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07시5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기업 '총수' 자리가 갖는 의미는 각별하다. 그룹을 이끄는 최고 의사결정권자라는 점 때문이다. 총수의 말 한 마디에 실리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전문경영인 영향력과는 차이가 크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6년 만에 기자간담회에 나섰다. 지난 11일 41년 만에 새롭게 바뀌는 CI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조 회장 참석은 사전 공지된 사안은 아니어서 내심 놀랐다. 새 CI 설명은 장성현 대한항공 부사장이 맡았지만 그 후 질의응답은 조 회장 몫이었다.
현장엔 약 100여명의 취재진이 있었다. 30분에 걸쳐 질문이 쏟아졌다. 베테랑 전문경영인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말 실수라도 한다면 다음 날 대서특필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총수가 기자들 앞에 서는 일은 흔치 않다. 만나더라도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게 상식이다. 30분간 이어지는 돌발질문에 대처하려면 순발력과 깊은 이해도가 필수다.
처음 무대에 선 조 회장은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 달변가 타입은 아니었다. 답변 도중 우리 말 단어가 떠오르지 않자 고민 끝에 영어 단어를 꺼내든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대본 없이 차근차근 현안을 설명하며 질의응답 세션을 무리없이 진행했다는 인상을 줬다.
경영 소회를 밝히는 대목은 인상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하라는 제안을 받았을 때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솔직한 답변으로 인간적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새 유니폼 힌트를 알려달라 하시는데 아직 초안도 못 봤다"고 답했고, "집사람이 화려한 걸 추천해 이걸(푸른 넥타이) 골랐다. 이제 보니 새 CI 색과 비슷하다"며 너털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번 행보는 여러 의미를 내포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란 큰 산을 넘었고 실적도 정상궤도에 올랐다. 어려웠던 과제를 해결한 뒤 어려운 자리에 몸소 나섰다는 점에서 조 회장의 자신감이 느껴졌다.
총수의 대외 소통이 더 늘어나길 희망한다. 총수는 상징성이 있다. IR자료 100장보다 총수 말 한 마디 파급력이 더 크다. 그룹 속내를 알 수 있는 힌트다. 정제된 메시지 외에는 언론과 스킨십이 없는 구중심처 속 총수가 많다. 물론 최근 LS그룹 사례처럼 총수의 말이 때론 리스크가 되기도 한다. 다만 커뮤니케이션 노력 자체를 폄훼할 순 없다.
이날 조 회장은 "지금도 심장이 두근거리는데 (대외 소통에)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그의 언론 복귀전은 여러모로 성공적이라 평하고 싶다. 앞으로 공개석상에서 조 회장을 만날 일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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