 초반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면서 대기업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게 IB업계의 평가다.
2020년 LG화학에서 물적분할된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초 유가증권시장에 시가총액 70조원 규모로 상장했다. 기존 LG화학 주주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면서 정부는 같은 해 9월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 관련 일반주주 권익 제고방안'을 내놓았다. 물적분할 후 5년 이내에 자회사를 상장시킬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강화된 심사 제도를 적용 받도록 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현지법인 IPO는 물적분할 상장과는 다소 성격이 다르다. 이미 오랜 기간 해당 국가에서 사업을 펼쳐온 만큼 쪼개자마자 상장 절차를 진행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10월 상장한 현대차 인도법인은 1996년 처음으로 인도 시장에 진출했고 이달 초 체코 증시에 상장한 두산스코다파워 역시 두산에너빌리티가 2009년 인수한 회사다.
하지만 LG에너지솔루션 IPO를 계기로 우리 주식시장에선 물적분할은 물론 중복상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우세해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는 해외 선진시장과 비교해 중복상장 비율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해 주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이야기다.
외국계 IB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입장에선 쪼개기 상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거세지면서 국내 증시에 상장시키는 것보다 해외 자회사를 통해 조달을 하는 게 더욱 낫다고 여기는 셈"이라며 "그 나라에서 성장시킨 현지법인을 독립적으로 상장시켜 조달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압도적 구주매출 비중 '공통점'
인도처럼 IPO 열풍이 불고 있는 시장을 찾는다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바탕으로 대규모 조달이 가능하다. 모회사 입장에선 말 그대로 회사가 지원해 키운 자회사를 통해 조 단위 현금 확보에 성공하는 것이다.
이 같은 성과는 구주매출에 치중한 공모 구조로 가능해졌다. 현대자동차는 보유하고 있는 인도법인 지분 100% 중에서 17.5%를 구주매출 형태로 팔았다. 공모가를 고려하면 4조5000억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신주발행은 하지 않았으니 인도법인에 유입되는 돈은 없었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사례를 본 LG전자 인도법인도 같은 구조를 짰다. 지난해 12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DRHP)를 제출했는데 마찬가지로 신주발행 없이 구주매출로만 보유 지분 15%를 공모 상장시키기로 했다. 20조원 내외에서 시가총액을 인정 받을 것으로 기대돼 2조원 넘는 조달이 점쳐진다. 지난해 3분기 말 별도 기준 LG전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1조6010억원이었으니 이를 상회하는 현금을 단숨에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이 같은 구조의 IPO로는 투심을 잡기가 어렵다. 2022년 초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철회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목적으로 정 회장이 지분 11.72%를 들고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IPO에 나섰다. 이 탓에 필연적으로 구주매출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전체 공모주식의 75%가 구주매출 물량이었다.
건설업에 우호적이지 못한 주식시장 여건도 있었지만 정 회장의 자금 회수에 치중한 IPO란 인식이 퍼진 탓에 결국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수요예측을 마치고 상장 철회를 발표해야 했다. 3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증시 입성은 이뤄지지 못했다.
IB업계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우 올해 인도법인 IPO로 대규모 조달이 가능해 다른 외화 조달 수단은 특별히 검토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지난해 12년 만에 공모 외화채 시장에 복귀했지만 지금은 IPO에만 전념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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