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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스코 상장 오해와 진실]고종성이 말하는 당위성, '골든타임' 늦으면 기회 잃는다①촌각 다투는 신약, 물질·인력 준비 완료…자금조달 없인 무용지물

대담=최은진 제약바이오부장/ 정리=김성아 기자공개 2025-03-26 08:20:42

[편집자주]

기술성 평가기관 두곳으로부터 받은 'AA' 만점. 제노스코 상장에 누구도 이견이 없었다. '고종성 박사'라는 대표이사의 이름값에 글로벌 신약이 된 레이저티닙까지. 그러나 오스코텍 주주들의 '반대'와 한국거래소의 '당위성' 프레임에 갇히면서 상장은 좌초 위기에 처했다. 매섭게 몰아붙이는 소액주주들의 불만과 숨죽인 거래소의 침묵이 겹치면서 상장의 본질도 희미해졌다. 더벨은 3월 20일 오후 1시부터 3시간여동안 제노스코를 이끄는 고 박사를 비롯해 김세원 대표 그리고 오스코텍을 이끄는 김정근 대표이사 회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이상현 전무를 한자리에서 만나 시장이 제기하는 의문에 대해 물었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25일 08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노스코 상장은 사실 시장에서는 꽤 오래 기다리던 소식이다. 매년 열리는 오스코텍 주주총회에서도 자회사 제노스코 상장을 언제할 지에 관심이 몰렸지, 왜 하느냐는 질책이 나온적도 없었다.

한국거래소의 스탠스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성평가 '만점'이라는 이례적 기록, 블록버스터 신약을 만든 저력과 매출 기반, 각광받는 파이프라인 그리고 여전히 정정하게 R&D를 이끄는 고종성 박사의 이름값까지.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바뀌었다. '이중상장', '중복상장' 프레임에 갇히면서다.

하지만 이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레이저티닙에 대한 수익 공유 기반이라는 '현재'의 관점에선 맞다. 그러나 성장동력 및 파이프라인이라는 '미래'의 관점에선 양사를 같은 선상으로 놓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특히 미래를 봐야할 '기술성평가 트랙'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노스코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고종성 박사가 급히 귀국했다. 그간 숨죽이며 상황을 지켜보다가 더이상의 오해와 억측은 안되겠다는 마음으로 처음으로 언론 앞에 섰다. 고 박사가 말하는 상장 당위성, 첫번째 주제는 'R&D 골든타임'이다.

◇1년만 늦었어도 레이저티닙 없었다, R&D 밀어붙일 타이밍

Q = 제노스코의 상장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강하다. 왜 상장을 결정했나.

고종성 대표 = 제노스코 상장은 최근에 결정된 게 아니다. 2016년 8월 제노스코가 유한양행으로부터 첫 외부투자를 받기 시작한 시점부터 상장 로드맵을 그렸고 꾸준하게 시장에 상장 얘기를 했다. 그간 제노스코가 상장을 왜 하냐, 이런 이견은 없었다.

R&D를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속이 탄다. 2011년 제노스코는 좋은 후보물질을 발굴하고도 돈이 없어 개발을 못했다. 연구원들 한달치 월급밖에 없어 애를 태웠던 시절도 있었다.

유한양행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지금에 이르렀고 어렵사리 R&D를 진전시켰다. 그리고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찰나다. 그게 ROCK2 억제제, TPD, DAC 등 제노스코만의 파이프라인이다.

레이저티닙도 1년만 늦었어도 무용지물이 될 뻔했다. 우리는 아무 물질을 후보로 올리는게 아니다. 내외부 검토를 통해 성공확률 100%를 겨냥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ROCK2' 프로젝트의 경우 전세계에서 우리만 하고 있어서 있는 힘껏 드라이브를 걸 타이밍이다. 늦으면 기회를 잃는다. 지금은 R&D '골든타임'이다.

3월 20일 오후 더벨은 판교 오스코텍 본사에서 김정근 오스코텍 회장, 고종성 제노스코 대표, 김세원 제노스코 대표, 이상현 오스코텍 CF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Q = 지금 R&D에 드라이브를 걸 타이밍이라는 얘기인데 상장을 못하면 후폭풍 있나.

김세원 대표 = 두 가지 측면으로 말할 수 있다. 자금과 인력이다. 우선 제노스코는 당장 현금이 100억원밖에 남지 않았다. 추가 자금이 들어오지 않는다면 지난한 투자 유치 활동을 또 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시간은 또 흘러가서 촌각을 다투는 신약개발 골든타임을 맞추지 못한다.

