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CFO]'최창원식 리밸런싱 보좌 특명' 김기동 SK 부사장①디스커버리계열 재무개선 해낸 '70년대생 젊은 피'
최은수 기자공개 2025-03-11 08:20:13
[편집자주]
CFO를 단순히 금고지기 역할로 규정했던 과거 대비 오늘날의 CFO는 다방면의 역량을 요구 받는다. CEO를 보좌하는 역할을 넘어 견제하기도 하며 때로는 CEO 승진의 관문이 되기도 한다. 각 그룹마다 차지하는 CFO의 위상과 영향력도 상이하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점은 영향력과 존재감 대비 그리 조명 받는 인물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용한 자리에서 기업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이들의 커리어를 THE CFO가 추적한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8시2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와 SK디스커버리는 지분관계로 엮이지 않아 엄연히 계열이 다르다. 그러나 2025년 임원인사에선 SK와 SK디스커버리 계열 간 대대적인 인사 교류를 단행했다. 작년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구심점으로 두고 시작된 리밸런싱 즉 고강도 구조조정에 속도를 더하기 위한 조처다.최근 임원인사를 통해 SK 재무총괄로 김기동 SK케미칼 CFO(부사장, 사진)가 합류했다. 김 부사장은 디스커버리계열인 SK케미칼 등에서 고강도 재무개선에 성공한 경험이 있다. 즉 SK그룹에 합류한 그가 최 부회장의 사업 및 리밸런싱전략을 공유하고 전파할 핵심인물이란 점을 함의한다.
◇40대 계열사 대표 오른 재무통 리밸런싱 완수 특명
김 부사장은 1998년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해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에 입사하면서 처음으로 SK그룹생활을 시작했다. 2010년부터 2012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인디아나대학교(Indiana University)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경영인으로의 코스를 시작했다.
2014년 SK케미칼에 합류해 금융팀 팀장, SK디스커버리선 재무지원실 실장 등을 거쳤다. 2019년엔 SK신텍 대표이사와 함께 SK디스커버리 재무실장을 겸직하기도 했다. 김 부사장이 1971년생인 점을 고려하면 당시 40대에 계열사 대표에 올랐다. SK신텍이 주요계열사는 아니나 SK디스커버리그룹이 어느정도 그를 신임했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19년에는 SK플라즈마와 SK어드밴스드, TSK코퍼레이션의 기타비상무이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22년 초 다시 SK케미칼로 돌아와 재무지원실장을 맡았고 2023년부터는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산하 재무지원실장도 겸직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신임을 받은 시기는 SK케미칼과 SK디스커버리 분할을 준비하던 때다. 당시 최 부회장은 조금씩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었는데 김 부사장이 당시 뛰어난 재무적인 감각을 보이면서 여러 성과를 낸 점에 주목했다. 이때부터 최 부회장을 보좌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사장' 직급으로 SK계열 합류, 그룹 전체서도 드문 1970년대생 CFO
김 CFO는 디스커버리계열 핵심 회사인 SK케미칼에서 꾸준히 재무 성과를 보이며 최 부회장의 '믿을맨'으로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가 그룹 금고지기로 불리는 SK CFO로 올라선 배경도 여기에 있다. 더불어 김 부사장을 제외하면 SK그룹 내에 1970년대생 CFO 자체가 드문 것도 주목할 사안이다.
2018년부터 7년 간 SK CFO를 역임한 이성형 SK 사장 또한 50초반의 나이로 재무총괄직에 올라 그룹에서 오래간 신뢰를 받아온 인물들이다. 다만 이 사장의 경우 2019년 부사장, 2023년 사장으로까지 승진하긴 했지만 처음 SK CFO로 합류할 당시엔 부문장(전무) 직급이었다.
다만 김 CFO은 2024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SK로 발령났다. 이 점 또한 그룹이 한층 더 그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란 해석을 뒷받침한다.
김 CFO는 2022년 SK케미칼 재무지원실장 같은해 경영지원본부장도 겸직하며 꾸준히 재무개선과 관련한 성과를 입증해왔다. 더불어 SK케미칼의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김 부사장 합류 전인 2020년 121.1%였던 SK케미칼의 부채비율은2023년 말 기준 안정권인 55.4%까지 내렸다. 더불어 순차입금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그간 IT 서비스를 제외하면 투자 확장에 방점을 찍던 SK 역시 새 CFO를 맞으면서 전략 변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조달 전략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 합류 이후인 2025년 들어서도 SK는 활발하게 채권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김 부사장 체제에서 2025년 2월 총 4300억원의 3년물 무보증사채를 발행하며 포문을 열었다. 당초 3000억원에서 1300억원을 증액 발행했다.
다만 김 부사장이 취임하고선 SK는 일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실적발표를 제외하면 2025년 3월까지 별도의 IR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는 아직 김 부사장이 CFO로서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도 비교적 자중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의 다소 조용한 행보는 내부에서 리밸런싱이 한창이며 지주사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실적 개선이 급선무인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사장이 CFO로서 투자자 및 주주들 전면에 나서기까진 조금 더 시일이 필요하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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