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의 '억울함'을 풀어줄 바이오로직스 thebell desk
최은수 서치앤리서치(SR)본부 차장공개 2025-04-01 08:28:51
이 기사는 2025년 03월 31일 07시21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그룹의 조직 문화를 두고 MZ 직장인들의 정보 공유 커뮤니티에 떠도는 밈(Meme)이 있다. 예컨대 회식에 쓸 부서 업무추진비가 부족해 강제로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긴다든지 과거 롯데제과 브랜드를 제작한 디자이너도 결국 대리 직급으로 정년퇴직을 했다고 하니 승진 욕심만 버리면 직장인으로 천수를 누린다는 식이다.롯데는 B2C에 그룹 근간을 두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후장대 등을 포함한 B2B 기업보다 한층 소비자나 일반인에게 친숙하다. 다만 이 강점, 스페셜티로 인해 때론 아쉬울 때도 많다. 부정 이슈는 대개 롯데에 억울한 쪽으로 더 손쉽게 세간의 입길에 오른다.
롯데는 갖은 오해와 뒷말을 이겨내며 B2C를 구심점에 두고 국내 주요 기업으로 자리했다. 조금씩 3세 승계가 언급되는 지금 모처럼 B2B에서 새 성장동력 확보를 향한 승부수를 던졌다. 신유열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합류한 유일한 기업이 바로 롯데바이오로직스다.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여러 바이오텍에게 생산 수주를 따야 하는 위탁업(CDMO)이 베이스다.
바이오의약품 CDMO는 롯데그룹에서 찾기 힘든 사업 영역에 해당한다. 경쟁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성공사례가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아직 CDMO에 1조원 가까이를 쏟아붓고 있는 롯데그룹의 도전에 의문부호를 지우지 못한다.
여기엔 그간 B2C 기업인 롯데에 대한 편견이 꽤 작용하는 것 같다. 예컨대 인건비를 포함한 사업비를 절감해 성과를 맞춰왔는데 B2B를 할 수 있겠냐는 막연한 선입견. 수주를 따내기 위해선 판관비도 적극적으로 굴려야 하는데 이런 B2B 시장에서 롯데가 자리잡기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도 있다.
여러 곡해를 이겨내고 롯데가 2024년 기준 재계 서열 6위에 서있을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외로 육아휴직과 관련한 사례에서도 힌트를 찾아낼 수 있다. 이제는 저변이 공고해져 남성도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에 들어서는 문화가 정착했지만 2012년 대기업 최초로 자동 육아휴직을 도입할 때 갖은 뒷말이 나왔다.
롯데의 자동 육아휴직 도입 초창기엔 역시 뒷말이 본질을 압도했다. 요컨대 '회사가 직원 책상을 빼려는', 즉 인건비 절감을 염두에 두고 그룹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가 난무했다.
자동 육아휴직 도입 12년이 지난 2024년 기준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80%, 롯데하이마트는 심지어 100%에 달한다. 어지간한 기업에서 여성 육아휴직 문화는 완전히 정착했지만 남성 육아휴직 비율을 두곤 롯데와 비견할 곳조차 없다. 대기업으로 시야를 좁혀도 휴직비율 두자릿수를 넘기는 곳조차 드문 게 현실이다.
롯데는 B2B로 요약되는 바이오로직스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각고의 변신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C레벨을 외부 전문가로 채우고 CFO까지 그룹 밖에 있던 여성 인사를 배치했다. 국내 코스피 상장 바이오텍을 통틀어도 여성 인사를 재무 총괄로 세운 사례는 전무하다. 만약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에 상장한다면 역사를 새로 쓸 일이다.
롯데는 대중과 친숙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억울할 일이 많았다.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룹에 대한 가벼운 소비가 언제까지고 본질을 가리지는 못할 것이다. 2024년 막바지 롯데그룹의 유동성을 둘러싼 무성한 소문 또한 그렇게 시작했다가 사그라들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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