현재 바이오 투심이 악화된데다 상장까지 좌절되면 어떤 투자자들이 엑시트 플랜도 없는 회사에 자금을 투자하겠나. 당연히 더이상의 조달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이보더 더 우려되는 건 인력이다. 보스톤 바이오 클러스터 생리 상 연구 인력들은 각 회사의 '업사이드 포텐셜'을 기준으로 움직인다. 그게 바로 보상체계인 '스톡옵션'이다. 제노스코 역시 임금의 상당 부분을 스톡옵션으로 제공하고 있다. 만약 상장이 불발된다면 지금 인력들을 붙잡아 둘 유인이 사라지게 된다. 인력은 곧 R&D이자 파이프라인 그 자체다.

고종성 대표 = 인력에 대해선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다이이찌 산쿄의 ADC '엔허투'가 성공한 이유가 바로 아스트라제네카와 바이오젠에서 핵심 인력을 영입해 온 것에 있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지금 제노스코에 구축된 20여명의 연구 인력은 버텍스 파마슈티컬스, 블랙다이아몬드 등 유명 바이오텍서 영입한 인재 풀이다. 이들은 우리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ROCK2 억제제, TPD, DAC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곧 본임상에 진입할 IPF(특발성 폐섬유증) 타깃인 ROCK2 프로젝트 'GNS-3545'는 현재 경쟁 약물이 없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원앤온리(One and Only)'다.

제노스코가 선두주자로 달려나가고 다른 경쟁자들이 뒤쫓아오는 상황에서 관련 연구 인력이 경쟁사로 빠져나간다면 앉은 자리에서 연구 결과를 뺏길 수 있다. 단지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더 주고 싶어서 스톡옵션이나 상장을 꺼내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FDA 뚫은 비결은 엄격한 'TPP'…ROCK2·DAC 성과 가시화

Q = 현재 제노스코 파이프라인의 R&D는 어느 단계까지 왔나.

고종성 대표 = 제노스코는 엄격하고 보수적인 타깃 프로덕트 프로파일(TPP)을 통해 물질을 선별한다. 후보물질 도출 단계부터 상업화에 성공할 물질만을 선별한다는 얘기다. 레이저티닙 역시 이 TPP를 적용해 바늘 구멍이라 불리는 FDA 항암 신약으로 승인을 얻어냈다.


가장 진전이 빠른 GNS-3545의 경우 계열 내 최초 약물(First-in-class)이다. 하지만 물질의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위해선 1상 결과가 필수적이다. 전임상에서의 기술이전과 본임상 이후 기술이전 규모는 천지차이다.

레이저티닙은 자금 등 전략적인 측면에서 전임상 시기 기술이전하면서 계약금 규모가 작았다. 하지만 GNS-3545가 1상 결과를 보게 되면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훨씬 더 커진다.

TPD와 DAC 분야 역시 지금까지는 지적재산권(IP) 보호를 위해 비공개 상태로 개발을 이어왔는데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DAC는 관련 기술력의 우수성이 인정을 받으며서 국내외 ADC 기업들과 공동 연구 논의를 진행 중이다.

ADC 분야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초기 단계부터 기술이전 규모가 크다. 오름테라퓨틱의 선례만 봐도 그렇지 않나. 좋은 위치를 선점할 수 있을 때 뒤처지지 않게 빠른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몇 년 전 투자 유치 난항으로 GNS-3545의 본임상 진입 시기가 늦어졌다. 만약 이번에도 투자 시기를 놓친다면 우리는 또 후발주자로 한참 늦어진다.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충분히 갖춘 상태에서 또 다시 자금 문제 때문에 기회를 놓치는 후회를 하고 싶진 않다.

김세원 대표 = GNS-3545는 올해 하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한다. 현재 모든 GLP 독성 시험을 끝내고 FDA 임상시험 계획 승인신청(IND)을 위한 파일링 작업을 준비 중이다.

오스코텍의 기업 가치는 '오스코텍 자체로 진행하는 R&D 프로젝트+제노스코 지분 60%'의 밸류라고 생각한다. 제노스코가 자체적으로 조달을 해서 지금과 마찬가지로 열심히 R&D를 진행하고 좋은 성과를 내면 제노스코의 기업가치뿐 아니라 60%의 지분을 갖고 있는 모회사 오스코텍의 지분 가치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본다.

제노스코가 상장하면 오스코텍의 가치 저하가 일어날거라는 점은 동의하기 어렵다.

고종성 대표 = 오스코텍과 제노스코는 각자의 건물을 짓기 위해 각각 다른 기둥을 가지고 있다. 다만 양사가 탄탄한 기반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레이저티닙이라는 성과물을 협업해서 만들었고 이를 지렛대 삼아 새로운 건물을 각자가 쌓아올리려고 준비하는 상황이다.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상장을 통한 조달에 나섰다. 레이저티닙은 '신약'이라는 멋진 건물을 쌓아올리기 위해 다진 탄탄한 기반일 뿐이지 전부가 될 순 없다. 지금까지 오스코텍과 제노스코의 주주덕분에 레이저티닙이라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제 더 큰 도약을 만들기 위해 '상장'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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