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인사 풍향계]‘조원태의 사람' 우기홍, 석 전 부회장과 '무게'가 다르다②'확고한' 2인자로 자리매김, 권한 집중 부담...대표이사직 유지 관심
고설봉 기자공개 2024-12-24 07:58:29
[편집자주]
한진칼 정기인사가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 M&A가 4년 만에 마무리되면서 대규모 인사수요가 발생했다. 기존의 인사 공식과 범위를 넘어선 큰 규모 인사가 단행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을 필두로 새롭게 추가된 아시아나항공 등 계열사에 대한 폭 넓은 인사가 필요하다. 통합 FSC와 LCC 등 항공산업 구조조정과 맞물린 조직개편까지 예고된 상태다. 더벨은 정기인사를 조망하고 2025년 한진칼을 이끌어갈 후보들의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9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칼 회장 취임 이후 첫 부회장 체제가 출범될 예정이다.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의 부회장 승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성공에 대한 보상성 인사로 풀이된다.다만 우 사장의 직책과 역할은 다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전까지 전문경영인이 부회장 지위와 대표이사 직책을 동시에 수행한 경우는 없었다. 전문경영인에게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차원에서다. 조 회장이 관례를 깨고 우 사장에게 파격 대우를 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석태수 부회장과 다른 우기홍 부회장의 승진
2018년 석태수 전 대한항공 부회장의 승진과 2025년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의 승진은 전혀 다른 환경에서 이뤄지고 있다. 석 전 부회장은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선임됐다. 반면 우 부회장의 경우 확실한 경영성과에 대한 보상성 인사로 풀이된다.
2018년 4월 22일 고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당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조현민 한진 사장의 ‘물벼락 갑질’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오너경영인들의 이선후퇴와 전문경영인들의 전진배치였다.
당시 조 전 회장은 “조 전무와 장녀 조현아 사장을 한진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키겠다”며 “장남 조원태 사장이 맡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에도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고 임직원들에 대한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도 끊겠다”고 담화를 발표했다.
그는 “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의 경영을 강화하고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조 전 회장은 조현민 사장(당시 전무)을 대한항공 전무직을 비롯한 그룹 내 모든 직책에서 즉시 사퇴시켰다. 또 2014년 ‘땅콩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 부사장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에 복귀한 조현아 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도 모든 직책에서 사퇴시켰다.
하지만 대표이사는 아니었다. 당시 조 전 회장과 함께 조원태 회장이 오너일가 중 유일하게 현직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의 경우 당시에도 이렇다할 사법 및 평판 리스크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석 전 부회장은 부회장 지위에 올랐지만 대표이사로서 회사 경영을 전면에서 끌고 나가지는 못했다. 이후 조 회장이 총수에 오른 뒤인 2019년 말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 전 회장의 별세와 조원태 회장 체제가 도래하면서 강화되던 전문경영인체제도 중도에 힘을 잃었다.
재계 관계자는 “당시 석 전 부회장의 승진은 오너리스크를 잠재우려는 명확한 목적에 따라 이뤄진 일회성 이벤트였다”며 “갑작스런 한진그룹 총수 변경으로 조원태 회장 친정체제가 구축되는 가운데 석 전 부회장의 역할론도 종료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우기홍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전혀 다른 배경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우 사장은 조원태 체제를 함께 열어간 핵심 인물이다. 또 경영권 방어와 한진칼 지배구조 안정화, 대한항공 중심의 메가캐리어 탄생이란 조원태 체제 안착의 핵심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는 점에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만큼 우 사장에 대한 조 회장의 신임이 투텁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우 부회장의 지위와 입지는 석 전 부회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을 것으로 평가된다.
◇최초의 전문경영인 부회장 대표이사 탄생할까…권한 집중 부담
우 부회장이 대표이사직을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우 사장은 조 회장과 함께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단순히 직위만 부여받은 것이 아닌 법인 등기에 올라 주요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책임을 지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그러나 대표이사라는 자리의 무게감이 오히려 우 부회장에겐 부담이다. 우 사장이 대표이사를 유지하면서 부회장에 오른다면 한진칼 전문경영인 체제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직위와 직책 모든 면에서 우 사장은 조 회장에 이어 확실한 2인자로 올라선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까지 한진칼에서 전문경영인이 부회장 지위와 대표이사 직책을 동시에 부여받은 경우는 없었다. 석 전 부회장은 대한항공 부회장에 올랐지만 대표이사는 달지 못했다. 오히려 지주회사인 한진칼에선 대표이사 사장을 맡았다. 지주회사 대표이사지만 부회장은 아니었고, 사업회사인 대한항공 부회장이지만 대표이사는 아니었다.
그만큼 전문경영인에게 대표이사 직책과 부회장 지위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은 총수가 존재하는 한국의 재벌기업에선 흔치 않은 일이다. 대표이사이면서 동시에 회장이나 부회장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은 총수일가 외에는 거의 없었다.
다만 2018년에는 고 조양호 전 회장과 조원태 회장이 나란히 대한항공 경영을 진두지휘하던 때였다. 오너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해 부자가 나란히 대표이사 회장과 대표이사 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이런 가운데 석 전 부회장까지 대표이사를 맡을 경우 3인 대표이사 체제가 만들어져 경영상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대한항공은 조원태 대표이사 회장과 우기홍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대표이사 2인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 부회장이 수행해야할 역할도 크다. 통합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출범 등 향후 2년 동안 진행될 이슈는 향후 한진칼의 지속가능성장을 담보할 핵심 사안이다. 안정적으로 대한항공을 이끌어온 우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해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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