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4월 04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말 한마디로 천냥빚을 갚는다는 이야기처럼 말의 힘은 강력하다. 그중에서도 리더의 말에는 더욱 무게감이 있다. 무언가를 결정하고 바꿀 힘이 있어서다. 대신 책임이라는 짐이 수반된다.기업에서는 최고경영자(CEO)의 한마디가 그렇다. 이를 알기에 대부분 CEO는 공식석상에서 말을 아낀다. 파급력이 큰 만큼 단어 선택에도 신중을 기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다. 외부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다. 취임 4년차를 맞이한 조주완 LG전자 CEO가 대표적이다.
조 CEO는 CES, IFA 등 각종 전시회는 물론 정기주주총회에서도 무대에 오르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한 간담회에서는 '여러분이 궁금해할 내용에 대해 답변을 준비해왔다'며 질문 이상의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은 다년간의 해외법인 근무 경험, 마케팅 부문에서의 오랜 경력 등이 일부 영향을 끼쳤겠으나 원천은 명확한 방향과 이에 대한 자신감이다. LG전자는 조 CEO 부임 전후로 많은 변화를 겪었다.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했고 코로나19 국면, 미·중 분쟁 등이 상존했다. 체질 개선이 필요했고 위기 대응이 절실했다.
다소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 조 CEO는 LG전자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큰 틀에서는 소비자와 기업 간 거래(B2C) 위주에서 기업 간 거래(B2B)로 영역을 확장했다. 세부적으로는 가전에 쏠린 매출구조를 플랫폼, 전장, 냉난방공조(HVAC) 등으로 분산했다.
이 과정에서 조 CEO는 안팎에서 활발하게 소통했다. 내부적으로는 'F.U.N TALK' 등을 진행했고 대외적으로는 '비전선포식' 등을 통해 로드맵을 공유했다. 지난해에는 중간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작년과 올해 열린 주총으로 주주들 앞에서 사업 성과와 방향을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해당 기간 LG전자는 매년 역대급 매출을 경신하면서 성장해왔다. 더불어 LG전자는 미국, 인도, 멕시코, 러시아 등에서 가장 기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시나리오별 '플레이북'도 만들어놓았다. 일련의 상황에서 조 CEO가 당당하게 전면에 나설 수 있던 건 본인이 설정한 로드맵에 대한 확신에서 비롯된 결과로 풀이된다. 궁극적으로 LG전자의 계획은 들어맞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 탄핵정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등으로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고조된 시점이다. CEO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누군가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누군가는 대답한다. 답변은 준비된 자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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