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조 사모채 전액 조기상환…공모채 더해 CP 활용 금리 6.5%에서 3%대 초반으로 낮춰…단기 상환압력은 '지속'
백승룡 기자공개 2025-04-25 08:11:18
이 기사는 2025년 04월 23일 07시3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이 지난해 하반기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발행한 1조원 규모 사모채를 전액 조기상환 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모채 만기는 1년이었지만 ‘발행 시점으로부터 6개월 뒤 콜옵션(조기상환권)’ 조항을 넣어둔 덕분이다. 다만 7000억원은 만기 2~3년의 공모채, 2000억원은 만기 6개월의 기업어음(CP)으로 차환하는 방식을 택해 중기적인 차입 부담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초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차입한 1조원의 자금을 최근 전액 상환했다. 당시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결정, 이를 위해 메리츠증권 대상 1조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한 바 있다. 금리는 연 6.5%로 높게 책정돼 눈길을 끌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모채 외에도 CP도 4000억원어치 발행했다.
고려아연이 발행한 사모채 만기는 1년으로 명시됐지만 조기상환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은 발행일로부터 6개월 뒤 콜옵션 조항을 둔 덕분이다. 조기상환을 위해 고려아연은 최근 공모채 발행을 통해 7000억원을 조달한 상태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는 1조1600억원에 달하는 넉넉한 매수자금이 몰렸지만, 금리는 고려아연이 속한 AA+ 등급의 민평평균금리보다 25~28bp(1bp=0.01%포인트) 높은 3.12~3.21% 수준에서 정해졌다.
고려아연은 이번 7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에 더해 2000억원은 CP 발행으로 마련한 것으로 전해진다. 1조원 중에서 1000억원가량만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고 나머지 9000억원은 회사채와 CP 발행을 통해 차환한 것이다. CP는 메리츠증권과 키움증권이 각각 1000억원씩 인수했다. CP 금리는 연 3.25%로 고려아연의 공모채 금리보다 소폭 높게 정해졌다.

결과적으로 이번 조기상환을 통해 메리츠증권의 고려아연 익스포저는 1조원에서 1000억원으로 대폭 낮아진 셈이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실질적인 차입 규모가 1조원에서 9000억원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6%대 고금리 차입을 청산하고 3%대 차입으로 갈아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사모채 조건대로라면 남은 6개월 사이 발생할 이자가 325억원에 달하지만, 이번 차환을 통해 약 143억원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의 이자비용은 낮췄지만 단기적인 상환 압력이 지속되는 것은 고려아연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이번 2000억원의 CP는 올해 하반기에 만기도래한다. 여기에 더해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KB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CP 4000억원어치를 찍었는데, 이달 만기가 돌아오자 재차 6개월 만기로 4000억원을 연장한 상태다. 이를 포함하면 오는 9~10월에만 6000억원 규모의 단기 상환 압력이 생기는 셈이다.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짊어지게 된 조 단위 차입금 규모 자체도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요소다. 고려아연은 사모채 1조원, CP 4000억원 외에도 하나은행·SC은행으로부터 9000억원의 단기자금을 빌린 바 있다. 이들 차입금만 총 2조3000억원 규모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말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해 상환할 계획이었지만 금융감독원이 제동을 걸면서 철회한 상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상반기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이 -7170억원으로 ‘실질적 무차입’ 구조였지만, 경영권 분쟁을 거치면서 지난해 말 기준 2조3568억원까지 높아졌다. 고려아연의 신용등급(AA+)에도 ‘부정적’ 등급전망이 붙은 상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고려아연은 지난해 10월 외부 차입을 통해 자사주 취득 자금을 마련했고, 이에 따라 순차입금이 크게 증가했다”며 “금융비용 커버리지가 저하되는 등 고려아연의 재무안정성 지표는 과거 대비 저하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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