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조 증자]중점 심사 돌입 금감원, '유증 당위성' 판단 방향은회사채·계열 차입 등 선택지 "당위성 범주 정해지지 않아"
백승룡 기자공개 2025-03-21 08:13:06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9일 15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가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중점심사 1호’로 지정되면서 증자 규모, 주주소통 절차, 유상증자 당위성 등을 놓고 전방위적인 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유상증자 당위성 측면에서 삼성SDI가 회사채 발행, 계열사로부터의 차입 등 선택지를 두고 유상증자를 택한 것을 두고 감독당국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금감원 스탠스 예의주시…유증 당위성 해석에 집중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SDI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한 중점심사는 다음주 초까지 일단락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상장법인의 지분증권은 10영업일이 경과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삼성SDI는 지난 14일 유상증자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상태로, 효력 발생 전까지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유상증자 공시심사 방향을 공개한 금융감독원은 주식가치 희석화 우려, 일반주주 권익훼손 우려, 재무위험 과다, 주관사의 주의 의무 소홀 등의 요소가 있을 경우 중점심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최근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한 삼성SDI가 첫 대상이 됐다. 특정 우려 요소가 있었던 것이 아니지만, 증자 규모가 2조원에 달하는 만큼 당국의 감독 스탠스를 공유하는 성격이 강하다.
특히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부채성 조달 대신 증자를 우선순위로 택한 것을 두고 당위성 측면을 예의주시 하고 있다. 통상 유상증자는 주식가치 희석을 의미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곤 한다. 다만 삼성SDI는 기업신용등급이 AA0(안정적)로 우량등급을 보유한 상황에서도 7년 가까이 회사채를 발행하지 않아, 유상증자 외에도 자금조달 선택지가 많았던 곳이다.
실제 삼성SDI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88.2% 수준으로 과중하지 않은 상태다. 2차전지 업종 내에서도 유독 보수적인 재무 기조를 유지한 덕분에 △LG에너지솔루션(94.7%) △SK온(198.5%) △포스코퓨처엠(138.9%) 등과 비교해도 재무구조의 안정성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번 2조원 규모 자금을 증자가 아닌 전액 차입금으로 조달해도 부채비율이 97%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계열사 차입 가능성도 거론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부채성 조달 카드를 쓰기엔 국내 회사채 시장이 협소하다는 점에서 삼성SDI가 유증을 택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공모 회사채 단일 발행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은 LG에너지솔루션의 1조6000억원 규모”라며 “이번 삼성SDI가 조달하려 하는 2조원 규모의 자금을 모으기에는 회사채 시장의 파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그룹이 재계 1위 기업 집단인 만큼, 계열회사로부터의 차입도 얼마든지 가능했던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삼성SDI의 최대주주인 삼성전자는 2년 전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을 차입한 사례가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상장회사라 대규모 자금 지원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삼성SDI는 비상장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지분도 15% 보유하고 있어 선택지는 다양하다”고 전했다.
관건은 금리 수준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행 세법은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을 빌릴 경우 이자율은 당좌대출이자율(현재 연 4.6%)과 가중평균차입이자율 중에서 법인이 선택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삼성SDI는 최근 회사채 발행 내역이 없어 연 4.6% 수준의 당좌대출이자율을 적용해야 하는데,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AA0급 시장금리가 3% 안팎에서 형성된 것에 비해 불리한 조건인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당위성’에 대한 판단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삼성SDI가 유상증자 중점심사 첫 케이스라 심사를 진행하면서 검토 요건들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현재로서는 공통 심사항목인 유상증자의 당위성을 어느 범주까지 볼 것인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예정 발행가액(16만9200원) 기준 2조원 규모의 신주를 모집해 △북미·유럽 등 해외법인 투자 1조5460억원 △국내 시설투자 4540억원 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5월 발행가액을 확정하고 6월 초 조달을 마치는 일정이다. 주관업무는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5개 증권사가 공동으로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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