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만에 공식석상 선 조원태 회장, 대외행보 보폭 넓히나 그룹 리스크 극복 '시그널', 오는 10월 창립 80주년 행사 직접 챙길 듯
이영호 기자공개 2025-03-13 14:14:04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2일 15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2019년 이후 6년 만에 대외행보를 재개했다. 그동안 내우외환에 시달렸던 그룹이 정상화 수순에 이르면서 조 회장도 공식석상에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아시아나항공 합병, 그룹 창립 80주년 등 주요 이슈가 기다리고 있어 향후 조 회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외부 활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조 회장은 지난 11일 대한항공 신규 CI 기자간담회로 참석했다. 조 회장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건 2019년 6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자간담회 이후 처음이다. 오랜만에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낸 셈이다.
2019년 IATA 행사 이후 조 회장이 칩거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이사회에서 결정되자 대국민 입장문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2021년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단으로 합류했고, 경제단체 행사에 꾸준히 얼굴을 내비쳤다. 내부적으로는 타운홀 미팅에 참석하면서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
다만 기자간담회처럼 조 회장이 단독으로 조명받는 자리는 피했다. 복수의 그룹 관계자도 "외부 경제계 행사를 제외하면 조 회장이 그룹 행사에서 취재진과 접촉한 건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확인했다.

◇회장 취임 직후부터 '내우외환' 겹쳐
작고한 조양호 전 회장의 장남인 조 회장은 한진그룹 제3대 회장으로 2019년 4월 취임했다. 같은 해 6월 IATA 기자간담회가 회장으로서 공식석상 데뷔전이었다. 이후 조 회장은 수년간 내우외환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 때문에 조 회장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적절하지 않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회장은 취임 직후 친누나인 조승연(당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조 전 부사장은 선친의 공동경영 유훈을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조 회장 퇴진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은 행동주의 펀드인 KCGI, 반도건설 등과 손 잡고 3자 연합을 결성했다.
악재가 겹쳤다. 같은 해 12월 조 회장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의 다툼을 벌인 사실이 알려지자 대국민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조 회장은 동생인 조현민 한진 사장과 손 잡고 백기사로 산업은행, 델타항공, LX판토스, 네이버 등이 힘을 보태면서 2022년이 돼서야 경영권 분쟁을 종식시킬 수 있었다. 분쟁에서 밀린 조 전 부사장이 한진그룹 경영 일선에 물러났지만, 조 전 회장 별세 이후 조 회장의 지배력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남매 분쟁 와중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감염사태라는 대형 악재가 터졌다. 결과적으로 대한항공은 줄어든 탑승 수요를 화물 운송으로 만회하며 호실적을 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회사 존폐가 갈릴 수 있는 위기 순간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조 회장의 큰 숙제였다.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경쟁 끝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따냈지만 거래가 완료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를 의식한 듯 조 회장은 이번 기자회견에서 "(아시아나항공) 합병 발표하고 기자회견 했을 때 6개월 만에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는데 4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리스크 해소' 조 회장, 대외행보 본격화할 듯
조 회장은 지난 6년간 그룹 총수로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조 회장이 기자간담회로 복귀한 건 그룹을 둘러싼 악재가 대부분 해소됐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그룹이 올인했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지난해 12월 일단락됐다. 남은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이다. 조 회장 개인을 괴롭혔던 악재들 역시 일단락됐다.
조 회장은 앞으로 외부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기자간담회와 같은 자리를 만들 것인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또 "오는 10월이 그룹 창립 80주년이어서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도 말했다.
신규 CI 행사를 몸소 챙겼던 만큼, 그룹 창립 80주년 행사에서도 조 회장이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주요 이슈가 산적해 조 회장이 광폭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 짜여졌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진행 중인데다 저비용항공사(LCC) 3사 합병 이슈도 중요도가 높은 경영 과제로 꼽힌다. 조 회장이 직접 챙겨야 하는 핵심 경영 이슈가 여럿 기다리고 있어 향후에도 조 회장이 대외 소통 폭을 넓힐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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