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2조 증자]6년만에 시장 조달, 성공 마지노선 주가 '13만원'모집자금 5000억 감소, LG엔솔 회사채 조달 금액과 비슷
권순철 기자공개 2025-03-19 08:07:37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7일 10시2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SDI의 만족스러운 유상증자 데뷔전을 위한 선결 조건으로 13만원대 주가가 꼽힌다. 만일 주가가 13만5300원까지 하락한다면 모집 총액은 1조6000억원대로 감소한다. LG에너지솔루션이 회사채로 모은 자금과 엇비슷해지는 셈이다.회사채 발행도 충분히 가능한데 주주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증자를 강행하는 이유가 뭔지 추가로 소명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다만 그룹의 의사결정 기조를 감안했을 때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도 증자를 철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현재로선 유력하다는 평가다.
◇주가 30% 하락시, 증자 동력 '감소'
지난 14일 삼성SDI의 유증 발표 여파로 장중 주가 하락율은 7%대까지 이르렀지만 낙폭이 과도한 편은 아니라는 게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의 경우 그 동안 주가 하락세가 유독 두드러진 회사 중 하나였다"며 "이미 주가가 많이 빠진 상태기 때문에 향후 낙폭도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낙폭이 30%를 웃돌지 않는다면 삼성SDI 재무 컨트롤타워로선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종가는 19만1400원으로 여기서 29% 누적 하락이 이뤄진다면 주가는 13만5352원까지 떨어진다. 모집 총액이 2조원에서 1조6000억원대로 빠지는 것과 같은데 이 금액은 LG엔솔이 최근 공모 회사채로 조달한 금액과도 같다.
주주들 입장에선 회사채 발행이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는 순간이기도 하다. 'AA0, 안정적'의 우량한 크레딧을 갖춘데다가 LG엔솔도 비슷한 규모를 조달했기 때문이다. 앞선 IB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가 증자와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액을 회사채로 조달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었다"며 "만약 발행한다고 해도 충분히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물론 삼성SDI 차원에선 재무 건전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증자가 유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주주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금감원도 날카로운 스탠스를 고수한다면, 회사채로 엇비슷한 금액을 조달할 수 있는데도 왜 증자를 강행하냐는 비판에 시달릴 여지가 크다.
당초 유증 창구를 두드린 것도 회사채 발행 자금을 웃도는 금액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없었다면 이뤄지기 힘든 결정이었다. 삼성그룹이 증자를 선호하지 않는 기조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ㅇ서 모집 금액이 급감한다면 회사 차원에서도 증자 정당성을 어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앞선 IB 업계 관계자는 "LG엔솔이 회사채로 1조6000억원을 모았지만 그 레벨이 최대 한도였다"며 "그 이상을 확보하려면 유증 외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시장선 "철회 가능성은 낮다" 중론
삼성SDI는 신주 발행가액의 확정 예정일을 오는 5월 22일로 잠정 결정했다. 현재까지의 주가 흐름만을 놓고 본다면 남은 2개월 간 주가가 30% 이상 급락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간 하락세가 워낙 컸던 만큼 올해 들어서는 상대적으로 낙폭이 줄어든 모양새다. 지난 1월 2일 기준 삼성SDI의 주가는 23만5900원으로 이달 14일과 비교하면 약 18% 하락에 그쳤다.
다만 매크로 차원에서 주가 하향 압력을 가중시킬 이벤트들이 산적해 있어 우려도 상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가올 빅이벤트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예상을 뒤엎는 결과가 나온다면 폭락장이 연출될 수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조치와 불규칙적인 행보 역시 변수로 꼽힌다.
삼성SDI의 주가가 13만원을 밑돈다고 해서 증자가 철회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의견도 나온다. 그동안 삼성그룹이 단행한 의사결정 기조를 감안하면 한번 결의된 사항들이 철회된 케이스는 희박했다는 이유다.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그룹 자체가 보수적 성향을 띄고 있어 도중에 다른 선택지로 선회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SDI에게 있어 이번 증자는 중요하다. 유증을 잘 선호하지 않는 그룹의 성향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증자에 나선 건 그만큼 삼성SDI가 변곡점에 놓였다는 것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삼성SDI는 증자로 확보한 금액을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과 헝가리 법인에 투자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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