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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 보드]'기업결합 끝' 한진그룹, 사외이사 총원 손질 시작산은 측 인사 받으며 비대… '메가캐리어 원점'서 시작하는 조원태 리더십

최은수 기자공개 2025-03-10 08:09:35

[편집자주]

기업은 본능적으로 확장을 원한다. 모이고 분화되고 결합하며 집단을 이룬다. 이렇게 형성된 그룹은 공통의 가치와 브랜드를 갖고 결속된다. 그룹 내 계열사들은 지분관계로 엮여있으나 그것만 가지고는 지배력을 온전히 행사하기 어렵다. 주요 의결기구인 이사회 간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다. 기업집단 내 이사회 간 연계성과 그룹이 계열사를 어떻게 컨트롤하는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6일 08시20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란 큰 산을 넘은 한진그룹이 오히려 점점 사외이사 총원을 줄이기 시작했다. 한진칼을 포함해 대한항공 이사회 총원은 이번 주주총회를 지나면 사외이사 수가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간다.

기업결합으로 규모가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룹이 본능을 거스르면서 이사회를 줄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결합을 포함해 그간 사외이사들이 중심을 잡으며 쌓은 성과와 흔적을 한 켠에 묻고 '조원태 회장 리더십'을 바로 세우겠단 의지가 엿보인다.

◇돌고 돌아 코로나19 팬데믹 때로 돌아가는 이사회 구성

한진칼은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거쳐 조원태 회장 등 사내이사 3인, 이사회 의장인 김석동 사외이사를 포함한 사외이사 8인까지 총 11명의 이사진을 꾸린다. 사내이사인 류경표 대표가 주총을 통해 재선임을 앞두고 있고 주인기·주순식 사외이사 임기 만료로 생긴 자리를 각각 박성호·조인영 사외이사 후보를 채울 예정이다.

이번 정기주주총회가 마무리되면 사내이사 대비 사외이사 비율은 72.7%이 된다. 비율만 놓고 보면 주요 상장사 기준 평균보다 소폭 높은 수준이다. 다만 한때 사외이사만 11명에 달해 이사회의 4분의 3 이상이 외부 인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일보 후퇴다.

한진칼은 2022년부터 이사회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도 이 흐름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최근 기업경영에서 이사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특히 사외이사 비중을 늘리는 게 트렌드인데 이를 거스르는 흐름을 보인다. 이 작업이 벌써 3년째다.


이사회 총원을 조정하는 건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이자 국내 첫 메가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등극한 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한진칼과 마찬가지로 사내이사는 조 회장을 포함해 줄곧 3명이었다. 그런데 사내이사 수는 그대로 두고 두자릿수에 육박하던 사외이사를 줄인다. 이번 주총을 지나면 전년 대비 2명 줄어든 6명이 될 전망이다.

한진그룹은 외연만 보면 5년 사이 내홍과 부침을 딛고 글로벌 10위권 대형항공사로 올라섰다. 그러나 이사회 규모는 돌고 돌아 원위치다.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잠시 늘어났던 교수출신들이 대거 빠지면서 구성이 단촐해졌다. 그 사이 일부 금융·법조 전문가들이 새로 이사진에 합류했다. 그러나 이를 감안해도 5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다.


◇산은 측 사외이사 퇴진 시작, '조원태 회장 구심점 둔 이사회' 새출발

항공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한진그룹 특히 대한항공은 자생력을 입증해왔다. 전통항공사나 LCC 모두 천문학적 영업손실에 허덕였지만 대한항공은 2024년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시현했다. 외부 차입은 최소화 하면서 부채비율을 경쟁사 대비 절반 수준으로 유지하며 펀더멘털도 개선했다.

2024년엔 글로벌 10위권 메가캐리어 타이틀을 쥐며 새 역사를 시작했다. 이 모든 성과가 이사회 규모를 늘리고 사외이사에 힘을 실어준 시기와 겹친다. 그런데 왜 한진그룹은 시대정신까지 거스르면서까지 사외이사를 줄이고 있는 걸까.

표면적인 원인은 코로나19를 지나면서 갑자기 비대해졌던 이사회를 정상화시킨다는 데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기승을 부릴 때다. 항공업계는 팬데믹 여파로 수익성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는 위기를 넘으려면 각계의 다양한 인원의 중지를 모아야 하는 위기경영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나 본질에 더 가까운 해석은 그 시기 이시아나항공 인수자금 유치 과정에 얽혀 산업은행 추천 인사들이 대거 한진그룹 이사회에 유입됐던 걸 정상화한다는 쪽으로 보인다. 당시 한진그룹 입장에선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성사를 위해서라도 사외이사를 급증하는 선택을 피할 수 없었다.

이 시기 한진칼 이사회를 거쳐 간 이사의 수만 17명에 달한다. 특히 교체된 인물 중 사내이사는 이수근 대한항공 부사장 외엔 없다. 앞서 드나든 16명은 모두 사외이사에 해당한다. 여러 정황을 조각하면 한진그룹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매조지하는 걸 기점으로 원치 않게 커져버린 사외이사 수를 정상화하기 위해 움직인단 분석이 가능하다.

마침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는 기업결합이 일단락되고 처음 맞이하는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회 인원을 2020년 당시로 돌린다. 2020년 한진그룹 이사회엔 산은 측 추천인사들이 사외이사로 그룹에 합류하기 전이다.

이를 종합하면 한진그룹이 이사회 규모를 2020년으로 돌리는 것은 큰 숙원사업을 마무리하고 다시금 오너십을 중심에 둔 거버넌스를 세우기 위함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앞서 2020년을 KCGI 등 행동주의펀드와의 경영권 분쟁을 딛고 솟은 조원태 리더십이 출범한 원년으로도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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